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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16일 Wedn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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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의 특종이 없는 사회를 위해서

[김형근 칼럼] 유전자변형 ‘GMO완전표시제’는 당연한 국민의 알 권리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유전자변형(GM) 제품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non-GM제품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에 달려있다. 기본적인 선택의 권리이다.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앞세운 GM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그 족보에 대해 소비자는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어떤 식이든 간에 그 알 권리가 충족되지 않는 사회는 결코 민주사회가 아니다. 오늘날 산업화된 식품시장을 통하여 먹을거리를 구입하고 있는 소비자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소비자는 당연히 물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어야 무엇을 소비할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성분 표시를 강요하는 GM표시 의무화제도는 어떤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GM기술의 유해성을 따지기 위한 것도 아니다. 소비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유래를 묵살 시키는 것은 소비자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우리나라는 GMO표시제 국가로 분류된다. GM식품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 이어 상당히 빨리 도입한 편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내용은 상당히 다르다. 제도의 운영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유럽에서는 GMO가 사용된 모든 제품에 이를 표시하도록 강제규정을 두고있다.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강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면제 규정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다시 말해서 예외 규정이 많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제조가공 후에 GM성분이 남은 유전물질(DNA)이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GMO표시를 면제하고 있다. 가열과 발효, 그리고 정제 과정에서 원래의 DNA 단백질이 파괴되는 점을 고려하면 표시제는 오히려 GMO식품에 면죄부를 준 셈이 된다. 또한 GMO 표시대상이나 표시기준, 표시 의무자 등에 있어 의무를 면제하는 장치를 과도하게 두고 있어 소비자가 GMO를 알아볼 수 없도록 훼방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5년 식품위생법 개정 논의 때 GMO표시 기준을 EU 수준으로 높이자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이 많았지만 정부는 ▲식품가격 상승 ▲사후관리의 어려움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이유로 반대했다. 특히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느슨한 규정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2017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국내에서 팔리는 438개 가공식품을 무작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GMO표시가 있는 식품은 단 2개에 불과했다. 2차, 3차 가공되는 식품 모두에 대해 완전표시제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소비자 알 권리를 보호하려는 원래 취지와 기능에 맞게 단순하게 GMO 또는 Non-GMO 표시가 가능한 기준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당장 GMO원재료를 기준으로 표시를 하기 어렵다면 표시 대상은 일본과 같이 단백질 잔류를 기준으로 non-GM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포괄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방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GM식품이 인체에 해가 되는지의 여부의 논쟁은 몇 년 안에 결론이 날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바이러스와 세균에 의한 질병의 차원이 아니다. 유전적인 결과는 장구한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알 권리는 당연히 충족되어야 한다. 첫 GM동물인 프랑켄슈타인 연어가 곧 우리 식탁에 오른다. 과연 상업적으로 성공할지 여부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GM연어의 GM표시를 놓고 벌써 캐나다와 미국에서 열띤 논쟁이 일고 있다. 당연하다. 표시를 해야한다. 비록 GMO가 100% 안전하다고 해도 소비자는 GMO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

[김형근 칼럼] 과학기술계는 왜 GMO표시제를 반대하는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파동과 관련 눈살 찌푸린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안전성을 촉구하는 국민 여론을 강압적으로 차단한 정부는 어느 날 청와대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요리(갈비탕으로 기억됨)를 만들어 주요 인사들과 오찬을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국민들이 행여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우리가 먼저 시식을 했는데 광우병에 걸리지 않고 멀쩡하니 먹어도 전혀 걱정이 없다. 그리고 먹어보니 엄청 많이 좋았다 아마 이러한 내용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일부 인사는 오랜만에 포식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이쑤시개를 입에 넣은 장면도 목격되었다. 웃기는 풍경이었다. 