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채 칼럼] 중한 처벌이 필요한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착취 범죄

정순채의 사이버산책 / 정순채 동국·경희사이버대 객원교수, 박인우 법률사무소 고문 / 2020-03-26 11:00:09

 

▲ 정순채 동국·경희사이버대 객원교수, 박인우 법률사무소 고문
미성년자 여성 등을 협박해 촬영한 성착취 동영상을 메신저에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관련 사건이 알려지면서 청와대의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에 세워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은 닷새만에 300만명이 동의하는 등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제목이 다른 같은 내용의 청원 인원까지 포함하면 550만명이 넘는다.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박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조주빈(25세)이 만든 텔레그램에서 범행이 이뤄져 ‘박사방 사건’으로 불린다. 경찰도 16명의 미성년자 포함 여성 74명을 협박해 여성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수만 명에게 가상화폐를 받고 판매한 ‘박사방’ 운영자 신상을 공개했다. 조씨의 신상정보와 행적이 드러나면서 공범과 이를 받아본 유료 회원들까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2020. 3. 23. 현재 n번방 등 텔레그램 성 착취물 운영자와 공범 28명 등 총 124명을 검거해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 또한 26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성 착취물 공유방 60여 곳의 이용자도 법에 근거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 메신저인 디스코드 등을 통한 성착취 영상 제작 및 유포행위도 수사 중이다.

아동 등 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 제작이나 유통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처벌된다. 이법 제11조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하면 징역 5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영리 목적으로 이런 음란물을 판매 등의 방법으로 유포하거나 판매 등의 목적으로 소지·운반, 공연히 전시나 상영하면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그리고 단순히 이런 음란물을 배포, 공연히 전시 등의 행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음란물을 단순히 소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미국이나 영국은 아동 음란물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강하다. 미국은 아동 성착취 영상물을 소지만 해도 평균 5년 10개월의 징역, 아동 성착취 영상물 판매는 평균 11년 5개월의 징역형이다. 영국도 영상 소지만 해도 최대 5년이라는 중형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처벌은 매우 약하다. 2018년 다크웹에서 아동 성학대 영상물을 공유한 웰컴투비디오(Welcome To Video) 한국인 운영자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다른 223명의 한국인 이용자들도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필자도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 수사했다. 이 사이트에 한 번 접속하고, 아동음란물 영상을 다운받은 미국인은 징역 70개월, 보호관찰 10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미성년자 성착취물 소지자 25명중 실형은 2명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한 ‘와치맨’ 전모씨는 지난해 9월 구속돼 금년 3월 19일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해당 사건을 보강 수사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약칭 ‘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성인 대상 성범죄보다 가중처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아동청소년 관련 성범죄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1989년 전 세계 아동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UN 아동권리협약’에 반한다.

경찰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등 SNS와 다크웹, 음란사이트, 웹하드 등 4대 유통망 특별 단속을 위해 ‘디지털성범죄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박사방의 조력자, 영상 제작자, 성 착취물 영상을 소지하거나 유포한 자 등 가담자 전원을 공범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아울러 불법 행위자에 대한 신상 공개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도 대화방 개설 운영자 및 적극 관여자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고,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국제형사사법 공조로 범죄 수익을 추적해 환수하고, 디지털 성범죄 법정형 상향과 가해자 신상공개, 시청행위 처벌 가능성도 검토한다는 보도다.

아동·청소년 음란물 등 디지털 성범죄는 영혼 살인을 동반한 사회적 살인이다. 낮은 범죄의식과 무한한 사이버공간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날로 깊어진다.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등 중한 처벌을 위한 관련법 재·개정으로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는 과감한 빗장을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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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채 동국·경희사이버대 객원교수, 박인우 법률사무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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