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통신] 국내서도 '테슬라' 나오길 원하면 '공매도' 아예 폐지해야

증권 / 김지호 기자 / 2020-08-13 13:48:58

[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오는 9월 15일까지로 예정된 한시적 공매 금지 조치의 연장을 두고 금융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소문난 공매도 옹호주의자들이지만, 이번에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워낙 거셀 것으로 예상되자 일단은 입을 닫고 있다. 겉으로는 13일 관련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면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공매도는 이번에 아주 폐지하는 것이 맞다. 금지 조치 연장이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 공매도 옹호론자의 가장 큰 근거는 공매도의 순기능이라는 거품 방지 효과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여기서 ‘거품’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 불확실하다. 만일 전통 잣대인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근거로 한다면 이는 현재 증권시장에 전혀 맞지 않는 기준이다.

미국 증시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올 6월말 기준 PER이 211배, PBR은 27.74배에 달한다. 아마존닷컴은 PER이 무려 1626.03배, PRB은 21.12배다. 애플은 199.15배, 26.20배다. 하지만 공매도 옹호론자들이 이들 종목에 거품이 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들 종목은 과거 더 높은 PER과 PBR을 보였음에도 꾸준히 주가가 상승해 세계 최고의 몸집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향후에도 얼마나 기업이 더 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즉 ‘거품’이라는 말 자체가 이전 굴뚝산업 시대의 증시에 대한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산업의 성장에는 ‘거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플랫폼기업의 선두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과 엔씨소프트 등은 과거 벤처붐의 산물이다. 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벤처붐의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기업이 망하고 자금이 빠지기도 했지만 살아남은 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컸다.

최근 높은 관심을 받는 바이오주 등도 마찬가지다. 기업 성장에는 과감한 투자와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PER과 PBR을 기준으로 고평가됐으니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특히 지금과 같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 저물가)·제로금리 시대에 거품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공매도 옹호론자들의 다른 근거는 외국인의 이탈 가능성이다.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으로 외국계 자금이 모두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틀린 말이다. 오히려 공매도가 있음으로서 외국인이 자금을 빼나가기 쉬워진다.

국내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마다 ‘외국인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불렸다. 워낙 인프라가 잘 돼 있으니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외국인은 손쉽게 자금을 빼간다.

공매도 역시 주식을 빌리는 것만 다르지 매도의 한 종류다. 이처럼 외국인이 쉽게 한국시장에서 자금을 빼가면서 국내 증시는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됐다. 최근 공매도가 금지되고 나서야 지수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외국인 자금은 공매도가 금지와 관련 없이 돈이 되는 기업이 있으면 모이기 마련이다. 공매도가 가능하다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공매도가 폐지돼야 하는 다른 이유는 개인투자자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신용도자 자금규모가 떨어지는 개인은 아무리 제도가 바뀌어도 공매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이다. 지난달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총 국부(國富) 1경6621조5000억원 중 총 85%인 1경4120조원을 부동산(건물+토지)가 차지했다. 가계 역시 전체 순자산의 76%가 부동산이었다. 이에 비해 미국은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금융자산이 차지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통해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면서 사실상 기관과 외국인만 가능한 공매도를 지속하는 것은 개인을 주식시장에서 내쫓는 꼴이된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증시에 뛰어든 것은 공매도가 제한적이나마 금지된 덕이었다. 가계 자산을 증시로 더욱 끌어들이고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매도는 아예 폐지하는 편이 낫다.

금융당국은 이제 과거 책에서만 배운 공매도의 순기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주식시장에서는 PER, PBR보다는 ‘PDR(Price to Dream Ratio·주가꿈비율)’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개인투자자의 꿈을 공매도로 좌절시켜서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 공매도는 기업과 경제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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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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