광우병이 어떻게 전염되는지 뻔히 알면서도 그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였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GM(유전자변형) 표시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표시제 찬성 측의 GM이 안전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는 주장과 반대 측의 GM이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는 주장과의 대립 때문에 말이다. 최근에는 반대 측은 다시 일약해서 GM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주로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측의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의 속을 들여다보면 사뭇 다르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다. GM식품이 등장한 지난 20년 동안 GM식품을 먹어왔지만 아무런 탈이 없으니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서 통계적으로 볼 때 안전하다는 주장이지 사실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주장은 아니다. 그러면 그동안 GM식품을 먹어온 우리는 실험 동물이었는가? 하는 다소 과격하게 들리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결코 과격한 질문이 아니다. 우리의 건강과 생명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의심을 품는다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겠는가. 유전자변형 생명체(GMO)를 반대하는 세계 많은 환경단체들이 계속 물고늘어지고 있는 항변 가운데 하나다. 기술을 제공하는 몬산토를 비롯한 생명공학기술 업체들이 인간을 실험쥐인 기니아피그로 생각하고 있다는 항의가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서 지난 20년 동안 인간과 동물 모두 GM식품을 먹어왔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안전하다고 주장한다면 그 세월 동안 인간은 생체 실험 대상이었는가? 하는 강력한 반문이다. 또 앞으로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우려다. GM표시제와 더불어 다시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게 또 하나 있다. 소위 세계 민주주의 첨단 국가라는 미국의 경우 GM표시제가 일반적으로 통용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미국은 옥수수, 쌀, 그리고 밀을 비롯해 세계 최대 GM작물 생산국이다. 그러나 버몬트주(州)를 비롯해 몇 개 주가 아주 어렵게 GM의무표시제 법안을 통과시켰을 뿐이다. 다만 식품의약국(FDA)의 가이드를 기반으로 GM표시를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왜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알 권리가 미국에서는 묵살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GM표시제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은 5년 전 93%의 미국인들이 표시제에 찬성한다는 뉴욕타임스((NYT)의 여론조사를 즐겨 인용한다. 그런데 또 왜 미국의 선두적인 과학단체들은 표시제를 반대할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들은 GM작물과 유기농 작물과 비교할 때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신념처럼 굳게 갖고있다. 오히려 농약을 사용하는 일반작물보다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청정하다고 생각한다. 그 배경에는 GM기술은 씨 없는 수박, 씨 없는 포도와 같이 전통적인 육종 기술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GM기술을 음해하는 것은 새로운 과학을 멀리하는 오래된 종교적, 신화적, 그리고 미신에 가까운 덜 깬 편견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GM표시제가 통용될 경우 첨단 생명공학기술 연구가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GM식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에 GMO 완전표시제를 촉구하는 국민청원 참여수가 21만명이 넘어섰다. 국민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놔야 하는 청와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도 밀접한 GM표시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청원인들은 결코 신화와 미신에 빠진 덜 깬 사람들이 아니다. 훨씬 더 깬 사람들이다.

[김형근 칼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로봇 사회주의를 생각한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인류 역사상 카를 마르크스(1818~1883)만큼 세상을 뒤흔들어 놓은 인물은 없었다. 그는 20세기 내내 한편에서는 두려움과 비난의 표적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선망과 찬사의 대상이었다. 정도는 약할지 모르지만 21세기의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에게는 여전히 불편한 존재다. 그래서 올해 그의 탄생 200주년은 그렇게 달가운 것은 아니다. 그의 주장은 지구촌의 엄청난 분쟁의 도화선이 되어 세계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개의 편으로 갈라 극심한 이념의 대립을 가져왔다. 분단국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극단적이다. 요즘 더욱 심화된 이념적 욕설인 종북 진보와 꼴통 보수에 단초를 제공한 것도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원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다시 사회주의로 변모한다는 마르크스의 예언은 맞아떨어져가고 있을까? 자본가 계급에 대항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과 궐기에 의해 사회주의가 수립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어느 정도 탄력을 받으면서 적중해 가고있는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하나는 있다. 어떤 식으로든 간에 자본주의가 상당한 궤도로 수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자계급에 의한 것은 아닐지라도 민의(民意)와 여론에 근거를 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사회주의를 향한 변모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복지와 웰빙은 인간의 원초적이고 거대한 희망의 이름이다. 