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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1일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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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주의 한의학카페

[권강주 칼럼] 5월-신부의 꽃 작약(芍藥) 여성엔 ‘최고의 묘약’

누가 길가의 꽃에는 주인이 없다 했나, 임금님이 날마다 살피시는데. 이른 여름 기꺼이 반기며, 저 홀로 남은 봄을 마무리하네. 낮잠 자다 바람 불어 깨어난 모습이더니, 빗물에 고이 씻겨 새벽 단장 새롭구나. 궁중의 여인들아 이 꽃을 시샘치 마라, 예쁘기는 비슷해도 필경 참은 아닌 것을 誰道花無主 龍顔日賜親 也應迎早夏 獨自殿餘春 午睡風吹覺 晨粧雨洗新 宮娥莫相妬 雖似竟非眞. 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이 편찬한 시문선집 동문선(東文選)에는 고려의 문신이며 학자인 조통(趙通)이 쓴 ‘작약(芍藥)’이라는 오언율시(五言律詩)가 수록되어 있다. 왕이 좋아하고 궁녀들이 시샘할 만큼 풍성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작약꽃을 노래한 시이다. 옛사람의 재치와 유머가 느껴져서 작약꽃에 대한 감흥이 새롭다. 모란(목단牡丹)꽃이 지고나면 곧 이어서 작약이 크고 탐스러운 꽃을 피우는데, 다른 꽃들에 비해 유난히 크고 함지박 만하게 피어서 함박꽃이라 했던가. 모란꽃과 더불어 원예종으로서 오래 전부터 재배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한약재로서도 매우 귀하게 쓰이는 식물이다. 백작약·적작약·호작약·참작약 등 다양한 품종이 있는데, 최근에는 관상 목적의 다양한 색과 모양의 꽃이 개량되어 종류가 더욱 많아졌다. 작약은 중국이 기원인 식물로서 B.C 500년 이전부터 약용식물로서 재배되었다고 하니 그 역사가 매우 깊다. 중국에서는 모란을 화왕(花王)이라고 하여 꽃 중에 제일로 꼽았고, 작약은 모란 다음의 꽃으로 여겨 화상(花相)이라고 하였다. 모란은 목본식물이며 작약은 초본식물로서 겨울이 되면 지상부가 전부 쓰러져버리는 작약과는 달리 모란은 나무줄기가 남아 있어서 외관상 구별이 가능하다. 또한 뿌리의 중심에 질긴 목질부의 심경이 있는 모란과 심경이 없는 작약으로 구분하기가 쉽지만, 꽃만 보고 모란과 작약을 구별하는 것은 전문가라고 해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서면 작약, 앉으면 모란, 걸으면 백합'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름다운 꽃의 대명사로서 예로부터 미모가 뛰어난 여인들을 모란이나 작약에 비유하여 표현하였다. ‘부귀, 영화, 왕자의 품격, 행복한 결혼’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는 모란과는 대조적으로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 부끄러움이라 하니 그 사연이 궁금해진다. 아주 오랜 옛날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었던 왕자와 공주가 있었다는데, 왕자는 전쟁터에 나가고 그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주는 왕자가 전사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공주는 소문에 반신반의하며 왕자가 사는 나라로 갔다. 안타깝게도 왕자는 정말 전쟁 중에 전사하였고 그 자리에 모란꽃이 피어있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후 슬픔에 잠긴 공주는 신에게 왕자와 함께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를 가엽게 여긴 신이 그 부탁을 들어줘서 공주를 작약으로 만들어줬다고 하는 전설, 모란이 지고 난 후에야 작약꽃이 피어나는 것과 맥락이 닿아 그럴듯해 보인다. 작약의 영어 이름 ‘피오니(peony)’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파이온(Paeon)’에서 유래한 것인데, 파이온은 약초를 이용해 신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신들의 의사’로서 올림퍼스산에서 채취한 작약의 뿌리로 플루토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고 한다. 모란의 영어 이름은Tree Peony이다. 작약의 약성은 차고, 맛은 시고 쓰다. 항경련작용과 진통, 항염, 간장보호, 면역조절작용이 있어서 위장염과 위장의 경련성 동통에 진통효과를 나타내고, 소화장애로 인한 복통·설사·복명(腹鳴)이 있을 때에 유효하며, 이질로 복통과 후중증이 있을 때에도 효과가 빠르다. 부인의 월경불순과 자궁출혈에 보혈·진통·통경의 효력을 나타낸다. 만성간염에도 사용되며 간장 부위의 동통에도 귀하게 쓰인다. 또한 항종양, 항고지혈증, 항노화, 항스트레스 및 학습기억능력촉진등의 작용이 있음이 보고됐다. 청열양혈[淸熱凉血], 활혈산어(活血散瘀)의 효능이 있어서 피부에 붉은색 또는 자색의 반점이 생기며 토하고 코피가 나는 증상이나 혈액순환이 더디고 원활하지 못하여 발생하게 된 폐경이나 월경불순, 월경으로 인한 허리와 아랫배의 통증, 또는 뱃속에 덩어리가 생긴 증상에도 사용하며, 타박상이나 염증, 종괴, 피부병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빈혈로 인한 팔과 다리의 근육경련, 배복근경련에 진경·진통의 효과가 좋아 한방에서는 비교적 많이 사용하는 약재이다. 민간에서는 빈혈에 차로 음용하기도 하는데 산후에 발열이 심할 때에는 복용을 삼간다. 아름다운 꽃모양보다 쓰임새가 더욱 아름다운 꽃, 작약이다.

[권강주 칼럼] 돌 틈 사이 돌나물은 귀한 ‘항암 약초’

이른 봄부터 차례차례 선보이며 입맛을 돋우고 면역을 올려주던 장터의 봄나물들도 이제는 거의 마지막 단맛을 움켜쥐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연재하면서 예전보다는 훨씬 더 깊숙한 눈길로 계절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땅과 생명과 생명력에 대한 감동은 더해진 듯하다. 지난겨울, 특별한 추위를 겪어야 했던 많은 식물 중에서도 특히 작고 가냘픈 식물의 마른 줄기에서 움이 트고 꽃이 피는 광경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진한 감동이다. 차갑고 마른 바닥에 버려진 듯 방치되어있던 작은 화분에서 파릇파릇 돋아나는 생명, 맨바닥을 기는 마른 줄기에서 깨어나는 초록빛 이파리는 어느 날 내게 “안녕?^”하며 인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안녕, 꼬마야^ 추운 겨울을 나느라 고생했다. 다시 만나게 되어 고맙고도 고맙다!” 이것은 돌나물과 나와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돌나물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돌나물과의 다년생 초본식물로서 전국 곳곳에 분포되어 있으며, 연꽃을 닮은 듯한 잎의 생김새나 생태적 특징으로 인하여 석련화(石蓮花), 석상채(石上菜), 수분초(垂盆草), 불갑초(佛甲草), 와경천초(臥景天草), 돈나물 등 여러 가지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잎이 두꺼운 다육식물로서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지만 마사토같은 건조한 토양에서도 잘 견디고, 잘린 잎줄기로도 잘 번식되는 생명력이 아주 강한 식물이다. 화분이나 돌 위에 심어서 바위솔이나 기타 다육식물처럼 관상용으로 가꿔도 매력이 있는 식물인데, 오뉴월이 되면 작고 귀여운 별 모양의 꽃이 노랗게, 노랗게 핀다. 섬유질이 적고 비타민 C와 인산이 풍부하며 새콤한 신맛도 있어서 식욕을 촉진하는 돌나물은 무침이나 물김치,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활용되고 있는 식재료이다. 사르멘토신, 세도헵툴로우스, 메칠이소펠레티린 등의 특수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글루탐산, 메치오닌, 이소류신, 류신, 페닐알라닌, 리신, 히스티딘, 알라닌 등 다양한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다. 또한 아연, 셀레늄, 구리, 게르마늄, 마그네슘 등의 함량이 일반 채소나 과일에 비하여 3~10배 정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돌나물은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살균, 소염, 소종, 이뇨, 해열, 해독 등의 작용이 있어서 급만성 간염이나 간경화, 황달, 종기나 부스럼, 요로감염, 대상포진, 습진, 급성기관지염, 인후염, 볼거리 등 각종 염증성 질환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 담즙분비 작용이 있어서 담석증이나 담낭염의 치료에도 도움이 되며, 타박상, 뱀, 독충에 물린 데에는 돌나물을 달여 마시고, 생잎을 찧어 환부에 직접 발라두면 도움이 된다.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한 골격 내 콜라겐 감소를 지연시켜서 폐경기 증상의 위험도 감소에도 효과가 있으며, 최근에는 항암작용이 있다고 알려져서 간암, 폐암, 대장암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유용한 약용식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순한 맛과 상큼한 식감이 일품인 식재료로서 보다 많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설사가 잦은 사람이나 속이 냉한 사람은 과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언 땅을 점점이 녹여가며 팬데믹 시대의 냉혹한 겨울을 녹여내던 봄바람과 봄꽃들과 그리운 사람들을 마스크 없이, 주먹 인사가 아닌 활짝 핀 미소로서 부둥켜안고 반길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 것인가. 며칠 전 문상 중에 만난 오랜 벗들과도 따로 차 한 잔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는 세상의 4월은 아직도 잔인하다. 외신을 통해 듣는 총소리는 언제쯤 평화의 깃발 아래 잠재워질 것인지 미얀마의 4월은 더욱더 잔인하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이런저런 소식에 치켜보는 밤하늘, 어둠 속에 달은 반달, 하늘에 별들은 총총해도 마음은 아프다. 그러는 사이에도 초록은 어느새 대지를 반쯤은 덮은 것 같다. 머지않아 충분하고 완전하게 덮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겨울은 완전한 봄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

[권강주 칼럼] 매화찬(梅花讚), 찻잔에 퍼지는 매화향기 참 오묘하다

우리들의 봄은 언제나 길고 지루한 겨울 추위의 끝자락을 밟으며, 기나긴 기다림 끝에 더디게 더디게 온다. 노랑 노란 꽃들과 더불어 목련이 지기 전에 불쑥불쑥 쑥국과 냉이국, 달래장들이 식탁을 넘나들고 색색 꽃지짐들 또한 그 즐거움에 눈코귀가 어찌 입 덕만 못하랴마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후덕한 봄의 호사를 누리지 못하는 멀리 있는 식구들 생각이 나서이다. 아, 봄, 봄봄봄 하는 사이에 벚꽃 이파리 흩날리는 꽃비를 뿌리며 이 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릴 것이다. 쌀쌀맞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갈 것이다. 다만 쌀쌀한 밤공기는 데리고 갈 것이니 일교차에 고뿔 들 일은 없을 것이다. 일복이 많거나 자유시간 부족으로, 혹은 어찌어찌하다가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봄을 놓쳐버렸다면 그 봄을 기다림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초록 잎새들과 색색의 봄꽃들로 눈과 마음이 복 받은 것이라면 갖가지 봄나물들은 입맛과 오장육부(五臟六腑)와 신체발부(身體髮膚)가 복을 받는 것이리라. 필자가 주로 식탁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물과 채소들, 또는 차로 우려서 마실 수 있는 재료들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며, 가장 자연적이고 한의학 정신에 더욱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회차가 거듭되면 식탁을 벗어나는 약재에 대해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 주변에 흔한 재료들을 먼저 찾을 것이다. 전주의 남동쪽이라고 할 수 있는 아중역터 바로 뒤편, 마치 숨겨놓은 듯 자리하고 있는 조그마한 동네 행치마을에는 지인들과 가끔 들르는 곳이 있다. 설립자의 고급스러운 안목을 느낄 수 있는 갖가지 나무들이 딱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서 있고, 금강산을 재현한 듯 한 기암괴석에 한줄기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풍경까지 멋들어지게 잘 조성된 아름다운 정원 카페 ‘달빛 든 솔’이 있다. 특히 눈길이 가는 나무가 있는데 수령이 100년도 넘었다는 잘 가꿔진 매화나무가 한 그루는 입구에서 길손을 공손히 맞이하고, 다른 한그루는 정원 마당에서 한껏 맵시를 뽐내고 있는 듯하다. 지난여름 살구향인 듯 자두맛인 듯 잘 익은 황매실 맛도 보았으며, 이 봄에는 매화나무에 봄이 오고 있는 것을 짬짬이 지켜보기도 했다. 매화는 매(梅), 난(蘭), 국(菊), 죽(竹)을 일컫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서 고결함과 높은 절개를 대변하는 식물이다. 눈 속에서 피는 설중매(雪中梅), 추위 속에서 피는 한중매(寒中梅) 등 수많은 문인묵객의 사랑을 받아온 꽃이다. 꽃을 강조하면 매화나무가 되고 열매를 강조하면 매실나무가 되는 매화는 반쯤 개화한 꽃을 따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차로 우려 마시면 그 맛과 향이 참으로 일품이다. 딱 한 송이만 찻잔에 우려도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윽한 그 향기는 모나리자의 미소인 듯 염화시중의 미소인 듯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 의하면 매화차는 목이 마르고 소변을 많이 보는 것을 치료한다고 하였으니 당뇨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매화차는 갈증을 해소하고 숙취를 없애며 기침과 구토 증세를 다스린다. 특히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가 잘 안 되며 가슴이 답답하고, 목 안에 이물질이 걸려 있는 것같은 매핵기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 머리가 맑아지고 피부를 깨끗하게 하며 기미나 주근깨의 예방에도 좋다. 매실(梅實)은 강한 신맛이 특징인데 성분의 85%는 수분이며 10%의 당분과 5%의 유기산을 함유한다. 구연산을 포함한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함유된 매실은 피로회복을 돕고, 해독 작용과 살균작용, 구충작용, 정장작용이 뛰어나 오래된 기침이나 인후통, 설사와 변비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유기산 중에서도 시트르산(구연산)의 함량이 다른 과일에 비해 월등히 많다. 시트르산은 섭취한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 작용을 돕고 근육에 쌓인 젖산을 분해해 피로를 풀어주며, 칼슘의 흡수를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한편 매실에 함유된 피루브산은 간(肝)의 해독 작용을 도와주며, 카테킨산은 장(腸) 속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하므로 매실차를 만들어 장복하면 좋다. 매실차를 담글 때 차조기잎을 함께 사용하면 훨씬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항균, 항종양, 항과민, 항노화, 항피로, 항산화, 간보호 작용에 대한 실험적 연구가 다수 보고되었으며, 바이러스성 간염이나 궤양성 결장염 및 과민성 질병 등의 병증에 사용한다. 매화찬(梅花讚)을 하면서 이 글을 정리하는 동안 녹차와 국화차를 섞어서 두세 잔 마시니 며칠 전부터 까닭 없이 붓고 무겁던 눈꺼풀이 부기가 빠지고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낀다.

