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화 칼럼] ‘혁신을 즐겨라’

정균화의 세상읽기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 2020-04-21 14:35:02
▲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우리가 사 입는 옷의 치수표와 매장 구조는 남녀 양성 모두의 외모와 신체 치수에 관한 편견을 조장하고 강화한다. 학교 책상 모양과 각종 비품은 왼손잡이 차별을 당연시하고 있다. 여자 화장실에만 있는 기저귀 교환대나, 차가 있어야 학교에 갈 수 있는 교외 마을 구조 등은 육아와 가사를 엄마의 몫일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배신著者 캐스린 H. 앤서니’에서 디자인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정의한다고 말한다.

 

美의회에서 화장실 평등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다. 저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환경을 구성하는 디자인에서 젠더, 연령, 체형 편향과 그 이면의 미스터리들을 파헤치는 작업을 해왔다. 하이힐, 넥타이, 옷 치수부터 시작해 어린이 장난감, 대중교통, 의료설비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디자인에 담긴 편견을 심층적으로 파헤친다. 나아가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관한 고민과 행동을 촉구하는 그는 좀 더 공정하고 편견 없는 세상,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이렇듯 우리들 대부분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디자인들은 젠더, 연령, 체형, 계층 등에 관한 편견을 교묘하게 조장하고, 인간 불평등을 지속한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의류와 제품, 건물 설계의 개발과 생산에는 생산자의 편향이 개입한다. 

 

잘못된 디자인의 폐해는 이뿐만 아니다. 이 디자인들은 사용자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유행에 맞추어 높고 거대해진 침대 매트리스는 노약자에게 침실을 가장 위험한 곳으로 만든다.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어린이 옷장과 TV는 툭하면 넘어지고, 한입에 쏙 들어가는 캡슐 세제는 그대로 아이 입속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 미국 평균 체형의 남성 운전자에게 맞춰 디자인된 자동차는 여성이나 평균 신장 이하인 남성들의 자동차 사고를 유발한다. 이런 안전사고는 일견 안전 불감증에서 나온 듯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결국 사용 주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에서 나온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기존의 룰을 깬다는 것은 쉽지 않다. 금세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기도 힘들뿐더러, 그 과정에는 생각지 못한 아픔이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기존의 룰을 깰 필요가 있다. 상식을 파괴하고 혁신을 즐겨라『라쿠텐 스타일,著者 미카타니 히로시』에서 알려준다.

 

‘e-커머스는 자판기가 아니다.’ 이 말만큼은 꼭 기억해뒀으면 한다. e-커머스 업계의 리더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세계적인 규모의 자판기를 만들어냈다. 주문 상품을 정해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면 상품이 마치 자판기처럼 나오는 것이다. 라쿠텐의 경쟁 기업들 중에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이 ‘자판기식 시스템’을 만든 곳이 있다. 그로 인해 ‘인터넷을 이용한 자판기식 구매 시스템이 가장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가 기업 인수에 나선 진짜 목적은 비즈니스상의 전략을 넘어서 는 데 있다. 세계와 한층 더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싶은 것이다. 기업이 국경을 넘어 공통 과제를 풀기 위해 단결하고, 공통의 가치관 을 위해 일한다. 인수 과정이 순조로이 이뤄지면 경쟁 상대가 반드시 비정한 라이벌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성공하면 글로벌 기업의 실현에도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회사를 팔고 싶다’는 제안을 들었을 때 내가 깜짝 놀란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그의 제안이 비즈니스 기회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를 초월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찬스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라쿠텐이 처음 시작한 사내 영어공용화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건 사내외, 나아가 해외로도 파급되었다. 최초의 반향은 영어공용화 방침을 공표하고 불과 몇 시간 만에 돌아왔다. 과거 라쿠텐은 여러 건의 기업 인수를 통해 발전해왔다. 성장하고 진화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였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 라쿠텐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이 ‘영어공용화 프로젝트’였다. ‘보수적인 일본의 인터넷 기업이 사내 영어공용화를 실시한다.’는 뉴스가 전 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라쿠텐이란 화젯거리는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전파되고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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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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