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칼럼] 계약 취소 했다고 구입 불가라니...

자동차칼럼 / 아시아타임즈 / 2020-03-26 05:06:58

▲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회장
자동차 구입시 지점·대리점을 소비자가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어처구니없는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자동차 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면 대다수 소비자들은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한 번 차량 구입 계약을 했다가 해지한 소비자들에게는 2~3달 정도 다른 영업점에서는 자사 차량을 구매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일종의 소비자 제재 조치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만약 소비자가 계약 의사를 표시하지도 않았는데 영업사원이 일방적으로 전산에 계약을 입력해버린다면 소비자는 처음 방문하는 영업점에서 처음 만난 영업사원에게 무조건 차를 구입해야만 하는 일도 벌어지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규정을 엄밀히 따져보면 해약한 소비자가 다른 영업점에서 차를 구입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아니고, 다른 영업점에서 계약 해지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차량을 판매하더라도 먼저 계약했던 영업사원이 차를 판매한 것으로 간주하여 판매실적 및 수당을 먼저 계약했던 영업사원에게 돌아가도록 규정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들은 이 규정이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 하에서 다른 영업점에서 계약을 해지한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노력과 비용까지 들여 힘들게 차량을 판매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다른 영업점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아예 차량을 팔지 않는 것이다. 개중에는 먼저 계약했던 영업사원과 협의하여 수당을 반반씩 나누기로 하고 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도 있었다.

 

결국 이런 불량 규정 때문에 속된 표현으로 침을 발라 놓기 위하여, 영업사원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먼저 전산 계약을 입력하려고 기를 쓰는 것이다. 그러면 해당 소비자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갖게 되고, 해당 소비자는 자신에게 구입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영업사원들의 불친절과 배짱 영업까지도 유발하고 있다.

 

이달 초에도 영업사원의 일방적 계약에 따른 계약해지로 앞으로 2달 동안은 차를 구입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소비자의 신고를 받고 해결해 준 사건이 있다. 소비자는 “생애 첫차 구입이라 아무런 정보도 지식도 없었다. 영업사원이 정보를 갖고 있어야 결정이 되면 바로 진행이 가능하고, 계약을 않게 되면 정보를 폐기한다는 말만 믿고 신분증을 주었다. 그리고 다른 영업점에 갔는데, 계약 사실이 있어서 2달간 구입을 할 수가 없다니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계약을 진행한다는 문자 하나도 없었으며, 계약금도 지급한 적이 없다.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온다.”고 분개하며 호소하였다. 연맹에서 전화하자 영업사원은 “계약을 해지해 주었으니 나는 할 일 다 했다. 구입 제한 해제 조치는 회사 규정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주장하였고, 결국 본사에 연락하여 구입 제한 조치를 풀어주었다. 물론 이들의 이러한 적반하장 대응은 전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마음대로 정해 놓은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사규 때문이다. 전산 계약 사실조차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이런 영업사원들이, 향후 본인에게 차를 구입하지 않으면 다른 영업점에서는 일정 기간 구입이 불가하다는 말을 해 줄 리가 만무하다. 만약 이런 이유로 울며 겨자 먹기로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가 있다면 사기판매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소비자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첫째는 회사의 악규에 순응하여 정해진 기간 동안 기다렸다가 다른 영업점에서 차를 구입하거나, 둘째는 기분은 나쁘지만 계약을 해지했던 영업사원을 다시 찾아가 차를 구입하기도 한다. 셋째는 다른 회사 차량을 구입하는 것인데, 대개 차량 선택의 폭이 넓지 않기도 하고, 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차량의 성능과 외관은 물론 자신의 취향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차종을 결정하기 때문에 한 번 결정한 차종을 다른 회사 차종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신의 경제력을 넘어 상향 조절하는 것도 쉽지 않고, 차가 사회적 지위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자신이 구입하려던 차보다 한 단계 낮추어 하향 조정하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그래서 꼭 그 차를 구입하겠다며 연맹에 도움을 요청해 온 사건들은 국산차, 수입차를 막론하고 즉각 제한조치를 해제해 주어 전국 어느 영업소에서나 불이익 없이 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만약 자신들이 판매 거부하는 경우 다른 회사 차를 구입할 것이 자명하다면 어떤 자동차 회사가 그런 시건방을 떨겠는가? 자동차 회사들은 한 번 차량 계약을 한 소비자라면 십중팔구 그 차량을 다시 살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도판매라는 미명 하에 정가 판매를 요구하는 것처럼 설사 몇 건을 놓치더라도 소비자들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이 자사 영업사원들의 이익과 편의만을 고려하여, 계약 해지 소비자들에게 부당한 징벌적 제재를 가하는 것인데, 이런 불공정 거래 행위는 이제 즉각 중단해야 한다. 연맹의 요구에 협조적으로 해결해 준 사건들은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번 사건의 회사명과 차종은 공개하지 않지만, 공식적인 향후 입장 표명 요구에는 답이 없었기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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