용어에 대한 정의를 두고 무엇이 자본주의이고 사회주의인지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또 한 국가의 어느 정도의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을 두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국가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 정의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마르크스주의가 현대 산업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고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밝혀놓은 논평인 다니엘 벨의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들먹이려는 것도 아니다. 그는 미래 사회에서는 이데올로기의 중요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학기술 혁명에 의해 정보와 지식의 생산이 중요하게 되는 탈산업사회로 이동하게 됨에 따라 미래 사회에서는 이데올로기의 중요성이 없어지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과학과 기술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급작스럽게 다가온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이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에 어떤 변혁을 가져올 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과연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고 경제를 주도하게 될 때 사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렇게 되면 평범한 사람들의 일자리와 삶의 질은 어떻게 바뀔까?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혜택을 모두 공평하게 공유할 수 있을까? 줄어든 노동을 분배하고 부를 서로 나눌 수 있을까? 우리 시대에 사회주의 유토피아, 다시 말해서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고 넘쳐나는 풍요 속에서 발전해 나가는 조화로운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경제 위기는 갈수록 극심해지고 계급투쟁이 더욱 격해지는 자본주의의 디스토피아로 변할까? 낙관적인 생각에 방점을 찍는다면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은 새로운 사회주의 이상향을 제공할 수 있다. 엄청난 노동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이 대폭 향상되는 그 혜택을 나눌 수 있다면 로봇은 우리에게 새로운 웰빙을 예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이 아니라 첨단 로봇 혁명이 실현시키는 셈이 된다. 2017년 7월 미국 유력 경영 전문 월간지인 <치프 익스큐티브(Chief Executive)>가 올해의 CEO로 선정한 미국의 대형 의료 유통업체인 헨리 샤인(Henry Scheine)의 대표이사인 스탄 버그만(Stan M. Bergman)은 수락연설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사람들을 뒤에 남기고 가지 말라(Dont Leave People Behind) 낙오자 없이 모두가 제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마르크스의 예언은 맞아떨어질 수 있다. 로봇이 노예 노동자를 의미하니 더욱 그렇다. 좀 억지이지만 말이다.

[김형근 칼럼] 도도새의 멸종, 그리고 인공지능의 진화와 인간 지능의 퇴화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잠시 우리의 사고의 지평을 확대해 이런 가정을 해보자.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해준다면 인간 지능은 퇴화 할까?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다가오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비록 인공지능에 비해 진화의 속도는 느리더라도 인간의 지능이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유효한 것일까? 그렇다면 인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퇴화된 지능을 갖고 있는 인류의 미래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영화 혹성 탈출에서 나오는 것처럼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우수한 영장류인 원숭이가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를 통틀어 볼 때 지식을 전파하는 모든 새로운 방식, 다시 말해서 과학과 기술은 사람들을 더욱 게으르고 멍청하게 만든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제 인공지능이 바로 그 정점에 있다. 도도새(Dodo Bird)는 이미 멸종된 조류다. 도도는 포르투갈어로 '어리석다'라는 의미에서 왔다. 일반 동물과 달리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날지도 못해서 포식자들에게 쉬운 먹이감이었기 때문이다. 날개가 퇴화한 이유는 도도새를 위협할만한 맹수가 없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서식지의 특성에 맞게 새들에게 가장 튼튼한 생존 수단인 날개를 포기했다는 주장이 지금까지의 통설이다. 그러나 정확한 멸종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 칠면조보다 크고 몸무게는 23㎏ 정도인 도도새는 인도양의 모리셔스(Mauritius) 섬에 서식했던 새이다. 이 새는 매우 오랫동안 외부로부터 아무런 방해없이 살았기 때문에 하늘을 날 필요가 없어져 그 능력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새는 나무가 아니라 땅에 둥지를 틀고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을 먹고 살았다. 섬에는 포유류가 없었고 아주 다양한 종의 조류들이 숲에서 서식하고 있을 뿐이었다. 1505년 포르투갈인들이 최초로 섬에 발을 들여 놓게 됨에 따라 이 섬은 재빨리 향료 무역을 위한 어선들의 중간 경유지가 되었다. 조류로는 꽤 큰 도도새는 신선한 고기를 원하는 선원들에게 매우 좋은 사냥감이었다. 이로 인해 많은 수의 도도새가 죽어갔다. 이후 포르투갈에 이어 해상 세력을 장악한 네덜란드인들이 이 섬을 장악해 죄수들의 유형지로 사용하게 되었고 죄수들과 함께 돼지와 원숭이들이 유입되었다. 선박에 있던 쥐들도 섬으로 도망쳐 상륙하기도 했다. 인간과 포유류가 섬에 들어오기 전까지 도도새는 육식 동물로부터의 공포 없이 살아 왔다. 생쥐, 돼지 그리고 원숭이들은 바닥에 둥지를 트는 도도새의 알을 쉽게 잡아 먹을 수 있어서 도도새의 알은 위험에 빠져 개체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모리셔스 섬에 인간이 발을 들여 놓은 지 불과 100년 만에 한때 많은 수를 자랑하던 도도새는 1681년을 마지막으로 멸종 동물이 되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 있다. 