[권강주 칼럼] ‘콩나물버스 세대’의 콩나물 예찬

코로나19와 한창 전쟁 중인 요즘에도 콩나물시루 버스 논란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수도권 교통 상황을 접하면서, 이와는 대조적으로 거의 텅텅 빈 채로 운행하고 있는 중소도시 노선버스 회사의 수지 걱정을 하는 주제넘은 남자가 여기에 있다. 몇 년 전 서울살이를 마치고 귀향 후 제일 먼저 눈에 띈 장면 역시 거의 빈 차로 운행 중인 시내버스였는데, 어찌 그리도 낯설게 느껴지던지 문득 만원 버스를 타고 통학하던 시절이 떠올라 쓴웃음을 진 적이 있었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들어차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핸들을 좌우로 급조작하며 급제동과 급가속으로 버스를 흔들어대며, 기어이 여유 공간을 만들어내는 신기한 마법사가 운전대를 잡던 시대, 어린 콩나물들은 무릎과 정강이가 반쯤은 으스러지는 듯 비명과 한숨이 배경음악처럼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콩나물국을 먹고 콩나물이 되어 학교에 갔다가 다시 콩나물국으로 저녁을 말아먹던 시절이 있었다. 신기한 일이지만 그래도 어제나 콩나물국은 맛이 있었다. 어머니의 콩나물국, 콩나물무침, 그리고 가끔씩 양념장으로 비벼 먹는 콩나물밥은 별미였다. 콩나물이라고 하면 누가 뭐래도 전주 콩나물이 제일 유명하지 않을까. 콩나물국밥, 콩나물비빔밥은 자동으로 전주콩나물국밥, 전주콩나물비빔밥으로 고유명사처럼 쓰인 지 오래되어 전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이 되었지만 마산의 아구찜이나 미더덕찜 등 찜요리에서도 주재료로써 콩나물이 풍성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그녀에 대한 환상은 사라졌지만 물만 먹고 자라는 콩나물을 생각하자니 진일보한 수경 재배 기술로 상추며 토마토, 딸기, 파프리카 등등 여러 가지 농작물들이 물에서 자라서 꽃피고 열매를 맺는다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인류 최초의 수경재배 작물은 콩나물이 아닐까 싶다. 콩나물은 대두를 발아시켜 뿌리를 자라게 한 것으로 황두아(黃豆芽), 대두황(大豆黃), 또는 대두황권(大豆黃卷)이라고도 한다. 데친 후 양념을 하여 나물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기도 하며, 밥을 지을 때 넣기도 한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음식이라고 할 만큼 국내에서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식재료이지만 외국에서는 콩나물을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하니 이 또한 신기한 일이다. 삼국시대 말이나 고려 초기에 처음으로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세계 최초의 기록으로서 935년 고려 태조가 나라를 세울 때 배고픈 군사들에게 콩을 냇물에 담가 콩나물로 길러 먹게 하였다는데, 당시에는 물만 주면 양이 늘어나는 기적의 식품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이후로도 구황작물로 많이 이용되었다. 고려 고종 때의 의서인 ‘향약구급방’에는 “콩을 싹 틔워 햇볕에 말린 대두황(大豆黃)은 감기를 낫게 하고 속을 시원하게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콩나물에 들어있는 아스파라긴산이 독성이 강한 알코올의 대사산물을 제거하여 숙취에 좋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옛부터 감기와 숙취에 콩나물국을 먹던 습관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아스파라긴산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부분은 콩나물의 잔뿌리이므로 숙취 해소를 목적으로 콩나물을 요리할 때는 잔뿌리 부분을 다듬지 않는 것이 좋다. 콩나물의 원료가 되는 콩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이 풍부하며 특히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할 만큼 다른 식물에 비해 단백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식이섬유, 비타민A와 B, 무기질 등이 풍부한 영양식품이지만 비타민C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콩나물로 자라게 되면 사과의 3-4배에 이를 만큼 풍부한 비타민C가 생성된다. 두 줌 정도면 하루 비타민C 필요량이 모두 충족될 정도로 풍부한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다고 하니 이를 적극 활용해볼만 하다. 세계 각국의 의과대학 임상병리학회실에서는 콩나물의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를 보고하고 있으며, 고혈압, 동맥경화, 비만, 과산화지질, 심근경색, 콜레스테롤, 저혈압에 대한 효과도 보고되었다. 양질의 섬유소와 풍부한 아미노산군, 효소군은 장내 숙변을 완화시켜 변비 예방을 돕고 장을 건강하게 하는데 효과가 크다. 간기능을 높여주는 메티오닌, 사포닌 등 미네랄 성분은 피부 건강에도 도움을 주며 뇌세포에 영양과 산소공급을 활발히 하는 성분이 있어 젊고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콩나물은 우리 서민들의 웰빙 식품이다. 엄동설한에도 7일이면 얻을 수 있는 신선채소이며 전쟁통에도 길러 먹을 수 있는 비타민의 보고(寶庫) 콩나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만물이 성장하는 봄기운을 만끽해보자.

[권강주 칼럼] 고기 버리고 나물만 먹었다는 전설의 ‘미나리 요리’

1924년에 출간된 세상에 둘도 없는 신식요리책이라는 제목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다음과 같은 요리법이 소개되어 있다. “번철(燔鐵)에 기름을 많이 붓고, 우둔(牛臀)을 두껍고 넓게 저민다. 미나리를 속고갱이만 잘라 내어 한 치 길이씩 썰어 씻는다. 기름을 한 사발 붓고 고기를 펴서 끓는 기름 위에다 놓고 그 위에서 미나리를 볶은 다음 고기는 버리고 양념하여 먹으면 맛있다.” 과연 이러한 요리 행위가 실제로 있었을까? 믿어지지 않는다. 현대말로 하면 프라이팬에 기름을 흠뻑 두르고 고기를 굽는, 소위 지글지글 기름이 끓고 있는 소고기 위에서 미나리 줄기를 볶은 후에, 소고기는 버리고 미나리만 먹었다는 것인데, 글쎄 이것은 마치 영국의 코미디언이자 배우로서 바보를 연기하는 천재라고 불리는, 우리에겐 ’미스터 빈‘으로서 더 잘 알려진 로완 앳킨슨(Rowan Atkinson)이 연기하는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매우 진지하게 진행되는 스테이크 요리, 그리고는 쓰레기통으로 던져지는 고깃덩어리, 눈 부라리는 그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미나리나물을 먹고 있는 미스터 빈이 그려진다. 요즘 세상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행해졌다면 그것이 비록 코미디 프로의 한 장면이었다 해도 셀 수 없는 악플들이 줄줄이 달렸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이용기는 다음과 같이 감정 섞인 댓글을 달고 있다. ‘낭비가 많고 상서롭지 못하고 복 받기 어려운 음식이다. 이 나물을 한 대접쯤 하려면 우둔이 한두 개 있어야 하고, 기름이 엿 되 들고, 미나리는 고갱이만 빼내면 한 짐이 있어야 하니 맛도 그다지 좋지 않고 집안에 기구만 부리는 것이다. 대개 음식은 담박해도 깨끗하면 먹는 것이요, 결단코 사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치성하여 먹던 집이 오늘날 재물도 없고, 사람도 안 보이고, 그 집터도 어디인지 모르겠다’라고 탄식하며 지나친 음식 사치를 경계하였다. 시경(詩經)이나 여씨춘추(呂氏春秋) 등 중국의 고서에도 채소 중에 가장 맛 좋은 것이 미나리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매우 귀하게 이용한 식재료인 것은 분명하다. 중국에는 미나리를 포함한 일곱가지 채소를 넣고 국을 끓여 먹으면 악귀를 물리치고 일 년 동안 무병하다고 믿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 채소국이 칠종채(七種菜)이다. 일본에서는 정월 7일에 미나리, 냉이, 질경이, 떡쑥, 떡갈나물, 무, 별꽃의 7가지 채소를 넣고 죽을 끓여 먹으면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무병한다 하였으며 이 죽을 칠채죽(七菜粥)이라 했다. 유럽에는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 때 사도들의 발을 씻어 준 것을 기념하는 세족(洗足)의 목요일, '푸른 목요일'에 들에 나가 새로 돋아나는 들풀의 싹을 뜯는 풍습이 있다. 양미나리, 싱아, 민들레, 쐐기풀, 괭이밥, 씀바귀, 쑥부쟁이, 달래, 부추, 시금치 등으로 수프를 만들어 먹는데 그 종류가 7종 또는 9종이라고 한다. 중국의 칠종채(七種菜)나 일본의 칠채죽(七菜粥)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 근저(芹菹)라고 하는 미나리 김치가 종묘 제사에 진설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제민요술(齊民要術)이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 등에도 매우 비중 있는 식재료로 언급되고 있다. 3월의 시식(時食)으로 탕평채(蕩平菜)를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녹두로 만든 청포묵에다 미나리와 돼지고기, 김을 초간장에 무쳐 먹는다. 이것은 조선조 때 영조(英祖) 임금이 당쟁을 피하고 탕평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탕평채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오늘날까지도 전승되어 오는 민속 음식의 하나이다. 살펴본 것처럼 굽이마다 고개마다 미나리가 등장하게 되는 것은 인체에 대한 미나리의 효능이나 기능적인 면이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특유의 향긋함과 아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인 식재료로서 비타민 A와 B, C, 칼슘과 칼륨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고지방 식단으로 인해 산성으로 변한 체질을 중화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해독작용이 뛰어나 체내 중금속이나 나트륨 등의 해로운 성분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나리의 정유 성분인 이소람네틴과 페르시카린은 염증을 억제하고 알코올을 분해하여 숙취 해소에 효능이 있다.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 (tetrodotoxin)을 중화시키는 미나리의 해독작용은 복어요리에 미나리를 빠뜨릴 수 없는 핵심적인 이유가 되겠지만 아삭한 식감과 푸른 색상이 주는 심미적인 어울림도 탕이나 전골 등 생선요리뿐만 아니라 다른 육류요리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미나리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청열해독과 이수, 지혈의 효능이 있어서 염증이나 열이 많은 사람에게 특히 좋은데,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고지혈증, 종기 등의 피부병, 소변불리나 혈뇨, 혈변, 치질, 코피, 월경과다, 구취나 인후통 등이 있는 경우 보다 적극적인 섭취를 권장한다. 지금이 제철, 봄미나리가 최고다.

