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경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와 있지만, 산업재해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출석해주신 기업 대표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22일 이었지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이하 산재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은 이 같이 뼈 있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한 해 1000여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익에 눈이 멀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인데요.
그동안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산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한 사례가 수 없이 많지만, 국회가 스스로 산재 청문회를 열고 기업 대표들을 불러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의미가 상당한데요. 특히 친기업으로 평가되던 국민의힘까지 산재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커 보였습니다.
이번 산재 청문회를 통해 더 이상 일 하다 죽지 않는 세상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일말의 희망도 보였습니다.
그런데요. 청문회장에서 산재에 대해 고개를 숙이면서도 산재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일부 기업 대표를 보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특히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가 노동자에게 산재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은 많은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지요.
한영석 대표는 박덕흠 무소속 의원이 현대중공업의 산재 건수가 많은 것을 지적하며 개선돼야 하는 부분에 대해 묻자 “중대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과 고인, 유가족에게 매우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저희들은 항상 표준작업을 유도하지만 아직까지도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다”고 산재 책임을 작업자들에게 돌렸습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이 한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고 질타가 이어지자 발언을 정정하기는 했지만요.
이수진 민주당 (비례대표)의원은 “산재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불안전한 행동이라고 하면서 작업자들이 뭘 지키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피해가지 못할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자가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교육해서 철저히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박대수 의원은 “산업현장에서는 매년 1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는데도 이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 너무 오랜 기간 먼 길을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질타는 겸허히 받고, 산업안전 보건에 책임을 다 해 노동자의 생명 안전과 그들의 가족을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흔히들 기업들이, 사업자들이 직원들을 가족에 비유하지요. 그런 가족들이 산업현장에서 다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산재의 원인을 노동자들에게 돌이는 사업자가 있는 한 산재는 결코 줄어들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입니다. 기업을 책임지는 경영인의 인식 개선이 없다면 여전히 대한민국은 ‘경제는 선진국 산재는 후진국’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늘의 뒤끝토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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