도도나무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한 과학자가 모리셔스 섬에 특정한 종의 나무가 희귀종이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이 종의 남아 있는 나무 13그루 전부가 300년 가량 되었으며 도도새가 멸종한 1600년대 이래로 어떠한 발아도 이루어 지지 않았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종의 평균 수명이 300년 정도임을 생각해 볼 때 남아 있는 나무들은 이미 너무 늙은 것들이다. 그들은 곧 죽을 것이며 멸종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 나무는 번식을 오직 도도새에만 의존했다. 도도새는 이 나무의 열매를 먹고 살았으며 오로지 이 새의 소화기관을 통해서만 도도나무는 씨앗을 옮기고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도도새의 멸종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많다. 최근 일부 학자들은 인공지능의 진화와 함께 인간 지능의 퇴화를 생각하면서 도도새를 종종 들먹이곤 한다. 첨단 로봇과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이제 노동의 종말의 시대가 눈앞을 두고있다. 노동을 잊어버린 인간도 과연 도도새의 운명을 따라갈까? 지나친 기우(杞憂)인가?

[김형근 칼럼] 비아그라, 이제는 비만치료제로 등장하나?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아스피린은 원래 해열 진통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혈전을 예방하고 뇌졸증이나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약으로 주목 받고 있다. 혈관 속을 떠다니는 일종의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과학계에 의해 규명되면서 일반인 사이에선 장수의 약으로 떠올랐다. 또 최근에는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면서 장수의 약을 넘어 21세기의 만병 통치약으로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약품의 역사는 수많은 발견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과학자들은 또 그 발견물을 원래 용도 외의 다른 곳에 이용할 수 없을까 하고 끊임 없이 연구해왔다. 그리고 많은 결과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아스피린도 그렇지만 니트로글리세린도 마찬가지 경우다. 다이너마이트의 재료인 니트로글리세린은 100년 넘게 협심증 치료제로 쓰였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의 약리학자 페리드 뮤라드와 로이 J. 이그나로 교수는 니트로글리세린의 혈관 이완 효과가 유리된 일산화질소의 효소 활성화 작용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일산화질소의 역할은 고혈압, 선천성 심장병,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계 질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뮤라드 박사는 세포이식, 위장 운동, 줄기세포 증식 및 분화, 유전자 조절, 상처치료, 암 등 다양한 활용 분야를 예상하며 현재도 응용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논문이 7만7000여 건, 관련 업체가 30여 개에 이를 만큼 일산화질소는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다. 20세기의 기적의 신약으로 불리는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 및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원래 이름이 실데나필(sildenafil)인 비아그라는 임상실험 과정에서 남성의 발기부전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성들에게 희망을 준 20세기의 최고의 의약품으로 꼽힌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비아그라를 계속 연구하면서 이 약이 비만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아그라를 다량 투여 받은 쥐는 고지방 식사를 해도 체중 증가가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혹시 성욕이 증진돼 섹스 횟수가 늘고, 그래서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러면 어떤 이유에서 그럴까? 지방세포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백색지방세포와 갈색지방세포다. 백색지방세포는 신진대사 후 남은 지방을 저장하는데 반해 갈색지방세포는 몸에 쌓여 있는 지방을 연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비아그라가 지방을 연소시키는 갈색지방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쥐와 인체는 다르다.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 미국 콜로라도 비만연구소의 제임스 힐 소장은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 제대로 된 과학적 연구이며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에게도 같은 효과가 적용될지를 밝혀내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우리는 갈색지방세포가 설치류의 비만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이런 메커니즘이 인체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다.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힐 소장은 비만 연구의 권위자다. 그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비아그라 같은 약이 아니라 생활방식에 초점을 맞추라. 그리고 그 방식은 분명 효과가 있다.고 충고한다. 그의 충고는 간단하다. 만보계를 사용하고 하루 섭취 에너지의 25%를 걷기 등 운동에 소비하고, 식사 때마다 음식의 4분의 1을 남기는 방법을 권한다. 약을 이용해 한 가지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체증 증가를 막는 데는 많은 문제가 따른다. 예를 들어 성욕과 마찬가지로 식욕도 단순한 생리적인 욕구만은 아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심이다. 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이틀동안이나 세찬 바람과 함께 봄기운을 훼방했다. 그러나 공원의 벚꽃을 비롯해 많은 꽃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로 상춘객을 반기고 있다. 운동도 열심히 해볼 일이다.