[권강주 칼럼] 입춘에 수정과 한 잔으로 늦추위 녹인다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우리는 이렇게 말하겠지. “그해 섣달 보름밤, 구름 한 점 없이 깊고 검푸른 새벽하늘, 중천에 뜬 보름달은 눈부시다 못해 눈이 시렸다. 얼음처럼 차가운 하늘은 쨍하고 금이 갈 것만 같았다. 입춘이 내일모레인데 춥기는 또 왜 이렇게 추운 것인가. 살얼음판을 걷듯이 지나온 한 해, 위태위태한 코로나19 정국을 넘고 넘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 앞서서 그랬을까?” 몇 년 전엔 이런 우스갯소리가 유행했었다. ‘추위야 네가 아무리 추워 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 그렇게 웃으면서 추운 겨울을 이겨냈던 것처럼, 우리는 또 웃으면서 이 겨울을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저절로 때를 알아서 물가의 나뭇가지에 물을 올리고, 양지바른 곳에는 연초록의 새싹들이 움트고 있는데, 늦추위에 어린 것들이 혹 어혈(瘀血)들까 염려하는 것은 오직 나만의 걱정일까. 사람도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면 어혈이 생기는데 이 어린 새싹들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보온(保溫)이 보약(補藥)이라고 작년 겨울에 일러둔 바 있지 않던가. 2월 3일 입춘(立春)도 지났다. 예로부터 ‘입춘 추위에 김칫독 깨진다.’ 하여 이 무렵에 반드시 찾아오는 늦추위를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하며 오는 봄을 재촉하지 않고 느긋이 웃으면서 맞이하는 함축된 선조들의 지혜가 이렇듯 속담으로 전해온다. 어제 점심 무렵 뜻밖에 배달되어 온 상자를 열어보니 발갛고, 말랑하고, 쫄깃하고, 달콤한 곶감이 한가득, 식사 후에 가족들이 하나씩 맛보는데, 부모님께서는 참 잘 만든 곶감이라고 좋아하신다. 맛있는 상주 곶감, 우선 이렇게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맛있는 곶감을 선물로 받고 나니 문득 감나무를 좋아하는 나의 유별난 정서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상주나 청도, 진영, 산청, 함양, 하동, 영암, 완주 고산, 동상, 영동 등 특산작물로 재배하고 있는 지역은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는 감나무가 많이 있다. 시골 마을이야 말할 것 없지만 도심 곳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우리 민족과 정서적으로 가장 친화된 나무는 아마도 감나무일 것이다. 발갛게 익어가는 과실수로서 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주변과 잘 어울리며 스스로 조화롭게 성장하는 나무의 형태가 그러하고, 아름다운 가을 단풍도, 낙엽 진 감잎에서 풍겨오는 달콤하고 싱그러운 향기도 매력이 있다.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흰 눈 사이로 등불을 켜고, 보는 이의 심금을 기어이 울리고야 마는 그 풍경은 또한 어떠한가. 정서적 위안과 과일 수확 등 다목적 조경수로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나무가 바로 감나무이다. 감꽃을 줍고 놀던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감잎차와 단감, 홍시, 곶감이 주는 실용성으로서 풍부한 비타민 C와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등을 함유하고 있어서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단감은 싱싱할 때 생과로 먹는 것이 좋지만, 땡감은 탄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떫은맛이 강하기 때문에 탈삽(脫澁)이라고 하는 과정을 거쳐서 떫은맛을 우려낸 다음에 먹으면 달콤하게 즐길 수 있다. 홍시는 비위를 보하고 폐를 윤택하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곶감 역시 비위를 보하고 윤폐, 지사 등의 효과가 있으며 토혈이나 각혈, 혈림, 장풍, 치루 등 출혈성질환에 좋다. 마른기침이나 백일해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단 변비가 있으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소화기능이 허약해서 오는 만성 설사나 장염 등에는 곶감 한 개와 귤껍질 4g, 찹쌀 30g을 죽으로 끓여 먹으면 비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여 도움이 된다. 감잎에는 풍부한 비타민 C 외에도 아스트라갈린, 미리스티신 등의 플라보노이드 배당체를 함유하고 있어서 동맥경화와 고혈압에 도움이 된다. 감잎을 차로 내려 마시거나 레몬과 섞어서 감잎주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감꼭지를 한약명으로는 시체(柹蔕)라고 하는데 딸꾹질의 묘약이다. 오랫동안 그치지 않는 딸꾹질이 있을 때 달여서 차로 마시면 좋다. 곶감과 계피, 생강, 대추, 잣 등을 이용해서 만드는 설 명절의 전통 음료 수정과(水正果)는 그 달콤한 맛과 향기가 일품이다. 주로 겨울철에 시원하게 마시는데, 다른 계절에 마셔도, 데워서 따뜻하게 마셔도 좋다. 각각의 재료들이 어우러져 입맛을 좋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피로회복에도 좋다. 열이 많은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속이 냉한 사람이나 비위가 허약한 사람은 온중산한(溫中散寒), 속부터 데워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대표적인 전통음료로 입춘 지난 늦추위를 물리쳐보자.

[권강주 칼럼] 몸과 마음을 밝히는 꽃등불, 동백꽃이 피었다

며칠 전에 들이닥친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하여 건물 내부의 수도관마저 동파되고, 누수된 물줄기가 마치 오줌발처럼 벽에 틈을 가르고 새어 나오는 생경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요즘 표현으로 한다면 웃픈 모습이랄까. 이곳은 비교적 따뜻한 남쪽 지역이라서 동파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았던 터라 너무 방심한 탓이었나 보다. 지역 언론에서는 60년 만에 처음 오는 추위라고 할 만큼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제법 매섭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직접 당해보기는 처음이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화장실 사용이나 바닥에 고인 물을 퍼내는 등 며칠 동안 소소한 불편은 감수해야 했다. 유비무환이요 만사 불여튼튼이라 하시던 어른들의 말씀이 빛을 발한다. 양동이로 치자면 열통도 넘을 만큼의 고인 물을 퍼내고 허리를 펴니 문득 창밖 흰 눈 소복이 쌓인 동백잎이 푸르다. 작년 겨울은 탈 없이 넘겼기에 의심 없이 현관에 들인 화분들 중 몇몇도 칼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동해를 입어 이미 파김치처럼 늘어졌는데, 늦었지만 이제라도 문풍지를 덧대고 성긴 문틈을 막는 갖은 수단을 부려보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그래도 창밖의 동백은 푸르고 푸르르다. 가까이 다가서 보니 눈보라 삭풍 속에서도 어느새 튼실한 꽃망울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은밀하게 붉은 꽃잎을 밀어내는 꽃봉오리 몇 개는 눈 내리는 겨울을 밝히는 꽃등불인가, 오직 그대를 향한 뜨거운 마음인가. 제주도나 남쪽 바닷가에는 아마도 진작에 가지마다 붉은 동백 꽃잎이 피어났겠다. 그 옛날 남쪽 바닷가 작은 섬마을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이 고기를 잡으러 나간 사이에 어떤 흉한 사내가 숨어 들어와 부인을 해하려고 달려들었다. 몸을 피해 남편이 있는 바닷가를 향해 줄달음치던 부인은 그만 절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고기잡이에서 돌아오던 남편이 엎어져 있는 여인을 보고 다가가 보니 자신의 아리따운 부인인 것을 알고 통곡하며 울다가 그녀를 고이 묻고 아픔만 남은 섬마을을 떠났다. 세월이 흐른 후 남편은 부인을 그리워하며 섬에 돌아와 보니 무덤가엔 한 그루 나무가 자라나 붉은 꽃을 피워 있는데, 마치 “난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요.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오동도에는 위와 같은 전설이 전해져 온다는데 ‘진실한 사랑, 나는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동백의 꽃말에 담긴 애달픈 전설에 가슴이 시린 것은 이 겨울의 추위 때문이 아닐 것이다. 여수시나 부산시, 울산시, 해남군, 고창군 등 동백이 자생하는 여러 지역에서는 그 지방을 상징하는 대표 꽃으로 선정하여 아끼며 관리하고 있다는데, 전해오는 전설 또한 지역마다 약간씩 변조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대개의 꽃말이 그러하듯 선남선녀가 주인공으로서 이별과 사랑이라는 주제는 서로 다르지 않다. 동백(冬柏)은 차나무과의 상록 활엽 교목으로 지역에 따라 12월부터 4월까지 꽃이 핀다. 붉은색이나 흰색, 분홍색의 꽃을 피우며 꽃은 차로 우려 마시기도 하고 목욕물로서 피부병 치료 및 예방에 활용하기도 하였다. 생약명으로는 산다화(山茶花)라고 하는데 지혈작용이 있어서 피를 토하거나 장염으로 인한 하혈, 월경과다, 산후 출혈이 멎지 않을 때 물에 달여 마시거나 분말로 복용하였다. 화상이나 타박상에는 분말을 기름에 개어 상처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 동백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 가운데 가장 귀하게 여긴 것은 역시 동백기름이다. 열매에서 채취한 맑은 미황색의 동백기름은 다른 기름에 비해 보존성이 좋아서 산패하거나 굳지도 않고, 쉬 증발하지 않기 때문에 최고로 귀히 여겼으며, 미용 목적이나 모발과 두피 건강을 위한 머릿기름으로 가까이 두고 사용하였다. 부스럼 등 피부병 치료를 위한 외용제로도 사용하고 고급 식용유로 참기름이나 올리브유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올레산(Oleic acid)이 주성분이며 오메가3, 6, 9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고지혈증이나 천식, 기침 등 기관지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 그을림이 적고 불길이 밝아서 전깃불이 없던 과거에는 어둠을 밝히는 등잔 기름으로도 사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 몸과 마음을 밝히는 꽃등불이 되어주면 좋겠다.

[권강주 칼럼] 겨울 최고의 항산화 건강식품 ‘시래기국’

