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정책 이대로는 안된다] 그들의 인권과 노동권도 존중해야 한다

신남방시대 / 김태훈 기자 / 2020-02-27 15:30:11

[아시아타임즈=김태훈 기자] 아세안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는 어떨까? 베트남 수출의 상당부분을 기여하는 삼성전자 등 현지인들도 사랑하는 기업들도 많지만 일부 기업들은 아세안 노동자들을 '싼 임금을 주고 막 대할 수 있는 이'로 인식하고 있어서 문제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아세안 시장을 점령하는 중국의 일대일로나 긴 기간 동안 경제 원조를 통해 만들어진 호감을 통해 영역을 확대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한류'로 대변되는 소프트파워에 의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기본원칙으로 3P인 사람(people), 평화(peace), 공동번영(prosperity)을 내세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와 같은 컨트롤타워가 출범하는 등 요인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피해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국내연락사무소(NCP)가 유명무실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아세안에 투자하고 있지만 각종 사건사고나 인권 침해, 임금 체불 등 투자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와 기업이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아세안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이는 신남방정책의 성공의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부산 누리마루에서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를 영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소재한 봉제업체인 A업체를 운영하는 ‘미스터 킴’이 약 3000명에 달하는 현지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한 채 야반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2월 무하마드 하니프 다키리 인도네시아 노동부 장관은 ‘2019 코리안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연사에서 이 사건을 지적한 뒤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에게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 4월 ‘미스터 킴’이 체불임금 지급용으로 국내은행에 맡긴 약 80억 루피아(약 7억원)는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에 송금됐고, 현재 체불임금과 퇴직금 입금은 양측이 합의해 마무리됐다. 

국내에서는 크게 조명되지 않았지만 한국 기업이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현지 직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일도 있었다. 지난 2018년 6월 호전실업은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계약이 종료되며 인도네시아 ‘카호인다’ 공장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며 당국에 폐업을 신고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공장이 문을 닫더라도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호전실업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폐업 전 직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했다고 미국의 노동자인권감시기관인 노동자컨소시엄(WRC)이 폭로했다. 

WRC에 따르면 호전실업 공장 경영진은 관리자들에게 ‘직원들의 사직서를 받아내는 방법’ 등을 소개하거나 양심가책을 느껴 지시에 불응한 관리자에게는 보일러실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결국 대부분의 직원들은 압박을 이기지 못해 10월께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WRC가 인도네시아 사법당국에 이 사건을 알렸고, 양측은 합의를 거쳐 450만 달러(약 54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2차례에 걸쳐 지급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이 아세안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경우 봉제공장 등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해 다수의 직원을 고용하는 사례가 많아 공장 폐쇄나 야반도주가 발생하면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이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한국은 지난해 12월 해외한국기업 노무관리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현지 노동자들의 구제는 여전히 '머나먼 얘기'다. 현지 근로자들은 한국 기업주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아 문제를 제기하려해도 현지 공관들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아세안 진출 시 인권 침해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이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부재했고, 한국 기업들도 현지 법률을 무시하거나 노동권 존중 관행을 확립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정부부터 우선 한국 기업들의 인권 침해 문제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공관업무와 연락사무소를 구성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악질적인 야반도주나 노동탄압 사례의 경우 국내법을 적용하거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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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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