[김형근 칼럼] 사쿠라의 불편한 진실, “사람에게 있을 뿐 꽃에는 결코 죄가 없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봄의 여왕으로는 그 농염(濃艶)한 자태를 자랑하는 장미를 꼽는다. 또 다른 봄의 여왕이 있다. 꽃비 하르르 흩날리는 벚꽃이다. 장미가 고운 맵시를 감추는 듯 말 듯한 요염한 포즈를 취하는 여왕이라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은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과감하게 내보이는 솔직한 여왕이다. 봄의 향연을 시작하는 벚꽃의 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가 1일 그 막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축제가 하루가 다르게 북상하고 있다. 아마 식목일인 5일을 시점으로 주말이면 석촌호수와 여의도를 비롯해 서울 여러 지역에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봄을 만끽하는 벚꽃의 향연 속에는 항상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다시 말해서 벚꽃은 우리나라를 강탈한 이웃 일본의 국화(國花)라는 이유 때문이다. 바로 벚꽃의 불편한 진실이다. 사실 일본 문화와 역사 속에서 벚꽃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문학과 예술에서 벚꽃은 종종 일본의 무사인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1924~1929년까지 일본 도호쿠(東北)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 독일의 철학자 오이겐 헤리겔(Eugen Herrigel)은 그의 저서 '弓術 속의 禪(Zen in the Art of Archery)'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벚꽃 잎들이 아침햇살을 머금고 대지 위에 사뿐히 떨어지듯이 두려움이 없는 자들은 소리 없이 내면에서 아무런 동요도 없이 존재의 사슬에서 해방될 수 있다 궁술, 선과 도교(道敎), 그리고 사무라이에 대해 느낀 것을 알기 쉽게 간단히 서술한 책으로 유럽 여러 지역에 일본의 선과 도교를 알리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 책은 2009년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선정한 세계 100대 글로벌 사상가가 추천한 142권 가운데 하나이기도하다. 어쨌든 벚꽃은 일본인의 정서 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꽃구경을 간다는 일본말 하나미(花見)의 전통은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94)부터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역사서 일본세기(日本世紀)에는 하나미 전통이 이미 3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쓰여있다. 그 후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를 거치면서 이러한 전통은 더욱 굳어졌고 에도시대(江戶 時代 1503~1867)에는 사무라이 꽃으로 발전하면서 대중적인 꽃으로 변했다. 벚꽃을 의미하는 사쿠라(櫻)는 곧 일반 꽃을 의미할 정도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은 일제 강점기 동안 한반도 곳곳에 벚나무를 심었다. 진해의 벚꽃도 일제시대에 도시 미관을 위해 심은 것으로 시초다. 이 때문에 광복 이후 일본의 나라 꽃이라는 이유로 일부 주민들이 벚나무를 베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1962년 식물학자인 박만규와 부종휴에 의해 진해에 있는 벚꽃은 제주도가 원산지인 왕벚나무로 밝혀지면서 되레 벚나무 살리기 운동에 들어갔다. 현재 진해에는 가로수, 공원, 강가를 막론하고 약 34만7천 그루의 왕벚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후 2001년 4월 산림청 임업연구원 분자유전학연구실도 한국과 일본의 왕벚나무를 대상으로 DNA지문 분석을 벌인 결과 한라산이 원산지인 사실을 규명했다. 다시 말해서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일본 벚꽃 조상의 고향은 제주임을 밝혀낸 것이다. 화려한 꽃을 피우는 왕벚나무는 일본사람들 취향에 딱 들어 맞는 벚꽃 종이다. 벚꽃에 대한 혐오감은 비단 사무라이뿐만 아니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일제시대의 시인들은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화려하게 피었다가 사라지는 벚꽃처럼 장렬하게 전사했다는 미사여구를 사용하며 전쟁터로 몰아넣었다. 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자살 비행부대인 카미가제(神風)에는 산에서 피는 사쿠라라는 뜻의 야마사쿠라(山櫻) 부대도 있을 정도였다. 또한 일본 육군에는 침략주의자들로 구성된 모임이 있었는데, 이름이 사쿠라카이(櫻會)였다. 벚꽃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로든 우리와 함께 해온 꽃이다.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불편함을 던져버리고 사쿠라가 아니라 벚꽃과 함께 신선한 봄 내음을 맡으며 싱그러움을 만끽해 보자. 죄가 있다면 우리 인간에게 있다. 저 화려하게 피는 아름다운 벚꽃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 단연코 무죄다. 불편하게 대할 필요가 전혀 없다.