사람의 입맛은 제각각이어서 육식을 즐기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채식을 더욱 즐기는 친구가 있다. 육고기보다는 바닷고기를 즐기는 친구 또는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채소는 거의 먹지 않는 친구도 있다. 이러한 음식 습관은 저마다 타고난 선천적인 체질 특성이 가장 큰 지배 요인이라고 생각되지만, 익숙한 것에 더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생명체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후천적인 요인으로서 부모님과 함께했던 성장기 동안의 식생활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근래에는 음식과 건강에 관한 넘쳐나는 지식 덕분에 자발적으로 변하게 된 ‘교육된 식성’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아진 것 같다.간혹 풀만 먹고 사는 사자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도 듣게 되는데, 일반적인 상식을 초월한 신기한 현상이지만, 영적 현상인지 무엇인지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한의학의 특징 중 하나인 체질론, 특히 사상체질론은 이런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육식동물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 있고, 채식동물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이해가 더 쉬울까. 채식동물의 품성을 타고난 육식동물이 있다면 육식동물의 품성을 타고난 채식동물도 있을 것이다.음식에 관한 최근의 여러 연구 성과들 중에는 ‘주로 섭취하는 음식들이 그 대상의 건강상태는 물론 성품까지도 특정한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현대영양학적 연구나 체질의학적 연구가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서로 만나게 되는 접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건강문제에 관한 올바른 해법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과 ‘음식’에 대한 입체적인 연구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한의학의 사상체질론은 음식습관 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품을 이해하는데도 매우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글에서는 체질론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하고자 한다.지병이 없는 대체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현대영양학을 기본으로 하는 균형 있는 음식 섭취를 권장하는 것이 필자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왜냐하면 그는 타고난 체질에 맞게 저절로 그렇게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건강한 것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치유되지 않고 있는 질병이 있다면 그의 음식 습관 및 섭생에는 반드시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는 타고난 체질에 거스르는 섭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에 언급한 입체적인 접근, 즉 체질과 섭생의 문제점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 훨씬 더 쉬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자.아마도 요맘때쯤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시래기국, 된장국을 끓이는 어머니들의 솜씨가 부산해질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저녁 무렵 굴뚝에서 피어나는 하얀 연기를 보면서 언 손을 호호 불며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하게 풍겨오던 그 구수한 시래기국 냄새가 수십 년이 더 지난 지금도 내 코엔 여전히 생생하게 느껴진다. 올해가 흰소띠의 해라고 하시며 뭔가 상서롭고 기쁜 일이 생길 것이라 좋아하시는 팔순 중반의 소띠 할머니, 나의 어머니의 시래기국은 언제나 맛이 있고, 나의 온몸을 휘도는 생생(生生)한 피가 되고 살이 된다.멸치 몇 마리 우려내서 쌀뜨물에 된장기 살짝 하고, 다진 마늘, 청양고추, 살짝살짝 풍기는 구수하고 달콤하고 칼칼하고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시래기국은 이 시절 엄동설한에는 최고의 보약 한 사발이다. 요즘 말로 하면 비타민 A,B,C,E가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도 식이섬유도 최고로 풍부하니 항산화식품 항암식품이 이를 두고 따로 없다. 더구나 인체에서 대부분의 면역물질을 생산하는 대장건강에는 바로 이 시래기국이 두말할 필요 없는 최고의 건강식품이다.사람의 속성 중에는 익숙한 것을 깔보는 경향이 다분히 있는데, 시래기국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하찮게 여겨질만도 했겠다 싶다. 김장을 위해 무, 배추를 손질하다가 버릴 듯 버릴 것 같은, 버릴 수 없는 무청이나 배추 겉잎을 말려두었다가 겨우내 음식 재료로 사용하던 것이었다. 단백질과 지방이 최고의 영양식으로 대접받던 시절에 기름진 고깃국은 잔칫날에나 겨우 맛볼 수 있었을 뿐 평소엔 구경조차 힘들었던, 가난한 서민들이 주로 해 먹던 음식이었고, 영양가도 별로 없는 하찮은 음식으로 취급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재료들의 성분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시래기국만한 보약이 별로 더 없어 보인다.유식한 말로 하면 쌀뜨물은 미감수(米泔水)요 시래기는 청경(靑莖)이라는데,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봐도 왠지 모르게 깔보는 듯한 투의 설명이다. ‘시래기-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린 것으로 새끼 따위로 엮어 말려서 보관하다가 볶거나 국을 끓이는 데 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래기의 시래기국을 미감청경탕이라고 하면 그럴듯해 보이려나?밤하늘에는 국그릇 같은 반달이 높이 떠 있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압박받는 이 엄동설한을 우리 모두 무사히 건너는 최고의 식품으로 나는 이 시래기국을 ‘시래기국’으로서 당당히 추천하며, 반달 같은 국그릇에 뜨거운 시래기국을 한 사발 가득 떠 올린다.

[권강주 칼럼] 천둥 벼락과 땡볕, 태풍을 대추차에 담다

수도권에는 영하 15도를 육박하는 갑작스런 맹추위로 출근길이 꽁꽁 얼었다고 하는데, 여기 아랫녘에도 미처 들이지 못한, 한데 물통이 깡깡 얼어버렸다. 푸른 잎줄기를 난초처럼 세우고 초겨울 살바람을 견뎌내던 꽃무릇 이파리도 며칠 전 겨울비 끝 갑작스런 한파로 인하여 순식간에 주눅 들듯 빛을 잃고 파김치처럼 누워버렸다. 그래도 우리는 며칠만 버티면 살맛이 날 것이다. 아무리 추워도 이 땅의 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었으니, 그렇게 수천 년을 견뎌오지 않았던가.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요즘 흔히 쓰는 말처럼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지. 저 안의 태풍과 천둥, 벼락과 땡볕을 뜨겁게 우려서 무서리 내리고 잠도 오지 않는 초승 달밤에 두툼한 찻잔에 뜨겁게 담아보자.대추는 여러 가지 약재들을 조화시키고 해독하는 작용이 있어서 생강, 감초와 더불어 웬만한 한약 처방에는 거의 빠짐없이 사용되는 재료인데, 진한 단맛과 따뜻하고 화평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오과(五果-복숭아, 자두, 살구, 밤, 대추)의 하나로서 '대추를 보고도 안 먹으면 늙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 재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제사상이나 차례상, 잔칫상 등 전통적인 의식에는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과일이기도 하다.신선한 대추에는 당분이 20-30%, 건조된 대추에는 60-80% 정도가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 C는 사과나 복숭아의 백배 정도 되며, 지지핀산(Zizyphic acid), 비타민 B군, 카로틴, 칼슘, 마그네슘, 철, 인 등의 영양분이 천연 비타민제라고 할 정도로 많이 함유되어 있다. 사포닌, 세로토닌,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및 여러 가지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서 항산화, 항염증 작용과 알레르기 반응 억제, 근수축력 강화, 빈혈이나 결핵, 기관지염, 신경쇠약, 조직손상 등의 치료에 유효하다고 알려져 있다. 간세포가 손상된 토끼에게 매일 대추 추출물을 일주일 동안 먹였을 때, 혈청단백과 알부민 수치가 대조군보다 높았다는 실험보고는 대추가 간기능보호작용이 있음도 알 수 있다.또한 대추 다당체는 뇌세포를 보호하고 뇌기능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심신안정과 기억력 증진,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P 성분도 있어서 모세혈관 보호 및 심혈관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P는 귤, 레몬, 오렌지, 포도, 살구, 체리 등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으로서, 결합조직인 콜라겐을 만드는 비타민 C의 기능을 보강하여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순환을 촉진하고 항균작용을 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C 결핍에 의해서 발생하는 괴혈병을 방지하는 인자로서 발견되어 비타민 P라고 명명되었다.대추는 다른 과일에 비해서 크기는 작아도 그 효능과 쓰임새는 예상 밖으로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로부터 건강성과 남성성을 표현하는 말로서 구릿빛 피부니 대춧빛 얼굴이니 하는 말로서 표현하기도 하였는데 삼국지의 명장, 관우(關羽)를 형용하는 표현으로 유명하다. 시인의 말처럼 과연 그 작은 열매 속에 태풍과 천둥, 벼락과 땡볕을 품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면역력과 근력을 증진하고 체력을 증강하여 노화를 억제하는 대추차 한 잔으로 이 팬데믹pandemic 시대 불면의 밤을 평화롭게 건너보자. 커피나 녹차 등 카페인 섭취로 인한 불면에도 도움이 된다.

[권강주 칼럼] 김치는 팬데믹(pandemic)시대 최고의 건강식품

선물 같은 마지막 가을 운치를 나눠주던 노란 은행잎마저 한 잎도 남김없이 떨어지고, 새벽 기온은 영하권을 넘나들며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 풍경도 어느덧 두꺼운 차림새로 바뀌어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 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인가 보다. 지난 주말경 점심 차집에 들르니 이웃집 할머니께서 김치를 몇 포기를 가져오셨다며 배추김치 한 접시가 어머니 밥상 위에 맛깔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김장김치는 언제나 뿜뿜 향기롭고 맛이 있지. 흰 쌀밥 위에 김치를 척척 걸쳐서 맛나게 먹고 있는데, “우리가 언제부터 이 배추김치를 먹기 시작했을까?”. 어머니께서 물으셨다. 나는 이 뜬금없는 질문에 “???”. 평생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김치의 기원’을 즉시 답변할 수는 없었다. “왜애,,, 궁금해요?” “그러네, 갑자기 궁금해지네.”배추는 고려시대에 몽골족의 원나라 장수가 전해준 것이라는데, 성질이 차고 독성이 있어서 이것을 먹고 병약해지면 고려를 침탈하기가 수월해지겠거니 하는 나름대로의 속셈이 있어서 전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려인들은 이것을 그냥 먹지 않고 소금과 고춧가루를 팍팍 쳐서 김치를 담가 먹고 몸이 더 건강해져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우리 민족의 지혜를 강조하던 교수님 말씀이 언뜻 생각나기는 했지만, 너무 오래된 기억이고 정리되지 않은 내용을 말씀드리기에는 이르다 싶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채소의 왕이라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녹황색 채소인 배추는 다른 채소에 비해 수분이 많고 비타민A와 비타민C, 칼슘이 풍부하며 특히 배추의 비타민C는 열이나 나트륨에 강해서 국을 끓이거나 김치를 담갔을 때도 그대로 유지된다. 시스틴이라는 아미노산 성분은 해독효과와 함께 김치를 담그거나 국물 요리에 썼을 때 속을 편하게 하며 구수한 맛을 내는 효과도 있다. 배추에는 항암, 항균과 살충 작용을 하는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성분과 미네랄과 아연 등이 풍부해 겨울철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전해진 배추는 고려에 이르러 널리 식용하게 되었지만, 소금물에 담그거나 천초나 회향 등의 향신료를 첨가해서 매운맛을 낸 백김치 정도가 있었으며, 임진왜란 후 고추가 수입되면서 1700년대 중엽 이후에야 고추를 사용한 김치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1800년대 중기 이후에 비로소 청각 등의 해초류 및 고추, 생강, 마늘, 천초, 겨자 등의 향신료와 젓갈 등 해산물이 첨가되는 김치의 형태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김장김치라고 하면 상상되는 속이 꽉 찬 붉은 모습을 띤 맛깔스런 김치의 등장은 결구배추가 등장한 1900년대 이후로서 불과 10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김치에 대한 예상 밖의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나라 김치의 가장 큰 특성은 배추와 붉은 고추와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과 비타민 E는 사과의 50배, 밀감의 2배에 이르는 고추의 비타민C 산화를 막아주는 작용을 한다. 겨울 동안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C와 다양한 영양소들을 우리는 이 김치를 통하여 섭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한편 중국의 옛 문헌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배추는 독이 조금 있으므로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많이 먹어서 도가 지나치면 오직 생강만이 그 독성을 풀어줄 수 있다. 하지(夏至) 전에 먹으면 병이 난다. 특히 발에 병이 있는 사람은 금해야 한다. 몸이 허하고 위장이 찬 사람이 많이 먹으면 속이 메스껍고 거품을 토한다. 열이 많고 기가 강건한 사람에게는 잘 어울린다.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므로 생선과 가장 잘 어울린다.’ 배추의 냉한 성질과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추 생강 파 마늘 천초 등 열성의 재료를 배합한 음식이 바로 항암식품이며 완전식품의 대표주자로서 김치가 된 것이다. 가히 음양(陰陽)이 조화된 완전식품이라고 할 만하다.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백김치나 동치미는 성질이 서늘해 열이 많은 소양인(少陽人)에게 알맞고, 매운 양념을 많이 쓴 배추김치는 몸이 차고 속이 냉한 소음인(少陰人)에게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지역마다 집집마다 독특한 김치맛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김장 날은 어느 집안이나 작은 잔칫날이 되곤 한다. 정성껏 담은 김장김치 한두 포기와 함께 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풍습이 세계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 오래오래 이어가야 할 아름다운 마음이다.문득 고향으로 내려오기 전의 서울 생활이 생각난다. 김장철이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되었던 것 같은데, 가까이 사시는 환우분들이 점심 무렵 김장김치를 가지고 오시면 우린 고기를 삶아 병원 직원들과 함께 보쌈 잔치를 하는 날이었다. 화기애애했던 그 날의 추억에 미소가 절로 난다. 건물 1층에는 농축수산물을 취급하는 공판장이 있어서 이런 것쯤은 언제든지 순발력 있게 준비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분들 모습이 하나하나 떠오르는데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기원해본다.

