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안갚아야 빚 줄여준다고요" 채무조정에 두번 우는 저소득층

경제일반 / 신도 기자 / 2020-03-25 11:14:56
현 채무조정, 채무 갚기 힘든 개인 구제를 위한 제도
금융채무불이행자 되어야만 채무조정 가능한 현실
금융채무불이행자 외 개인 대출자의 채무조정 제도 절실

[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 24일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가 운영하는 서민금융지원센터를 찾은 51세 여성 A씨는 허탈했다. 의류 관련 일용 근로자인 A씨는 공장에서 옷을 만들고 의류가게에서 옷을 판매하는 등 하루살이를 하고 있다. A씨는 6년 전 타계한 남편의 빚 1억8000만원을 떠안았다. 그녀는 6년간 성실하게 생계와 빚 상환에 매달리며 1억5500만원의 빚을 갚았다.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능력이 떨어지고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빚상환에 자신감을 잃었다. 마침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신복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방문했다. 그녀의 사정에 돌아온 답변은 'NO'다. 연체기록이 없으면 채무조정이 어렵다는 설명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결국 A씨는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어야만 채무조정을 받을수 있다는 것이다. 

 

▲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기 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소득 감소와 고용불안으로 팍팍가계살림이 초라해지면서 채무부담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채무불이행자를 피하기 위해 채무조정을 요청했지만 연체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법적 규정상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다.

 

연체자 중심으로 채무조정지원이 이뤄지는 탓이다. 오히려 개인 회생제도가 채무불이행자를 양산하는 꼴이다. 물론 다른 개인을 위한 제도가 있지만 실제 도움이 되기 어려운 사정 때문에 정부의 긴급 자금 지원과 더불어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채무조정의 높은 벽… 신복위 "어쩔 수 없다"

 

A씨는 "채무불이행자가 되서 채무조정을 받아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한탄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는 3개월 이상 연체금액이 50만원을 초과하거나 50만원 이하로 2건 이상 연체한 경우에 해당한다.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면 일반적인 금융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신용카드를 만들수 없고 합법적인 신규대출이 어려워진다. 대출금을 모두 상환해도 국내의 금융 기관에서 이러한 연체 기록을 오랫동안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여타 금융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은 정상적인 금융생활이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을 꾸리며 생계유지와 채무상환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이들이 살림을 유지하려고 하면 금융생활은 필수다.

 

채무조정을 위해 신복위에서 실행중인 제도는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 그리고 최근 신설된 '연체전 채무조정'이 있다. 개인워크아웃은 채무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금융채무불이행자에 대해 이자를 전액 탕감해주고 원금 역시 최대 50%까지 감면해주는 제도다.

 

연체기간이 90일 미만인 사람의 경우 금융채무불이행자가 아닌 채무자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프리워크아웃, 연체전 채무조정을 이용할 수 있다.

 

프리워크아웃은 연체기간 30일 이상 90일 미만의 채무자에게 이자의 전액 감면이나 이자율 인하, 상환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다. 연체전 채무조정은 연체기간 30일 이하의 채무자에게 상환유예, 기간연장, 분할상환을 지원한다.

 

연체 기록이 없는 A씨는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그는 신체능력의 저하와 경기침체에 의한 일자리 감소로 빚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되고 싶지 않아 문을 두드렸지만 오히려 빚을 갚지 않아야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역설이다.

 

신복위의 채무조정제도가 금융채무불이행자를 구제하는데 집중되다보니 실제 도움을 바라는 개인채무자까지 포괄하는 지원은 요원하다.

 

▲ <표> 연간 채무조정실적과 종합상담 신청수/표=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1월 22일 기준)에 따르면  신복위의 채무조정을 받은 채무자 수는 지난해 10만6145명으로 2015년의 7만7757명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종합상담 신청건수도 2018년 51만8146건으로 2015년 48만5554건에 비해 상승했다. 실제 채무조정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상담건수의 6분의 1 수준이다.

 

신복위 관계자는 "연체를 하지 않은 채무자가 지원을 받기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채무조정은 채무를 갚기 힘든 개인의 구제를 위한 제도여서 연체가 없는 채무의 경우 개인과 회사간 이뤄지는 정상적인 금전대차거래 관계라 시장원리상 개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개인대출·금융사 고려한 대안 필요"

 

정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소득감소를 우려해 100조원 규모의 긴급자금지원을 발표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아우르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지원대책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A씨와 같이 금융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개선할 필요가 있다. 금융채무를 걱정하는 서민들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면 정상적인 금융생활을 누릴 수 없어 생계 곤경에 빠지게 된다. 정부도 이들의 회생을 위해 몇배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의 깊숙한 곳까지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융채무불이행자외 개인대출자에 대한 세심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현재 채무조정제도는 개인대출자보다는 연체자의 구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대출자가 지원받는 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전체 대출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혜택보다는 개인과 금융사가 처한 상황을 전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대출자들은 정부의 지원이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만 집중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신청자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대출을 감면해주거나 상환유예를 해준다는데 개인대출은 거의 혜택이 없는 수준"이라며 "서민금융센터라고 왔는데 아쉬운 기분만 든다"고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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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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