[김형근 칼럼] 한정애 의원 발의한 ‘감정노동자 보호법’ 통과를 환영한다

김형근 논설위원 항상 미소를 지어야 하는 백화점 여직원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갖는가? 당연히 그래야 할 직업이라고 생각하는가? 고객에게 친절한 미소를 던지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하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만약 그들의 웃음이 직무수행의 50%를 차지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늘 웃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각종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다면 더욱 그렇다. 별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용어는 아니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r)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을 말하며 이러한 직종 종사자를 감정노동자라고 부른다. 대중과 접촉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생각과는 반하는 의지를 갖고 어떤 마음 상태를 생산해내야만 하는 일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백화점 직원뿐만 아니라 은행원, 승무원, 그리고 전화상담원처럼 직접 고객을 응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서비스해야 하는 직업 종사자들이 해당된다. 배우가 연기를 하듯이 직업상 속내를 감춘 채 다른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 손님을 대하는 직종으로, 보통 감정관리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이 용어를 처음 도입한 것은 1983년 미국의 1983년 미국의 사회학자인 알리 러셀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인 그는 관리된 심장(The Managed Heart)라는 저서에서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감정노동에 대해서 처음 소개했다. 혹실드 교수는 좋아하고, 싫어하고, 슬프고, 화나는 매우 사적인 감정이 조직 속에서 집단적 감정으로 변형되며, 이 집단적 감정은 조직 속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져 강요된다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감정노동의 엄밀한 정의는 업무상 요구되는 특정한 감정상태를 연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일체의 감정 관리 활동이 직무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 유형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감정노동이라는 용어를 이용해 꼬집은 것이다. 혹실드는 백화점 여성 노동자를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보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백화점들이 미소의 여왕 등을 선발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감정노동의 고급화를 위해 감정 생산에 경쟁을 도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고객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는 마트 직원이 늘고 있는가 하면 콜센터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감정노동을 오래 수행한 근로자의 상당수는 이른바 스마일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 증후군은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우울한 상태가 이어지거나 식욕 등이 떨어지는 증상을 말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억누른 채, 자신의 직무에 맞게 정형화된 행위를 해야 하는 감정노동은 감정적 부조화를 초래하며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 좌절, 분노, 적대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게 되며, 심한 경우 정신질환 또는 자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감정노동 종사자들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감정을 절제해야하는 감정노동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폭넓은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개별 사업장이나 서비스 산업에 한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장시간 감정노동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 및 건강장해 등의 피해를 입는 노동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그간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서울 강서병)이 처음 발의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6년 10월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보건 조치 대상 항목에 추가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이제서야 표결 처리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김형근 칼럼] 왜 애플의 로고는 “한입 베어먹은 사과”일까?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세계 최대 컴퓨터 업체인 IBM의 아성이 보잘것없는 신생 업체 애플에 의해 무너질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애플에 단단히 화가 난 IBM은 한입 베어먹은 애플 로고를 갖고 시비를 걸었다. 애플은 한쪽이 썩어서 도려낸 사과와 같다. 이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답변은 정말 가관이었다. 애플은 썩은 부분을 완전히 도려냈기 때문에 이제는 아주 깨끗하다 물론 일화에 불과한 내용이다. 어쨌든 IBM은 괜한 시비를 걸었다가 한방 맞은 셈이 되었다. 이는 잡스가 IBM을 향해 구태의연한 고전적인 경영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을 채택하라는 충고에 가까운 일갈이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애플은 왜 회사명을 사과의 이름을 따서 지었을까? 