[권강주 칼럼] 생강차와 편강 몇 조각이면 겁날 것 없네

어느새 가을걷이도 끝나가고 겨울 준비가 바빠지는 계절이 되었다. 10월 23일 상강(霜降)도 한참이나 지났으니 낮에도 썬득썬득한 기온이 느껴진다. 몇 개 안 되는 화분(花盆)이나마 냉해를 입지 않도록 매일 매일 상태를 살피며, 실내로 들여야 할 최적의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소나무나 모과나무, 소사나무 등은 한동안 밖에서 지내도 별일 없겠지만 추위에 약한 화초들은 여유 부리다가 자칫하면 생이별을 할 수도 있을텐데 하는 걱정, 약간의 화초를 가꾼다는 것이야 그다지 고생스러운 일은 아니겠지만 걱정은 사서 하는 셈이다. 마른 가지에서 다시 움이 돋고, 꽃이 피고 잎이 피는 봄날, 그 위대한 생명의 환희를 생각한다면 그까짓 거 뭐 암 껏도 아니지마는.며칠 전 친하게 지내는 이웃 형님과 함께 저녁 식사 후 들른 카페에서 커피 대신 마셨던 생강차 향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좋아하는 커피 대신 생강차를 마시게 된 것은 순전히 날씨 탓이리라. 쥔장이 직접 갈아 만들었다는 진한 생강차를 마시고 온몸에 퍼졌던 훈기(薰氣)가 남아 있는 듯하다. 문득 생각해보니 웬만한 한약 처방에는 생강이 약방의 감초처럼 빈번하게 사용되는데, 한약재 중에서도 식품으로 사용하는 빈도가 가장 많은 것이 생강일 듯하다.전세계적으로 1400여종이나 되는 생강과 식물들은 횃불생강이나 월도 등 화려한 꽃과 넓은 잎을 가진 원예용 품종도 다양하지만, 향신료로서 세계인들이 애용하는 식재료이며, 뛰어난 효능 때문에 약용으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아열대 지방에서 자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생강과 양하, 울금 등을 재배하고 있다.특히 전북 완주의 봉동은 예로부터 품질 좋은 생강의 대표적 생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생강과 관련한 다양한 전설들이 전해 내려온다. 봉동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강을 재배한 생강시배지로 알려져 있는데, 고려 초기에 중국에 사신으로 간 신만석이란 사람이 봉성현(鳳城顯)이라는 곳에서 생강 뿌리를 얻어와서 전남 나주와 황해도 봉산군 등 여러 곳에 심어보았으나 실패한 뒤에, 다시 봉(鳳)자가 들어가는 지명을 찾아 지금의 완주군에 있는 봉상(鳳翔, 지금의 봉동)에서 재배에 성공했다는 기원설이 있다. 또한 완주 비봉면과 봉동읍의 경계에 있는 봉실산(鳳實山) 아래에는 ‘구바우’라는 아홉 개의 바위가 있는데 이곳에서 신비한 약초가 발견되어 질병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을 구했다고 하며, 이 약초가 바로 생강이었다는 ‘구바우전설’도 유명하다.생강은 알싸하고 매콤한 맛과 톡 쏘는 상쾌한 나무 향을 풍기는 알뿌리 식물로서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향신료 중 하나이다. 김치, 젓갈, 생선이나 육류식품의 요리에 사용되어 좋지 않은 냄새를 제거하고 향미를 더해주는 천연조미료로 애용되며, 빵이나 과자류, 카레, 소스, 피클 등의 각종 음식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 한민족의 발명품이라 할 만한 김치에는 고추, 마늘, 파 등 향신채와 함께 빠짐없이 들어가는 중요한 식재료이다.동의보감에는 장부의 기를 잘 통하게 하여서 수시로 복용하면 좋다고 하였는데,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Gingerol)과 쇼가올(Shogaol), 진저론(Zingerone) 등의 성분은 천연항생물질로서 살충, 살균, 해독작용이 있으며, 막힌 기운을 풀어 주고 냉기를 몰아내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위액분비를 촉진하여 소화력을 증진 시키는 효과가 있다. 추위에 노출되어 발생한 감기나 오한, 발열, 두통, 기침, 가래 등을 치료하고, 복통, 설사, 메스껍거나 속이 더부룩한 증상, 딸꾹질에도 효과가 좋다.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과 수족냉증, 복부냉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생리통, 갱년기 우울증에도 우수한 효과가 있으며 신경통, 관절염, 동상(凍傷)에는 생강을 짓찧어서 따끈하게 붙이면 좋다. 겨드랑이에서 암내가 나는 경우에는 생강즙을 짜서 겨드랑이에 수시로 바르면 완전히 낫게 된다고 하였다.흑사병이 창궐하던 16세기 유럽사람들도 생강을 먹었다고 하는데, 영국에 흑사병이 돌자 헨리 8세는 백성들에게 생강 섭취를 장려하고 생강을 넣은 빵을 만들어 먹도록 했다. 장수 임금으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영조는 술 대신 생강차를 자주 마셨고 감기나 기침을 다스리는 약으로 애용했다고 한다. 가까이 두고 수시로 섭취하는 생강차나 생강청, 생강식초, 편강 등이 다가오는 추위와 코로나19바이러스를 극복하는 자연의 선물이 될 것이다.

[권강주 칼럼] 가을 들꽃들 찻잔에 동동 뜨다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양떼구름이 맞는 말인지 양털구름이 맞는 말인지. 하늘을 보니 몽실몽실 떠가는 구름이 양 떼 같기도 하고 양털 같기도 하다. 저 멀리에는 새털 같은 구름도 보이는데 이런 모양의 하늘 구름을 보면서 역시 가을은 점점 깊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양털처럼 보이면 양털구름이요 양 떼처럼 보이면 양떼구름이지 그게 뭐 대수랄까 싶은데 문득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무식한 놈//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안도현 시인의 '무식한 놈'이라는 시(詩)다. 시인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한 발짝 깨달음을 얻어가는 이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시로서 형상화한 작품인데, 정말이지 나 역시 가을 들길을 걸을 때마다 들국화와 쑥부쟁이 꽃과 취나물 꽃과 구절초 꽃을 구별하지 못하고 혼잣말로 구시렁거리기 일쑤였지.국화과 식물들이 세계적으로 2만3천여 종이나 된다고 하니 비록 전문가라도 구분이 마냥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화훼용으로 개량된 다양한 신품종은 제쳐두고서라도 산과 들에 토종처럼 자생하는 식물들의 이름만이라도 제대로 불러줘야 할 텐데, 그러나 이것이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 그냥 다 싸잡아서 들국화!!! 이렇게 불러오지 않았던가.사실 식물학적으로는 들국화라는 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산국, 감국, 황국, 쑥부쟁이, 구절초 등등 산과 들에 피는 국화과의 꽃들을 싸잡아서 부르는 명칭이 ‘들국화’라는 것이다. 개미취, 벌개미취, 가새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무늬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버드쟁이나물 등등의 쑥부쟁이류와 구절초를 구분하는 것이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인지. 게다가 데이지(daisy)나 마거리트(marguerite), 쑥갓 등의 꽃도 얼핏 보면 거기서 거기인 듯하다. 백공작이라고도 부르는 미국쑥부쟁이는 작은 꽃들이 총총하게 피어있어 그나마 다른 것들과는 뚜렷한 차이점이 눈에 보이니 이것만은 구별이 가능할 듯하다. 기타 쑥부쟁이류 들은 꽃과 줄기잎을 비교 관찰하면서 알아가야 하는데 솔직히 이것은 자신 없다. 다만 오늘부터는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구별할 수 있겠다. 구절초는 꽃잎 끝이 살짝 갈라져 있다는 너무 쉬운 구별법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아, 이 무식은 그나마 참 다행이다.국화의 다른 이름인 갱생(更生), 장수화(長壽花), 수객(壽客), 부연년(傅延年), 연령객(延齡客) 등이 시사하듯이 국화는 예로부터 불로장수의 상징처럼 여겼다는 것인데, 식용은 물론 국화꽃의 향기를 활용한 생활용품도 다양하다. 봄에는 국화의 새싹을 데쳐 먹고 여름에는 쌈 싸 먹고, 가을에는 국화 꽃잎으로 화전을 부치고, 겨울에는 그 뿌리를 달여서 마셨다고 한다. 감국(甘菊)의 포기 밑에서 나오는 샘물을 국화수라 하여 이 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안색이 좋아지고 늙지 않으며 풍도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국화주는 두통을 낫게 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여러 가지 병을 없애는 데에 이용하기도 하였다. 베개 속에 국화를 넣어 만든 향침(香枕)이나 국침(菊枕)을 만들어 사용하니 눈이 밝아지고 근심 걱정이 사라져 머리가 맑아졌다는 기록이 있으니 참고해보는 것도 좋겠다.본초강목이나 증류본초에는 ‘국화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오장을 도우며 사지를 고르게 한다. 감기, 두통, 어지럼증에 유효하다. 꽃을 따서 그늘에다 말려 조금씩 물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술 마신 다음 날 국화 2~3송이를 달여 마시면 술이 깨고 머리가 가벼워진다’는 기록이 있다.감국은 열을 내리는 해열 효과가 커서 감기로 열이 날 때, 머리나 눈에 열이 있거나 가슴 속에 열이 있어 답답하고 괴로울 때, 눈과 머리를 시원하게 하고 답답한 것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으며 열감기나, 폐렴, 기관지염, 두통, 어깨결림, 고혈압, 위염, 장염, 종기 등의 치료에도 몇몇 약초를 배합하여 사용한다. 간기능 개선과 충혈, 생리불순과 여드름 등 피부 질환에 응용하기도 한다.‘사람과 더불어 말할 수 있으나 나는 그 나쁜 마음을 싫어하고/ 꽃은 비록 말을 할 수 없으나 나는 그 꽃다운 마음을 사랑하네/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으나 오늘은 너를 위해 잔을 들어보리라/ 평생 입을 벌려 웃어본 일 없으나 오늘은 너를 위해 한바탕 웃어보리라/ 나 오직 국화를 사랑하는 것은 복사꽃 자두꽃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음이라’ 고려말 포은 정몽주가 스물다섯 살에 쓴 국화탄(菊花嘆)이라는 시이다, 간교하고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그가 느꼈을 절망과 비애에 가슴이 아리다.깊어가는 가을 밤 국화차 한 잔에 졸시 한 수를 바친다.‘밤늦도록 시름에 겨운 침침한 내 눈 속에는/ 흐릿한 안개가 아른거린다./ 감국 7송이를 찻잔에 띄우니/ 아지랑이 속에서 금방 피어난 듯 꽃색이 환하다.’

[권강주 칼럼] ‘하루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알밤

장마는 벌써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며칠째 불쑥불쑥 지나가는 빗줄기가 지루했던 장마의 기억을 불러내어 아직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 밤은 보름달이 휘영청 중천에 걸려 있어야 할 터인데 두꺼운 구름에 가려진 하늘, 달빛 한줄기 내려오지 않은 칠흑같이 어두운 수풀 속에서는 풀벌레 소리만이 허공을 채우며 가을을 재촉하는 듯하다.며칠 전 멀리 이천에서 방문한 다우(茶友) 한 분이 알밤 한 봉지를 가져오셨다. 아니 벌써 웬 알밤이냐 물으니 절로 벌어진 밤만 주워 오셨다며 팔월 중순이면 밤이 익어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장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아직도 비를 맞고 있는데 계절은 어김없이 제 할 일을 하는 것이었다. 빗줄기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꽃 피우고 열매를 여물리고, 누가 뭐라 해도 제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문득, ‘근디 나는 뭐여, 뭐하는 것이여’ 자책과 부끄러움이 밀려든다. 제 할 일도 못하고 사는 부끄러움과 회한은 피할 수 없는 나의 몫이다.이 밤은 생밤으로 까먹어야 고소하고 맛있다며 삶아 먹으려면 냉장고에서 좀 더 숙성시켜줘야 단맛이 배어 제맛이 난다고 하는, 밤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까지 친절하신 오랜 다우(茶友) 필소굿님은 언제나 고마우신 필소굿(feel so good)이다.밤나무의 열매인 알밤은 율자(栗子)라고도 하며 한의학에서는 말린 밤 즉, 건율(乾栗)을 주로 사용하는데, 기운을 보하고 위장과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선천적으로 소화기능이 허약한 사람이나 질병 후에 기력이 쇠약해진 사람, 찬 것을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부절제한 음식습관으로 비위(脾胃)의 기능이 손상된 경우에 응용할 수 있다. 얼굴이 누렇게 뜨거나 손발이 차고 팔다리가 나른하며 식욕감퇴가 있는 경우, 또는 허약체질의 만성 설사에도 좋다. 허리와 다리에 힘이 없거나 3-4세가 되도록 걷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밤을 먹이면 도움이 된다. 태음인 체질의 건강증진과 질병치료에 특별이 많이 사용된다.‘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옛말이 있는데, 사실 밤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서 천연 영양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 B1의 함량은 쌀의 4배나 되며, 인체의 성장발육을 촉진하는 비타민 D의 함유량도 많다. 생밤 10개를 먹으면 비타민C 하루 필요량을 모두 섭취할 수 있을 정도로 비타민C의 함유량도 풍부하다. 대보름날 호두, 잣, 땅콩 등과 더불어 부럼으로써 생밤을 오도독 소리가 나게 씹어 먹고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기원했던 풍습에는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소들을 섭취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도모하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숨겨져 있다.밤나무는 아시아·유럽·북아메리카·북부아프리카 등이 원산지로서 비교적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지만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품종이 제일 우수하다고 하며 생산량 또한 전세계 생산량의 22%로 우리나라가 제일 많고, 중국 21%, 이탈리아 15%, 터키가 13%이며, 그 외의 국가들은 10% 미만이라고 한다. 밤을 이용한 요리법 역시 우리나라가 가장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밤밥, 밤영양밥, 약밥 약식, 밤초, 밤수프, 밤탕 등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다.초여름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공주 정안 인근의 야산에는 흰눈에 덮인 듯 온통 밤나무에 밤꽃이 천지다. 물론 밤꽃 냄새가 먼저 다가오겠지만 말이다. 정안 휴게소를 들려 생밤을 오도독 씹어가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그 맛은 씹어본 자만이 아는 천하의 별미. 그 꽃말은 ‘정의, 공평, 포근한 사랑, 진심’이라 하니 갑자기 궁금해지네. 중년 이후의 남성들이라면 혹시 기억하실려나. 중고등 학창시절 정의봉(正義棒)으로 훈육하던 그 선생님들을, 그 정의봉이 혹시 밤나무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던가.

