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광양 서동용 변호사의 ‘내다보는 5년과 되돌아보는 5년’

지역오피니언 / 정상명 기자 / 2019-12-01 10:00:06
▲ 서동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저는 광양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서동용이라고 합니다.

제 이야기 좀 들어보실래요?. 지금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법학전문대학원, 소위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가 될 수 있지만, 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교육을 마쳐야 변호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이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 경우입니다.

제가 다닐 때 대학의 풍경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지금은 캠퍼스의 낭만을 느끼며 자유롭게 공부하는 대학, 혹은 취업 준비를 위해 애쓰는 장소라면 과거에는 공부와 취업보다는 독재 타도, 민주주주의 쟁취를 외치는 곳이었습니다.

독재정권이라는 말이 멀게 느껴진다면 최근 자주 보도되는 홍콩 시위 영상이나 영화 ‘택시운전사’, ‘변호인’, ‘1987’를 보면 좀 더 피부에 와 닿을 겁니다.

그 시기는 평범한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 때리고 살해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잡아다 고문하며, 자유로운 모든 말과 행동을 금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일례로 여러분들은 ‘실화냐’라고 할 테지만 가수 김추자의 노래 ‘거짓말이야’는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고 또 그녀의 안무 손동작은 ‘간첩들에게 지령을 전하는 수신호’로 의심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억압의 시절에 저는 연세대학교 행정학과에 들어갔고 민주화운동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고민과 갈등이 없지는 않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시민들을 잡아 가두고 때리는 전두환 군사독재에 분노를 느끼고, 약자를 위해 힘쓰는 선배들의 헌신적인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 그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두 차례 구속되어 구금생활도 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인천에서 가스계량기를 제작하는 공장, 양은냄비를 만드는 공장 등에 취업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세우고 근로기준법을 보장받게 하는 데 힘썼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걸스데이의 혜리가 아르바이트 광고에서 당당히 말한 최저시급, 주휴수당 같은 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활동이었습니다.

노동운동은 쉽지 않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친 저는 고민 끝에 고향 광양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커피하면 아메리카노지만 당시는 다방에서 타주는 믹스커피와 계란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가 유행이서 그런 차 재료를 공급하는 장사를 했습니다.

2년 뒤에는 더 큰 꿈을 안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인터넷도 없고, 사진 한 장도 저장하지 못할 용량인 1.4메가바이트의 플로피디스크도 사용하던 시절이었는데, PC 판매,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이었지요. 그러나 기대와 달리 엄청난 부채를 안고 쫄딱 망하고 말았습니다.

실의에 빠진 저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가까운 친구들이 사법시험에 도전할 것을 권유했는데, 어렵고 힘든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 겁이 났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어느 날 지난 5년을 더듬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무엇을 했는지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었습니다.큰 의미 없이 너무 빨리 지나간 세월이었습니다. 저는 ‘미래의 5년은 길게 느껴지지만 과거의 5년은 짧았다. 5년 후에도 되돌아보면 지금과 마찬가지일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저는 시험 준비를 시작하기에 매우 늦은 나이인 36세에 사법고시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각고의 노력 끝에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가 사랑하는 고향에서 법적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기쁜 마음으로 돕고 있습니다.

공부하느라 힘들죠?. 가족, 친구와의 관계도 쉽지 않고요.미래가 불안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심지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할 수 있지만 5년 후의 내가 되어 지금의 나를 보면서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응원해주세요.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곡의 노랫말처럼 여러분 자신의 마음,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하루하루 다독이다보면 어느새 5년 뒤엔 더 멋지고, 행복한 여러분이 되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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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기자
정상명 /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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