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불법 사금융 웃는다

경제일반 / 신도 기자 / 2020-07-31 08:25:38
국회, '이자제한법·대부업법' 개정안 6건 계류중
법정금리 낮추면 저신용자 불법 사채 빠질 가능성
2019년 저신용자 최대 19만2000명 불법 사채 이용
"최고금리 낮추면 '무르기' 못해…신중 결정해야"
▲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사진=서민금융연구원
[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서민들의 금융부담을 낮추고자 국회를 중심으로 현행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20~22%로 줄이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과 금융권 사이에서 취지는 좋지만 더 많은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 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최고이자율 조정을 골자로 하는 6개 법률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자제한법 제2조 1항에 규정된 25%의 법정 최고금리를 22.5%나 2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정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3건, 대부업법에 규정된 27.9%의 최고이자율을 20%로 조정하거나 개인, 소기업의 경우 22.3%로 낮춰야 한다는 개정안이 3건이다.

국회의 이같은 움직임에 금융권은 서민금융에 리스크가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회가 새로 개원할 때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꾸준히 논의됐었지만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은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는 지난 2010년 44%에서 7년만에 24%로 대폭 하락했다. 정책상품은 금융사들의 재원으로 마련되는데 무턱대고 법정 최고금리를 낮춰 정책상품의 한계와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대부업체들의 대출 공급을 막아 돈을 빌릴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대출을 내줘도 이자가 적어져 수익이 줄어들게 돼 안정적으로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빌려주거나 대출 자체를 막아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지난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모든 대부업체에 정부 등록을 강제하고 금융당국 관리감독 아래에 둬 대부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저신용자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가 하는 점은 의문"이라며 "제도권에 흡수된 대부업체에 '채찍'만 가하고 '당근'을 주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정치적 논리가 개입돼 이벤트성으로 진행돼온 측면이 있다"며 "최고금리를 인하하는건 좋은데 저신용자에 대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법 사금융이 활개칠 여건을 만들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 3월 서민금융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대부업체에서도 대출받지 못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다고 답한 저신용자수는 10.2%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약 12만5000~19만2000명 규모로 추산된다. 대부업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채업자를 찾아가는 수는 제외된 것으로 불법 사금융에 노출된 저신용자를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큰 셈이다.


조 원장은 "금융기관, 회사채 공모시장, 자산유동화시장 등 금융공급시장에서 대부업체가 자금을 조달할 길은 여전히 막혀 있다"며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도 상각처리조차 못해 매각으로 변칙적인 손실을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처리해야 하는 게 대부업계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자금조달 방법도 막힌 상태에서 대출이자율을 낮출 여력이 한계에 달해 결국 상대적 고신용자를 상대로 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부업체에서도 퇴출당하는 저신용자들과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로 추가 발생하는 저신용자들에게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알맞은 대부업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는 '무르기'가 없어 출구도 터주지 않고 막다른 골목으로만 몰아가서는 제도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며 "법상 최고금리 인하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진정으로 '금융 난민'이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함과 동시에 사회적 합의로 법정 최고금리 수준을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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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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