[권강주 칼럼] 고온다습’ 여름엔 소화불량·관절염 ‘주의보’

6월 하순에 시작된 장마가 장장 50여 일을 넘어서는 동안 국토 곳곳을 할퀴고 지나간 수마(水魔)는 수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남기고 말았다. 수십 년 만에 최장기간 최다 강우량이라고 하는데 그 지난했던 장마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들과 피해 농민들의 아픔을 어찌 헤아릴 수가 있으랴. 이 고난과 울화가 하루라도 신속히 치유되기를 바랄 뿐이다.여름 장마철은 온습도가 최고로 높아지는 계절이므로 불쾌지수 올라가는 것이야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니, 찬물이라도 끼얹고 선풍기라도 팽팽 돌려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좋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모양인데 정신력만으로 버텨내기에는 더워도 너무 덥지 않은가. 이런 때는 에어컨 전기요금 걱정일랑 잠시 밀어두어도 좋으리라. 부채질하면서라도 딱 한 달만 더 버티면 될테니까 말이다. 솔솔 부는 바람은 어느 동요(童謠) 속의 봄바람이 아니어도 상쾌지수를 올리는 효과가 있다. 특히 눅눅하고 퀴퀴한 악취가 나는 실내에는 마른 쑥이나 향을 피워보는 것도 좋다. 한약명으로는 창출(蒼朮)이라고 하는 삽주의 말린 뿌리를 태워서 벌레를 쫓고 살충, 살균 및 곰팡이 방지에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창출(蒼朮)은 기름기나 수분의 과다섭취 또는 이로 인한 대사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소화불량이나 부종 등 수분대사장애에 주로 사용했던 약재인데, 장마철의 과습상태나 지하실 등의 습기와 악취 제거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비만이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은 뜨거운 물로 우려서 차처럼 수시로 마셔도 좋다. 특히 물살이라고 하는 지방층이 두꺼운 비만체형이나 부종이 있는 사람, 뱃속에서 꾸룩꾸룩 물소리가 나는 사람, 또는 명치 부위가 답답하거나 누르면 통증을 느끼는 사람에게 더욱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위와 같은 상태를 습(濕)이라고 정의하는데 좀 더 강조하자면 습독, 수독이 되는 것이다. 과도한 습기는 독(毒)이 된다는 말이다.요즘처럼 대기 중에 습도가 높은 경우에는 이러한 사람들이 더 견디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체내에 정체된 수분과 외기의 수분이 서로 상충(相衝)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정체된 수분이 정상적으로 대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근본이 된다. 따라서 물을 많이 마시면 좋다는 말을 무작정 따라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억지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억지 물을 마셔서 병든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관절질환도 대부분 부종을 선행원인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만약 아침에 일어나서 손발이 뻑뻑한 느낌이 있거나 평소 잘 붓는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창출차를 음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뇨 효과로 널리 알려진 옥수수수염이나 뽕나무 뿌리껍질 등도 차로 마시면 좋다. 물론 증상이 심한 상태라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겠지만 앞서 언급한 몇몇 증상들이 나타난다면 단방(單方)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7일이 입추였으니 절기(節氣)로는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는데 폭염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결같은 바램은 “제발, 이제 비가 그만 좀 왔으면 좋겠다.”고 버릇처럼 말했었는데, 간사한 게 사람 마음인 것인가 작열하는 태양볕이 따가울 때면 비라도 좀 왔으면...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아무튼 조금만 더 인내하자. 장마는 아무리 길게 가더라도 반드시 그 끝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고, 폭염(暴炎) 또한 반드시 그 끝이 있을 것이니. 지난 장마와 이 폭염 속에서 간혹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전화를 받았을 때 짐짓 밝은 목소리로 나야 뭐 별일 없었음을 보고(報告)하였지만, 전국 각지에서 생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분들이 워낙 많으니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릴 수가 있으랴. 부디 빠른 안정과 회복을 기원할 따름이다.

[권강주 칼럼] 쑥대밭서 불러보는 ‘쑥대머리’는 ‘붉은 사랑의 한숨’

‘쑥대밭’이란 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것을 ‘쑥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거친 땅, 또는 매우 어지럽거나 못 쓰게 된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풀이한다. ‘묵은 쑥대밭에서 해 먹던 방법’이란 북한 속담은 ‘질서와 체계가 없이 되는대로 마구 해 오던 사업 방법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었다. 유사한 의미로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는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있다. 일이나 사물이 헝클어져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결딴이 나거나 어수선한 상태를 나타내는 ‘엉망’과 땅이 질어서 질퍽질퍽하게 된 곳 즉 ‘진창’이라는 두 단어를 결합하여 앞뒤도 없고 위아래도 없이 어지럽고 어수선한 상태의 것들을 표현하고 있는 말이다.애써 가꾸지 않아도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식물이 바로 쑥이다. 강둑이나 논두렁, 산비탈, 묵은 땅이나 척박한 땅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식물이다. 화재가 난 땅이나 제초제를 뿌린 땅에서도 제일 먼저 돋아나는 풀이며 심지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이나 히로시마, 체르노빌 같은 원폭 투하 지역이나 원전사고가 난 지역에서도 명아주대 등과 함께 가장 먼저 돋아나는 풀이라고 하니 그 강인한 생명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단군신화에 쑥과 마늘이 등장하는 연유(緣由)를 이제야 알만하다. 마늘은 눈보라 휘몰아치는 맵고 추운 겨울 들판, 그 눈 속에서 자라나는 식물이 아니던가.사정이 그러한데 왜 이 ‘쑥대밭’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냄새가 더 진하게 나는 것일까? 단군신화의 패러독스paradox인가 쑥대밭의 아이러니irony인가. 겨울 들판 마늘밭을 지나 쑥대밭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부정적인 이미지의 냄새를 맡을 수가 있었다. 봄 여름에 걸쳐 거의 1m 가까이나 자라난 쑥대들이 겨울바람에 이리저리 쓰러지고 뒤엉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어지럽고 쓸쓸하고 황량하기 그지없었다.‘쑥대밭’ 하면 나는 항상 ‘쑥대머리’가 떠오른다. 머리털이 마구 흐트러져서 몹시 산란한 머리라는 뜻인데, 빗질을 하지 않아서 부스스한 머리 모양보다도 더 심한, 겨울 쑥대밭처럼 흐트러지고 엉킨 머리 모양새라고 하면 족할까?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으로 춘향이 이몽룡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서 자신의 처량한 신세와 초라한 행색을 한탄하며 옥중에서 부르는 애절한 노래로 ‘쑥대머리’가 있다. 옥중가(獄中歌)라고도 한다.“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에 찬자리여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 보고지고...” 그리움과 원망이 교차하면서 이몽룡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그리고 있는 이 ‘쑥대머리’ 한 대목이야말로 춘향가 중에서도 가장 안타깝고 가슴 저리게 하는 감동의 명장면이라 할 것이다.수년 전 경기지역에서 한방병원을 운영하던 때 건물 옥상에 모서리마다 꽤 넓은 면적으로 몇 그루 나무와 고추며 상추, 그리고 임실에서 울금농장을 경영하는 친구가 보내준 울금 등등의 농작물을 가꾸며 토끼 몇 마리를 길러본 적이 있었다. 마사토를 채워 넣고 아무렇게나 버려놓은 땅에서는 어디서 날아와 생겨났는지 알 수 없는 명아주와 쑥, 칡넝쿨들만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이곳에 토끼들을 풀어 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버린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냥 무심코 흘려들었던 쑥대밭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을 보면서 이 단어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이파리는 토끼가 다 먹어치우고 줄기들만이 삐쭉삐쭉 앙상하게 솟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 쑥대밭이란 게 이런 것이었구나 하며 쑥대밭의 의미를 재발견한 것은 쉬지 않고 먹어대는 토끼들의 놀라운 먹성보다도 더 놀라운 것이었다.옥상 위의 토끼들처럼 몸에 좋은 것은 인간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여타 동물들의 본능이 약용식물에 대한 인류의 지식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늘을 나는 새에게서나 사슴이나 노루에게서, 때론 뱀에게서조차 식물의 질병 치료 효능을 배워 인간에 활용하였다. 위에 언급한 명아주는 어린 순을 식용할 수 있는데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으면 위장관의 활동을 도와 뱃속을 편하게 해주며,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뇌졸중이나 심장발작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해열 해독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애주가들이 좋아하는 칡뿌리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이소플라본 사포닌폴리페놀 등의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태음인체질에는 녹용보다도 더 좋다는 갈용(葛茸)은 봄에 처음으로 돋아나는 칡의 어린 새순을 말하는 것으로서 20cm 정도 채취하여 잘 말려 두었다가 차로 우려 마시면 좋다,칡꽃을 갈화(葛花)라고 하는데 간을 보호하고 주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으며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지금 한창 붉은 보랏빛으로 피어 있는 칡꽃의 꽃말이 ‘사랑의 한숨’이라니 그 의미를 알 듯 모를 듯하다. 밤새 이슬이슬 보슬보슬 가랑가랑 내리는 비에 쑥대와 명아주대, 칡넝쿨은 또 얼마나 길어졌을까.

