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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4일 Thur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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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흙수저…태생적 경제 격차 고착화에 분노

[아시아타임즈=전규식 기자] 태생적 경제 신분 평생간다

금수저와 흙수저. 최근 청년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단어 중 하나다.

이 표현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생활하며 헌법에 명시된 평등한 인권을 보장 받았지만 태생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제적 차이에 의해 계급이 발생하는 현실을 가리킨다.

금수저는 재벌가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재력의 힘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를 말한다. 흙수저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집안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기대하지 못한 채로 목표를 위한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룩하기 위해 최저 시급과 학자금 대출에 매여 생활하는 젊은 세대를 칭한다.

단지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출발선의 경제 격차 문제라면 지금과 같은 관심을 받지 않았을 거다. 이 문제의 핵심은 우리 사회의 태생적인 경제 격차가 고착화 되고 있다는 거다. 다시 말하면, 계층 이동은 점차 사라지고 있고 청년 세대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부모의 경제력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낳을 때 정해진 경제적 신분이 평생 이어지는 현실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신음하고 있다.

정유라에겐 ‘금수저를 넘어서는 빽수저’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 사건이 알려지면서 금수저 흙수저 문제는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유라에겐 ‘금수저를 넘어서는 빽수저’라는 평가가 달렸다.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부모를 가진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화여대가 정유라 한 사람을 입학시키기 위해 학칙을 뜯어 고쳤고 출석도 거의 하지 않은 학생에게 최고 학점을 줬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여기에 정유라가 자신의 SNS에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 라는 글을 올렸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분노는 극에 달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선 정유라의 입학 비리를 풍자하는 광경이 곳곳에서 나타났고 연예인들도 자신의 SNS에서 이 문제에 대한 풍자를 아끼지 않았다.

금수저 흙수저 문제는 정유라의 입학 비리 문제로 더 뜨거운 관심을 받긴 했지만 그전까지 향간에서 떠도는 이야기엔 구체적인 근거 없이 논의가 이뤄졌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의 어떤 사람들이 금수저와 흙수저로 고착화 돼 있는지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설명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금수저 흙수저 문제를 정유라 한 사람에게만 국한 지은 채 뜬소문으로 치부할 순 없다.

국내 20대 주식부자 12억주 보유...학자금 대출 받은 대학생 71만명

다음의 두 지표는 우리 사회의 금수저와 흙수저의 존재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20대 주식 투자자는 작년 12월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45만명으로 2014년보다 11만명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총 주식수는 12억주로 2014년보다 3억3000만주 증가했다. 20대 미만 주식 투자자는 11만명이고 이들이 가진 주식수는 2억4000만주다. 전체 주식 투자자 수는 475만명이고 총 주식수는 604억주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작년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 수는 71만명이고 총 대출 금액은 2조1200억원이다. 이들 중 가정 내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기초소득에서 3분위에 속하는 대학생은 41만명, 이들이 받은 총 대출 금액은 1조원이다.

이 두 지표는 우리 사회 금수저 흙수저의 실제 숫자를 보여주는 근거다. 같은 나이 또래에도 누구는 주식 시장에서 자산 운용을 하는 반면 누구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생활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의 청년정책 와닿지 않아요

정부에선 그 동안 청년 문제와 관련해 고용을 확대하고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의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연구원은 내년 실업률이 3.9%로 올해보다 0.2%포인트 늘어 외환위기 탈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거라고 지난 달 30일 밝혔다.

청년들이 경제와 관련해서 가진 실질적인 고민의 대상은 대학 등록금 문제와 주거 및 생활비 문제다. 이로 인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 20대 초반의 나이부터 거액의 빚을 떠안은 채무자가 돼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청년 임대 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하다. 현재 청년 1인 가구의 숫자는 서울시에서만 43만명으로 집계된다. 반면 청년 임대 주택은 전국에서 6000호가 제공된다.

노동부가 8월 고시한 내년 최저임금 시급은 6470원. 올해보다 410원 오르지만 여전히 밥 한 끼 먹기에도 버거운 액수다.

태생적인 경제 격차만 가지고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태생적인 경제 격차가 고착화 돼 노력이 현실을 개선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문제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청년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덕담을 하기에 앞서 노력이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는 지금의 사회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청년들이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 문제는 태생적인 경제 격차만 놓고서 늘어놓는 불평이 아니다. 통계 지수로도 확인이 가능한 금수저와 흙수저의 격차가 고착화 돼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이런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최순실 게이트가 마무리 되고 촛불 집회가 해산한다 하더라도 지난 총선에서도 확인된 청년의 분노는 여전히 정부와 국회를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규식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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