“자체 바퀴를 달고 시장 변화를 선도하는 국내 온라인 유통·배송의 강자이자 초대형 IPO(기업공개)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준 쿠팡. 최강 CJ대한통운이란 바퀴를 빌려 기동성을 보강한 플랫폼 1위 네이버. 아예 아마존을 업고 해외직구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 KT와 손잡고 다자물류에 시동 건 GS리테일. 자체 플랫폼 구축에 올인하는 전통의 유통명가 신세계그룹(SSG닷컴)과 롯데쇼핑(롯데온). 최근 이 IPO 대열 합류를 선언한 티몬. 이어지는 11번가와 쓱닷컴의 IPO설 등등…."
◇ 차세대 커머스시장 패권 놓고 불붙은 3파전
차세대 국내 유통 패권을 놓고 벌이는 국내 각 분야 대표기업들의 야전 현황판이다. 올 초부터 국내 온·오프라인 커머스업계 전반에 업종과 영역을 초월한 기업 간 합종연횡과 IPO(기업공개) 광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 코로나발 언택트(Untact·비대면)란 환경 격변기, 신문화와 질서에 대응하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여러 방향으로 분화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플랫폼과 배송 최강자란 공통 지향점을 두고 잇따라 참전을 선언한 기업들이지만, 방법론에서만큼은 분명한 결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치열하게 전개될 전투의 주체는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 강자에 ICT업계, 택배업계가 참전하는 3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유통업 급변기, 생사를 건 피할 수 없는 진화의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지난해까지 만해도 업종 간 과감한 영역파괴와 대규모 협업을 위시한 이른바 합종연횡(짝짓기)이 변화를 주도했다면, 올해에는 당장 실탄 마련을 통해 고지전에 직접 전력 투입이 예고되는 등 곳곳에서 유통대전의 서막을 열었다는 대목이다.
◇ 쿠팡발 IPO 쇼크가 불러온 ‘쩐의 전쟁’
이커머스와 배송부문에서 자타공히 가장 돋보이는 기업은 쿠팡이다. 가장 먼저 국내 시장에서 ‘쩐의 전쟁’을 선언한 것도, 플랫폼과 배송업을 결합시킨 것도 쿠팡이었다. 이미 4조원 안팎의 막대한 자금이 시장 개척에 투입됐고 화려한 성과도 얻어냈다.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평가됐던 자금문제는 최근 뉴욕증시 상장이란 ‘묘수’를 찾아 한 방에 해결했다. 이미 기업가치가 55조원(500억달러) 안팎으로 평가될 만큼 ‘대어’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가치 재평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쿠팡의 눈부신 약진은 관련업계에도 강력한 충격파와 함께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실제로 티몬이 올해 하반기 IPO(기업공개)를 통해 상장 작업 착수 의사를 내비쳤다.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 실탄 확보전이 불붙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른바 ‘덩치만 컷지 헛장사 한다’는 세간의 비판적인 시각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였다는 인식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당장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티몬에 이어 11번가와 쓱닷컴을 다음 IPO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2018년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 유치 자금을 통해 분사했던 11번가는 오는 2023년 IPO를 예고한 바 있다. 같은해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조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쓱닷컴 역시 유력 IPO 후보군으로 꼽힌다. 당장 쓱닷컴의 기업가치가 6조원을 넘나든다는 평가를 내린 애널리포트까지 나왔다.
◇ 쿠팡이 쏘아 올린 융복합 바람 vs 쿠팡 대항 연합군 형성
쿠팡의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13%까지 끌어 올렸다. 1위인 네이버(17%)와는 아직 차이가 있지만, 주목할 부분은 성장세다. 이 기간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 수, 상품 구매액, 재구매율 등이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쿠팡이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었던 핵심 이유다. 적자 감수란 극단적인 카드까지 마다하지 않은 공격적 투자가 확실하게 평가 받았다는 분석이다.
바로 이 부분은 네이버 쇼핑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계를 자극했다. 쿠팡과 함께 국내 1, 2위를 다투게 된 네이버 쇼핑은 지난해 말, 업종 간 벽을 넘어서는 다양한 기업과의 연대를 통해 쿠팡에 견제구를 날렸다. CJ그룹과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제휴를 맺고 약점인 물류부문을 강화했고, 오프라인 유통강자인 신세계와도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말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 투자책임자(GIO)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회동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결이 다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에는 GS리테일이 GS홈쇼핑과의 합병에 이어 KT와 손잡고 ‘디지털물류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유기적 결합을 선언한 바 있다. 온·오프라인 역량을 합쳐 초대형 커머스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 중 핵심 역량인 물류운송 시스템에 KT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 신시장을 창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의 자회사 11번가는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면서 소규모 투자로 블루오션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쿠팡과의 전면전을 피하는 대신, 지분참여를 통해 아마존과 직접 손을 잡은 것이다. 아마존은 11번가가 기업공개(IPO)를 하면 신주인수권을 부여받는다. 관건은 단순히 아마존 상품을 11번가에서 구매하는 것을 넘어 아마존 프라임 같은 멤버십 도입 가능 여부다.
◇ 전통적 유통강자 ‘롯데-신세계’…온라인 플랫폼 강화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롯데쇼핑과 신세계의 탈 오프라인 기류도 주목해볼 흐름이다.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은 자사 온·오프라인 사업을 통합하며 보다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을 강조하고 나섰다. 기존에 경쟁력을 갖춘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가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조직의 무게 중심을 온라인 쪽으로 옮기는 행보를 놓고 있다.
지난해 4월 통합 온라인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론칭한 롯데쇼핑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들을 물류, 배송의 거점으로 활용하며 온·오프라인 통합을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이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를 겸직토록해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 창출 의지를 내비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업계 전반의 대변혁은 ‘집콕문화’로 대변되는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비대면 사회라는 환경급변에 따른 진화의 길로 분석된다.
결국, 차세대 유통업 패권의 키는 과연 누가 가장 확실한 플랫폼을 선점하느냐와 가격 및 배송 경쟁의 우위에서 나올 공산이 크다. 급변하는 유통환경 속, 향후 1~2년이 진화에 성공한 기업과 도태되는 기업의 윤곽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기다. 융복합을 통한 합종연횡과 과감한 실탄 지원을 통한 전장확대, 최종 승기를 누가 잡게 될까. ‘유통 백년대계’의 최종 향배, 귀추가 주목된다.<송남석 아시아타임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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