[권강주 칼럼] ‘벼과 식물’ 인류의 절반을 먹여 살리다

수크령, 각시그령, 참새그령, 좀새그령, 바랭이, 왕바랭이, 나도바랭이, 개사탕수수, 큰개사탕수수, 억새, 참억새, 물억새, 장억새, 억새아재비, 개억새, 솔새, 꼬리새, 흰털새, 오리새, 갈대, 물대, 조릿대, 귀리, 참새귀리, 개밀, 호밀, 뚝새풀, 쥐꼬리새풀, 조개풀, 포아풀, 띠풀......위에 열거한 식물들은 모두가 벼과 식물들로서 일반적으로 거의 잡초라고 여겨지는 식물들이다. 붙여진 식물들의 이름이 참 재미있다. 도심의 빌딩 숲 근처에서도 흔하게 눈에 띄는 강아지풀과 그의 사촌쯤 될 것인 금강아지풀, 가는금강아지풀, 가을강아지풀, 수강아지풀, 등등의 풀이름을 알아가는 것도 즐겁다. 논농사에서 큰 골칫거리 중의 하나인 피, 논피, 나도논피, 대만피, 돌피, 물피, 개피, 나도개피, 참새피, 큰참새피, 물참새피, 털물참새피, 등등은 또 어떠한가. 피 냄새에 섞여 있는 철분 냄새가 느껴지는가? 조, 조아재비, 산조풀, 산새풀, 쇠돌피, 갯쇠돌피, 나도잔디, 우산잔디, 기장, 방석기장....., 율무, 염주, 대나무, 옥수수 등도 벼과 식물이라니. 자료를 찾아가다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벼과 식물이 무려 700여 속에 11000종 이상이라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벼과 식물들은 식량자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인간 식량의 50% 이상을 벼과 식물로부터 얻고 있다고 한다. 밀, 보리, 귀리, 수수, 벼, 옥수수 등은 주요한 식량 작물이고, 생산량 대비 전 세계의 4대 작물은 사탕수수, 밀, 벼, 옥수수로서 모두 벼과 식물들이다. 정말 대단한 벼과 식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만큼 잡초라 버려지는 풀들 역시 벼과 식물이 태반이다.벼과 식물은 초식동물의 먹이가 됨으로써 진화한 식물 중의 하나라고 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생장점이 줄기의 끝에 있으며, 생장점을 기준으로 세포분열을 하면서 성장해가는 것이 일반적인 식물의 특징이다. 그러므로 초식동물에게 줄기의 끝을 먹히게 되었다면 성장은 거의 멈춰버린다. 그러나 벼과 식물들의 생장점은 아래쪽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비록 줄기의 끝부분을 먹혔다고 하더라도 생장점은 훼손되지 않아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뿌리에 가까운 줄기의 밑동에 있는 마디에서 곁눈이 발육하여 줄기와 잎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가지가 갈라져 나오는 새로운 성장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것을 분얼이라고 하는데 벼과 이외의 식물에 있어서는 곁가지에 해당된다. 생육과 더불어 원줄기에서 제1차 분얼, 제1차 분얼에서 제2차 분얼, 제2차 분얼에서 제3차 분얼을 형성하는 식으로 줄기가 나온다. 초식동물의 공격에 대응하는 진화의 역사 속에서 중심을 낮추는 것이 몸을 지키는 기본임을 깨달은 것이었을까. 생장점을 낮게 두어 자신의 몸을 지켜냈다는 것이다.벼를 베고 난 후에 그 포기에서 새로운 싹이 돋아나는 빈 들판의 논 풍경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벼과 식물의 진화된 생존법이라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된다. 벼과 식물은 또다른 자구책으로서 잎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도 터득해냈다. 벼나 억새풀 등의 잎에 살갗을 베어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벼과 식물은 잎 주위를 칼날처럼 날카롭게 만들어 초식동물의 식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소와 말은 벼과 식물의 잎을 아주 잘 먹는다. 부드러운 식재료와 요리법을 탐색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팬더곰이 대나무를 맛나게 먹고 있는 장면을 볼 때마다 난 참으로 궁금했다. 역시 벼과 식물인 대나무의 맛과 식감은 과연 어떤 것인지. 뱃속은 별 탈 없이 편안한 것인지. 진화한 벼과 식물을 먹기 위해 초식동물 역시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먹이사슬 안에서 생물들은 여전히 진화 경쟁을 반복하고 있다.마구잡이로 논둑과 제방을 뛰놀던 시절, 꽃이 펴버리기 전 어린 삘기의 하얀 속살을 꺼내어 껌처럼 질겅 질겅 단물을 빨던 추억에 감회가 새롭다, 삐비, 삐미, 뽀비, 띠풀로도 불리는 이 삘기의 뿌리줄기를 한약명으로는 백모근(白茅根)이라고 하는데, 열을 내리고 지혈, 해독, 이뇨의 효과가 있어 토혈이나 비출혈, 요혈, 부정자궁출혈 등 열병으로 인한 출혈성 질환이나 부종, 신염, 방광염, 요로염 등의 염증성질환, 또는 황달, 소갈(消渴), 무월경, 타박상, 신장성 고혈압, 급만성간염 등에도 널리 응용하고 있다.벼과 식물에 대한 나의 관심은 식량자원으로서나 약용식물로서의 관점보다는 다분히 심미적인 관점에서 시작된 것 같다. 바람 부는 들판의 벼나 밀 보리 등 농작물들이야 말할 것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산길이나 강변에 호젓이 혹은 무리 지어 바람결을 타고 넘는 포아풀이나 산조풀 강아지풀의 춤사위에 영혼을 씻어본 적이 있는지. 지금 만경강변에는 빗방울 사이로 바람이 불고 있다. 한의학박사 권강주

[권강주 칼럼] 오뉴월에 피는 꽃은 왜 하얀 꽃이 많을까

아랫녘에 내려와 살게 되면서부터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 자연을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지나는 길마다 눈에 띠는 나무들이 예전처럼 예사로이 스쳐보아지지는 않게 되었다. 이른 봄밤을 등불처럼 하얗게 밝혀주며 피어나는 목련꽃으로부터 시작하여 풍년을 기원하는 이팝나무, 조팝나무, 아카시아, 찔레꽃, 층층나무, 산딸나무, 고광나무, 노각나무 밤나무 등등 5월부터 6월, 7월에 걸쳐 피어나는 흰색의 순결한 꽃빛이 어느 새 나의 마음을 빼앗아 버렸는지 요즘은 나무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는 늦은 공부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이 시절에 나무에서 피는 꽃들은 왜 흰색으로 피는 것이 많은지도 사뭇 궁금해진다.몇 달 전에 울안으로 들어온 노각나무가 구슬 같은 꽃망울을 몰래몰래 키워오더니 이제 막 순백의 꽃을 터트렸다. 아침햇살에 눈부신 샛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마주하게 된 노각나무 꽃은 감탄을 절로하게 만든다. 크기나 모양이 목화 꽃을 닮은 듯 한 그 여린 꽃송이를 들여다보니 문득 순결하고 천진난만한 아기의 풋풋한 살내음이 나는 듯하다. 그 여리여리한 흰 꽃잎이 살짝만 스치기에도 조심스럽다.정원이나 가로에 조경수로서 많이 심어져서 비교적 흔하게 눈에 띠는, 지금 한창 하얀 꽃을 피우며 열기를 식혀주고 있는 나무가 있다. 넉 장의 하얀 꽃잎이 열십자 모양으로 피어있는, 언뜻 보면 나비가 날아와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는 산딸나무다.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이 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사용했다고도 하는데, 넉 장의 꽃잎이 마치 십자가와 같아서 기독교인들은 이 나무를 성스러운 나무로 여기고 있다 한다. 10월 경 축구공처럼 생긴 빨간 딸기만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에도 산딸나무의 아름다움이 있다. 산딸나무라는 이름도 이 산딸기 모양의 열매로부터 기원한 것이라 한다. 이 열매의 달콤한 맛은 사람이 먹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으며 약리적 효능을 이용하여 예로부터 약용으로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새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지구상에 나무가 처음 생겨날 때 바늘잎나무(침엽수)가 먼저 출현해서 온 지구촌을 덮었는데, 이 바늘잎나무는 덩치는 크게 자라지만 꽃이 보잘 것 없어서 넓은잎나무(활엽수)에 비하여 동물들에게 베풀어주는 것이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넓은잎나무는 꽃도 크고 꿀도 많을뿐더러 산딸나무와 같이 좋은 열매를 제공해주기도 하므로 넓은잎나무의 출현은 모든 생물들의 진화에도 크게 한몫을 했으리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산딸나무의 열매를 생약명으로는 ‘야여지’라고도 하는데, 구연산 과당 탄닌 주석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달콤하면서 약간의 떫은 맛을 가지고 있다. 소화불량, 위염, 발열, 오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으며 지혈효과가 있어서 상처 난 곳에 산딸나무 잎을 찧어 붙이기도 한다. 뼈를 단단하게 하고 내장을 깨끗하게 하여 면역증진 피로회복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골절상에 빠른 치유를 위해서 활용할 수도 있어 다려 마시거나 효소로 만들어 먹거나 차로 우려서 마시기도 한다. 아직은 이에 대한 대중적 상품으로 개발되지는 않은 것 같아 연구 발전의 여지가 많은 식물 자원이다.

[권강주 칼럼]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 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 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이처럼 외롭고 고요하고 쓸쓸하지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위로의 노랫말을 쓰고 싶다. 물론 아직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벗들에게 나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그날은 언제쯤일까 생각해본다.인용한 노랫말은 가수 조영남씨가 부른 ‘모란 동백’의 가사이다. 너무 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노래의 원작자는 작가이며 가수인 이제하님이라고 한다. 1998년 환갑의 나이에 ‘빈 들판’이라는 CD를 발표하면서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는데, 총 10곡이 들어 있던 이 음반에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었던 곡이라고 한다. 훗날 가수 조영남씨가 ‘모란 동백’이라는 노래로 리메이크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는데, 평소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선구자’를 작곡한 조두남 선생의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을 좋아했던 이제하 작가가 이 둘을 모아서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라는 하나의 노래로 창작하게 된 노래라는 것이다. 조영남씨의 노래로 이 명곡을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가수 조성모씨가 부른 ‘모란동백’은 그 애절한 느낌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서 좋다.모란꽃 피는 6월이 오면/ 또 한송이 꽃 나의 모란/ 추억은 아름다워 밉도록 아름다워/ 해마다 해마다 유월을 안고 피는 꽃/ 또한송이의 또한송이의 나의 모란행여나 올까 창문을 열면/또 한송이의 꽃 나의 모란/ 기다려 마음저려 애타게 마음저려/ 이밤도 이밤도 달빛을 안고피는 꽃/ 또한송이의 또한송이의 나의 모란(김용호 작시 조두남 작곡 ‘또 한송이 나의 모란’)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국민 시라고 할 수 있는 시인 김영랑님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작약도 모란도 그 화려한 꽃잎을 뚝 뚝 떨궈 버리고 이제 흔적조차 사라져버린 빈 뜨락을 바라보며 귓가에 맴도는 노랫말을 듣는다. 꽃을 직접 본 적도 없으면서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지레 말해버린 선덕여왕의 어린 시절의 설화가 마치 진실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 며칠 전에도 누군가 내게 물었지. 모란꽃은 정말로 향기가 없느냐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건만 그 노래의 향기는 이 슬픔의 봄을 보내는 위로의 향기가 될 것이다.

[권강주 칼럼] 찬란한 슬픔의 봄, 장엄한 봄날을 기억하라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빛이 나는 차나무의 여린 찻잎을 하나 얻어 입 속에 넣어본다. 순간 싱그런 향기가 온몸에 퍼져 금새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듯하다. 지난 달 말경엔 아주 순한 찻잎을 취해 백차를 만들어 보았다. 백차는 갓 돋아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 살아 있는, 잎이 펴지기 전, 솜털이 사라지기 전의 어린 찻잎만을 취해 솥에 덖지 않고 잠깐의 일광과 그늘에서 숙성, 건조하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제조한 차이다. 뜰 안에 심어진 한 그루 차나무에서 얻은 것이니 한 줌도 채 되지 않았지만 제다 직후 시음하는 야심(夜深)한 밤 내내, 아, 이것이 혼자놀기의 진수요 묘미로구나 생각하며, 나 홀로 감동이었다.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도 중순을 넘어서면서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찬란하고 거대한 생명의 심포니가 울려 퍼지고 있다. 처마 밑 돌 틈 사이로 참새 두 마리가 들락날락 바쁘다. 한동안 지켜보니 어미는 먹이를 물어다 주고 아비는 새끼들의 배설물을 물어 나르는 듯하다. 풀이고 나무고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들 번식과 성장에 여념이 없다. 숲은 연녹색에서 청녹색으로 변화하며 청춘의 빛깔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 아름다운 감동의 순간들을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없는 수상한 시절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울안에는 돌보지 않은 조그마한 화단에 우뚝 선 키 큰 영산홍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지난해에는 이맘때쯤 해서 몇몇 이웃들을 초대하여 간단하게나마 다과를 함께하며 소박한 상춘잔치를 열기도 했었는데,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자하니 사뭇 아쉬움이 남는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가 조속히 안정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봄은 이렇게, 여기서 더는 많이 아프지 않게 보내고 2021의 더욱 더 건강한 새봄을 기대해본다.며칠 전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 있는 텃밭에 나가 수북하게 나 있는 잡초를 맨손으로 걷어내니 속이 후련하다. 이런 저런 까닭으로 생각은 많아지고 행동은 굼떠져서 오늘 내일 내일 모레 미루기만 하다가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나서 천상 잡초밭이 되어 있던 것인데, 홀가분한 것이 마치 밀린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여름 날 상추쌈에 된장 맛이라도 볼라치면 내일은 고추며 상추 가지 옥수수 토마토 등등 종묘사에 들렀다가 때 늦은 식재라도 해야 될 것이다. 이팝나무에 꽃이 많이 달리면 그 해 농사는 풍년이 된다는데 여기 저기 하얀 눈이 쌓인 듯 풍성한 꽃송이들을 달고 있는 것을 보니 올해는 꼭 풍년이 될 듯하구나.잡초밭을 오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겨울이 지나 날이 슬슬 풀려가면서 이름 모를 잡초들이 막 앞 다투어 돋아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저마다의 순서대로 돋아나는 것이었다는 것을, 어느 날은 순식간에 꽃을 피워 앉아 있다. 실용성이나 관상가치로 따지자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그런 풀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누가 감히 등급을 나눌 수가 있을 것인가 이 장엄한 봄날에.춘녀(春女)는 사(思)하고 추사(秋士)는 비(悲)라 하였는데, 왜 내게는 생각이 많은 봄이 왔는가. 꽃피는 봄날 그를 그려 사모하는 오필리아의 마음이 있고, 낙엽지는 가을 그녀를 추억하는 해므리트의 마음이 있다.’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께서 멋들어지게 읊어주시던 이런 대목이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제대로 옮겨놓은 것인지 모르겠다. 스승의 날도 지났는데 정확한 문장과 의미도 여쭈어볼 겸 겸사겸사해서 오랜만에 한 번 찾아뵈어야겠다.

