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석유 1억9천만배럴 '도유근절' 선언한 대한송유관공사를 가다

산업 / 조광현 기자 / 2020-05-20 13:45:16
도유 범죄, 3년 평균 14건...올해 단 1건 발생

[아시아타임즈=조광현 기자]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전국 땅 속 곳곳에는 송유관이 있고, 매 시각 기름이 흐른다. 해안지역 정유공장에 도착한 원유는 정제 공정을 거쳐 이 파이프를 타고 전국 각지 도소매 업소를 거쳐 소비자까지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매설된 송유관의 길이는 서울부산 고속도로 길이의 2배 이상인 총 1104km에 달한다. 기자는 지난 19일 한반도 석유 공급의 대동맥이자 심장인 대한송유관공사 판교저유소를 방문했다.

 

▲ 판교 저유소 휘발유 저장탱크 모습. 사진=대한송유관공사

◇ 대한송유관공사, 대한민국 석유 수송량의 60% 책임진다

대한송유관공사는 국가경제 고도성장으로 급증하는 석유에너지 수요를 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1990년 정부와 국내 정유4사, 항공2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이후2001년 정부지분을 정유사에 분할 매각함으로써 현재는  정유4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지분을 나눠 소유하며 민영화 됐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송유관을 통해 국내 석유 수송량의 60%에 달하는 연간 1억8905만배럴 이상을 실어 나름과 동시에 판교, 대전, 천안 등 전국 11개 저유소 164기의 탱크에는 국내 소비량의 6일분에 해당하는 500만 배럴의 경질류를 비축할 수 있다.

특히 판교저유소는 수도권 유류공급의 핵심시설로 총 217만9000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40기의 탱크와 84개의 출하대를 통해 일일약 44만 배럴을 출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송유관은 환경오염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며 “기상조건, 시간, 교통환경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천후 대량수송이 가능해 운송비용과 운송 소요시간이 대폭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판교 저유소에 저장된 휘발유가 옮겨지는 송유관. 사진=대한송유관공사

◇ 기름도둑과의 전면전...가시적 성과로 이어져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위해서는 배관망 관리가필수적이다. 배관 안정성은 내부적 요인보다 외부의 인위적 파손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송유관 기름 절도범죄다.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는 도유범죄는 그 자체로도 중대범죄지만 도유 과정에서 화재나 인명피해, 상수원 오염 등 큰 사고로 확산될 수 있고. 훔친 석유가 무자료로 유통됨으로써 석유 유통질서가 파괴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8년부터 도유근절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도유 범죄와 전면전을 진행 중이다. 도유범 소탕을 위해 △감지 시스템 고도화 △인력 감시체계 확충 △관계기관 협력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송유관 석유 절도 행위를 근절해 나가고 있다.

핵심 근절 대책인 감지 시스템 고도화의 중심에는 자체 개발한 누유감지시스템(d-POLIS)이 있다. 송유관은 일정 압력에서휘발유, 경유 등이 흐르고 있는데외부 충격이나 인위적인 파손으로 기름이 새게 되면 유량과 압력에 변화가 생긴다.

d-POLIS는 송유관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미세한 압력·유량·온도·비중 변화에 대한 정보가24시간 수시 전송되어 자동분석되도록 고안된 시스템으로 기름이 새는 위치와 양까지 탐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동식 감지 기능이 추가되면서 실시간 탐측이나 장소제한 없이 모니터링이가능한 모바일 d-POLIS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세계 최초 LTE통신을 기반으로 개발·상용화된 기술로 정밀성과 활용성을 인정 받아 특허로 출원되는 등 d-POLIS 관련 특허만 10건에 달한다.

기술 고도화와 함께 감시 인력을 활용한 예방체계도 상시 가동 중이다. 관로 상부에서 송유관 피복손상을 탐지할 수 있는 특수장비인 관로피복손상탐측기(PCM)를 이용해 탐측을 강화하는한편, CCTV를 관로 전구간에 설치해 수시로 도유를 감시하고, 야간이나 차량 진입이 힘든 구간은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대한송유관공사는 도유범 검거율을 대폭 향상시키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 최근 3년 평균 14건이였던 도유 범죄 건수는 올해 들어 단 1건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 도유범죄는 조직적 중대범죄, 근절을 위해 국가·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도유범 검거를 위한 관계기관의 다양한 노력으로 검거율은 높였지만, 여전히 높은 재범률은 골칫거리다. 전문가들은 그에 대한 원인으로 도유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도유범 선고 형량을 살펴보면 2년이하의 징역형이46% 수준으로  도유범죄의 심각성 등을 고려하면 그 처벌수위가 미약한 실정이다.

법원이 송유관 도유행위를 생계형 범죄로 인식해 형량을 낮춰주기 때문으로, 집행유예나 불구속으로 풀어주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가볍게 풀려난 도유범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범행을 모의한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는 "도유범죄는 막대한 국가적, 사회적 폐해를 발생시키다"면서 "우선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샌 기름에 주변 토양은 물론 하천이 오염되는 환경피해가 있다. 기름에 오염된 토양과 수질을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이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도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유범죄는 생계형 범죄가 아니다. 도유로 인한 환경오염, 국가 재물 손괴 등 중대한 국가적 범죄"라면서 "재범률을 낮출 수 있도록 강력한 형량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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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현 기자
조광현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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