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Q] 라임 이종필도 펀드 실사 앞두고는 '덜덜' 떨었다

증권 / 김지호 기자 / 2020-05-23 07:41:37

[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주범인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도 펀드의 실사를 앞두고는 자신의 범죄행각이 드러날까 두려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운용업계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실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사진=연합뉴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에 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돌연 잠적했다가 지난달 23일에야 검거됐다. 잠적 당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각종 범죄 혐의가 의혹 수준이었지만 이 전 부사장은 도주를 택해 증권가를 놀라게 했다.

이 전 부사장의 도주에는 삼일회계법인의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실사 돌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전 부사장은 삼일회계법인이 펀드 실사에 들어가면 모든 불법 행각이 드러난다며 주변에 불안감을 자주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폰지사기인 ‘메이도프 사건’을 밝혀내는 데도 펀드 실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액만 650억 달러(약 80조5000억원)에 달하는 메이도프 사건은 이미 1999년 애널리스트 해리 마코폴로스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혹을 제기했지만 묵살됐다.

결국 코스닥시장의 폭락으로 그 실체를 드러낸 라임처럼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고 나서야 메이도프의 범죄행각도 드러났다. 희대의 금융사기범 버나드 메이도프는 징역 150년을 선고받았고 이 전 부사장도 재판을 받고 있다.
 

▲버나드 메이도프

메이도프는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까지 지낸 금융계 거물이었고 이 전 부사장은 ‘퀀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리면서 사기범으로서의 ‘기본 스펙’을 쌓았다. 10~15%의 꾸준한 수익률은 폰지사기를 위한 완벽한 덫이었다.

금융당국이나 회계법인이 펀드 실사에 미리 나섰다면 충분히 두 사건 다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메이도프는 교도소에 수감돼 “SEC 감사관들이 어음교환소 계좌나 관련 기업들과의 거래내역에 대해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며 SEC의 무능력을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현재는 법적으로 금융당국이 부실 펀드에 대한 실사에 나설 근거가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자본시장법은 부실화된 펀드 자산 실사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특히 라임과 같은 사모펀드는 더욱더 법적인 규제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라임 사태에서는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강하게 펀드 자산 실사를 요구해 보다 상세하게 이 전 부사장 등의 범죄행각을 잡아낼 수 있었다. 라임자산운용도 처음에는 실사를 거부했지만 피해 투자자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면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이번 라임 사태를 계기로 판매사와 운용사가 합의를 통해 펀드 실사에 나서는 관행이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라임과 같이 감시가 소홀한 사모펀드에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라임 사태 이후 펀드 실사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법적인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필요하면 해야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에서는 자산총액 500억원을 초과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외부감사가 의무화했다. 하지만 전문투자자(기관투자자 포함)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투자자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외부감사 적용이 제외된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 펀드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투자자는 자신들이 회계법인보다 펀드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기관투자자가 많다”며 “과연 펀드 내에서 돈이 나가 투자자 수익이 줄어드는 펀드 감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지 의문”이라고 예상했다.

한편에서는 라임 사태로 인해 잘하는 사모펀드 운용사까지 실사를 받도록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아무런 문제없이 잘 하고 있는데, 라임 사태가 터졌다고 싸잡아 문제가 있다는 시선으로 사모펀드를 봐서는 안 된다”며 “비용부담도 결국 투자자에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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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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