[권강주 칼럼] 머위 나물로 양생하고 머위꽃차 한 잔 놓아두고

1922년에 발표된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의 장편서사시 ‘황무지(The Waste Land)’는 이렇게 시작된다.‘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며, /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생명을 길러주었다.’난해하기로도 유명하고 434행이나 되는 아주 긴 시이지만 드라마틱하게 시작되는 첫 구절에 꽂힌 많은 젊음들이 문고판 시집이라도 가지고 다니며 머리를 쥐어뜯던 시절이 있었다. 전체적인 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위에 인용한 첫 구절쯤이야 어려울 것도 없는 것이어서 해마다 4월이 되면 꽃샘바람이 유난을 떨 때나 최류탄 가스에 눈물, 콧물을 뽑아내던 70~80년대의 봄에는 여기저기에 잘 갖다 붙이던 구절이기도 하다.역사적인 크고 작은 사건들이 왜 4월에 유난히 많이 발생하게 된 것인지 그 이유도 알아내지 못하는 사이에 전쟁에 버금가는 일대 환란(患亂)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야말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동안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여러 나라들이 코로나19의 확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지는 방역체계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이에 대조적으로 선진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 국민들과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는 발 빠른 방역체계의 선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및 의료진들, 자원봉사자들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관계당국이 안내하는 대로 개인위생이나 기침 예절,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생활 형태의 변화로 극복될 수 있을지, 모든 사람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우리 사회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되기를 기도한다.서울에 있는 친구 전화가 안부를 걱정하며 근황을 묻는다. 내가 사는 곳은 비교적 청정지역이라 그저 별 일 없이 산다고 답한다. “친구도 봄나물 이것저것 많이 챙겨 먹고 건강하게 지내다가 코로나19 잠잠해지면 그 때 함 봅세 ㅎㅎ~^”산기슭이나 밭둑, 습기가 많은 울타리 주변에서 지금 한창 돋아나 제철인 봄나물이 있다. 머위라는 국화과 식물로 둥글납작하게 생긴 이파리가 곰취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요즘 같은 코로나19 정국에 특히 권장할 만한 식재료이다. 머위는 지역에 따라 머우 또는 머구라 부르기도 하는데 겨울동안 꽁꽁 언 땅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봄이 되면 얼음을 뚫고 푸른 싹을 틔워낸다고 하여 찬동(鑽凍), 顆凍(과동), 관동(款冬)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잎과 줄기, 뿌리, 꽃 등이 모두 식용 가능한 식물인데 잎은 데쳐서 쌈이나 나물로 먹으면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쓴맛을 싫어하는 경우에는 오랜 시간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후에 이용하면 쓴맛이 감해져서 쉽게 머위를 즐길 수 있다.머위에는 칼슘과 비타민 A, B1, B2, 베타카로틴 섬유질 등이 풍부해서 골다공증이나 관절염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되고, 소화기능을 도와 입맛을 나게 하고 식중독을 예방해준다. 기관지를 건강하게 하며 기침 가래를 없애준다. 특히 폐기가 건조하고 허약한 만성기침에 좋다. 심혈관계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며 두통, 구내염, 설염, 변비에 도움이 된다.머위의 꽃을 관동화라고 하는데 기침 가래 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 자주 응용하는 한약재이다. 식재료로 이용할 경우에는 튀김이나 꽃차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머위 나물과 더불어 양생하고 머위꽃차 한 잔 놓아두고 먼 풍경을 관조하고 싶다.

오리온 직원, 인도출장 중 사망…사후 코로나19 확진판정

[아시아타임즈=박고은 기자] 인도로 출장을 떠난 오리온 직원 1명이 코로나19로 인해 현지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오리온에 따르면 인도 라자스탄주에 위치한 오리온 공장으로 장기출장 중이던 직원 A씨가 9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숨을 거뒀다. A씨는 사망 전 감기 증상이 있어 약을 복용했고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검사한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사망 후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유해는 앞서 15일 국내 항공편으로 송환됐으며, 발인은 이날 진행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인도공장에 파견된 직원은 A씨 포함 B씨, 주재원 C씨 총 3명이었다"며 "B씨와 C씨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해온 임직원들의 충격이 매우 크다"며 "회사 측과 전 임직원들은 상심이 클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고인이 이룬 업적과 성과를 기리며 예우를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리온은 지난 2월 인도공장을 준공하고 '초코파이' 현지 생산을 본격화했다.

[아하 인터뷰] 키위뱅크의 반란 "데이터 플랫폼 앞으로"

[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키위뱅크의 최종 목표는 디지털보다 더 세분화된 '데이터 플랫폼'입니다. 변화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플랫폼 '키위뱅크(KiwiBank)'의 목표를 두고 이선호 KB저축은행 ICT본부장은 간략하게 말했다. 그는 KB저축은행의 '플랫폼 전문가'로 키위뱅크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플랫폼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KB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88% 가량 증가한 실적으로, 1분기 기준 지난해까지 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넘지 못했던 것을 비교하면 상당한 성장이다. 총자산도 처음 2조원을 넘기며 10위권 뒤를 바짝 쫓고 있다. KB저축은행의 성장 뒤에는 키위뱅크가 있다. 상징색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키위뱅크는 타사 앱과는 다른 개성을 추구했다. 이 본부장은 플랫폼의 성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 그는 "키위뱅크를 어떻게 하면 차별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민을 거듭했다"며 "5년 전 처음 개발 인력 세 명과 함께 시작했던 플랫폼이 지금은 10만명에 가까운 고객을 확보하는 등 성장을 확인하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키위뱅크는 키위와 특유의 '올리브 그린(Olive Green)' 컬러가 떠오른다. 키위뱅크가 구축한 이미지 마케팅의 결과다. 키위뱅크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 이 본부장은 "키위뱅크의 전신인 '착한뱅킹'에서 'Kind'를 따오고, 무선기술·모바일을 의미하는 'Wireless'의 앞 두 글자씩을 따왔다"며 "키위처럼 상큼하고 알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중의적인 의미도 함께 넣었다"고 언급했다. 그 덕분에 키위뱅크는 희망사항처럼 소비자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통해 성장했다. 두달 뒤면 1주년이 되는 키위뱅크는 실적 면에서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일궜다. 착한뱅킹 시절 3만명 수준이던 이용 고객은 1년도 되지 않아 10만명에 가까운 고객 수를 확보했고, 중금리 대출에서도 우량고객을 중심으로 한 수요를 발굴해 중금리 대출 실적에 기여했다. '키위뱅크 체크카드'나 KB Pay(페이) 등 간편결제와 합종연횡한 상품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둘 다 키위뱅크의 대표적인 제휴 서비스로 앱 내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키위뱅크 체크카드의 경우 출시 후 1만장에 가까운 발급건수로 고객 인기를 체감하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실적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실적은 키위뱅크가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해 성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하지만 우리는 더욱 고객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플랫폼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편의성에 기반한 서비스 구축 사례로 '쉐이커(Shaker) 기능'을 소개했다. 쉐이커 기능은 최근 카카오톡(Kakaotalk) 실험실에서 도입되며 알려진 기능으로, 앱에 들어간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두 번 흔들면 지정한 메뉴로 바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그는 "해당 기능은 키위뱅크가 먼저 선제적으로 도입한 바 있었다"며 "쉐이커 기능으로 입금·송금 등 주요 기능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어 고객은 타사 앱보다 빠른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키위뱅크의 최종 목표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데이터 플랫폼이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의 플랫폼이다. 그는 현재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에 비해 세분화되고 발전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는 각 금융권 사이 합종연횡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현재의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에는 아직 헤쳐나가야 할 과정이 많다"며 "고객 수도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하고, 어떻게 데이터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저축은행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키위뱅크는 웰컴저축은행의 웰컴디지털뱅크(웰뱅),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뱅크에 이어 업계 내 3위 앱으로 올라섰다. 주요 저축은행들이 각자 디지털 플랫폼을 꺼낸 '플랫폼 홍수' 속에서 건진 값진 성과다. 이 본부장은 "키위뱅크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업계 내 톱 클래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수익도 비대면에서 나오는 시기, 고객과 금융사 모두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데이터 창구'의 역할을 키위뱅크가 추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켓컬리, 퍼플 박스 도입…’과대포장 논란’ 잡았다고?

[아시아타임즈=박고은 기자] "컬리 퍼플 박스가 개당 1만 5000원씩 하더라고요. 처음으로 '마켓 컬리가 컬리 퍼플 박스로 장사를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소비자 A씨) "쿠팡처럼 보냉 백을 무료로 제공한 뒤 수거하는 방식인 줄 알았는데 판매하는 거더라고요. 그런데 전월 30만원 이상 결제한 화이트 등급 이상만 살수 있다고해서 조금 언짢네요." (소비자 B씨) 그동안 '과대포장'으로 소비자들의 눈총을 샀던 마켓컬리가 재활용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를 도입하며 만회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를 등급으로 메겨 부합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주문이 가능한 점, 비교적 높은 단가 등이 소비자 불만으로 터져나오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 위주로 새벽 배송을 진행하는 마켓 컬리는 그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대포장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냉장·냉동·상온 상품을 각각 따로 택배 포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탓에 큰 택배 상자에 상품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는가 하면, 식품을 보호하기 위한 뽁뽁이 등 완충재가 더 많이 쏟아져 나오면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택배 하나를 정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쓰레기 배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전 업계에서 추진 중인 '친환경 경영'과도 엇박자 행보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과대 포장의 심각성은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이 이달 1일 발표한 마켓컬리·쿠팡·SSG닷컴 등 이용률이 높은 상위 3개 새벽 배송업체 소비자 조사에서 24.1%가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가장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과대 포장'을 꼽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걸까. 최근 마켓컬리는 재사용 보냉백 컬리 퍼플 박스를 선보였다. 컬리 퍼플 박스는 냉장·냉동 상품을 구분해 약 47ℓ 용량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배송은 샛별배송 주문 후 문 앞에 박스를 놓아두면 배송 기사가 주문한 냉장·냉동 상품을 컬리 퍼플 박스에 담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상온 제품은 종이 포장재에 별도로 담아 배송된다. 문제는 베타 서비스이지만 당장 회원 등급(화이트~더피플) 조건에 부합하는 고객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 타 새벽 배송 업체와 달리 보냉백을 개당 1만 5000원에 구매해야한다는 점이다. 현재 쿠팡 로켓프레시와 쓱(SSG)닷컴은 원하는 고객에게 보냉백을 무료로 제공한 뒤 수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컬리 퍼플 박스의 원가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1만 5000원이라는 가격 정책에 기분이 상했다. 처음으로 '마켓컬리가 컬리 퍼플 박스로 장사를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소비자 B씨도 "재사용 보냉백을 선보임으로써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부분은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면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컬리를 이용하는 고객으로써 회원 등급 조건을 나눠 판매하는 것은 언짢은 심정"이라고 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회원 등급 조건을 내걸은 점에 대해 "화이트 등급 이상은 주문 횟수가 많은 고객들이라 피드백 받기가 더 용이하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시범 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부족한 부분을 확인, 보완한 뒤 전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1만 5000원이지만 고객에게 구매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처럼 종이박스로 상품을 받아도 되거나,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보냉 박스에 상품을 받아도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