게다가 그냥 사과가 아니라 한입 베어먹은 듯한 모양의 로고를 말이다. 여기에는 스티브 잡스가 늘 주장하는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녹아 있다. 애플의 로고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우선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는 영국의 수학자로 최초의 컴퓨터를 직접 제작한 앨런 튜링(Alan Turing)을 들 수 있다. 튜링 테스트와 튜링 기계를 고안해 유명한 그는 암호 해석 분야에서도 대단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2차 대전 당시 철벽을 자랑하던 독일군의 암호시스템인 에니그마(Enigma: 독일어로는 수수께끼를 뜻함)를 해독해 연합군의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튜링은 1952년 당시에는 범죄로 취급되던 동성애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빗발치는 사회적 비난으로 인해 상심이 컸던 그는 2년 뒤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먹고 자살을 택했다. 그에 대한 핍박은 죽어서도 계속 이어졌다. 영국은 국가에 대단한 공훈을 세운 이 과학자에 대해 너무 인색했다. 세상을 떠난 지 59년 만인 2013년 12월이 되어서야 사면되었다. 비운의 천재 과학자인 튜링을 추모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튜링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흠모해서인지, 또 아니면 두 가지를 다 포함시킨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튜링의 창의성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탄력을 받는다. 또 어떤 면에서 튜링과 잡스가 살아온 독특한 인생역정도 비슷하다. 다음으로는 만유인력의 발견자인 아이작 뉴턴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을 상징하기 위해 사과를 로고로 택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일화는 사실이 아니라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많다. 어쨌든 소위 최초의 발견이라는 창의성에 역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1976년 애플이 설립되었을 당시의 첫 로고에는 뉴턴이 등장한다. 사과나무 밑에서 한가하게 독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잡스가 기업 전선에 나오기 앞서 사과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잡스가 공동체를 이뤄 경작되고 있었던 유기농 사과 과수원을 방문한 뒤 애플이란 이름을 제시했다는 내용이 탄력을 받는 이유다. 1977년 애플2를 전자박람회에 소개하면서 현재의 로고와 비슷한 모양을 만들었다. 한입 깨문 것은 지식의 습득(acquisition of knowledge)을 의미한다고 한다. 뿐만이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한입 베어먹어 창조주의 분노를 사서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인류의 운명이 바뀐 것처럼 애플의 컴퓨터가 인류의 문명을 바꿀 것이라는 잡스의 확신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다. 그러나 잡스의 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뜻하지 않게 종교계로부터 엄청난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일부 급진적 성향을 가진 러시아 정교회(Orthodox Christians) 신자들이 애플의 로고가 성경에 묘사된 원죄를 의미한다며 항의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이 로고가 기독교 교리에 반하고 그들의 믿음을 모욕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는 로고를 원죄에 대한 구원을 의미하는 십자가로 바꾸도록 압력을 넣기도 했다. 어쨌든 잡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휴대폰은 그야말로 인류의 문명을 바꿔놓고 있다. 그 비밀은 바로 한입 베어먹은 애플의 로고에 있는지도 모른다. 왜 한입 베어먹은 사과일까? 설만 무성할 뿐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불교와 명상이라는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사고 속에서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얻어내는 신비로운 생각의 소유자, 채식주의자, 그리고 단추공포증의 잡스의 비밀 또한 그 로고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김형근 칼럼] 인공지능, 맥주 만들 수는 있지만 사올 수는 없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인공지능(AI)이 만든 맥주 맛은 어떨까? 인공지능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맥주에 대한 수 많은 정보를 취합 제공했다. 앞으로 단순한 노동만이 아니라 사람의 기호가 중요한 초콜릿과 향수를 비롯해 수많은 제품 개발에도 인공지능이 끼어들 것으로 보인다. 보드 게임부터 증권투자, 그리고 로또 당첨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의 활약은 대단하다. 심지어 도박 산업에도 참여하면서 기존의 모든 것을 와해시키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혁신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 최대 알코올 음료 산업인 맥주에도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런던에 위치한 스타트업 인텔리전트X(IntelligentX)는 최초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맥주를 생산했다. 자동양조지능(ABI: Automated Brewing Intelligence)이라는 알고리즘으로 페이스북 메신저봇을 통해 고객의 피드백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했다. 고객의 취향에 맞게 맥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AI가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빚은 맥주는 4가지로 이름이 골든(Golden) AI, 앰버(Amber) AI, 페일(Pale) AI, 블랙 AI다. 이름에 전부 AI를 붙였다. 물론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다. 회사 측은 고객의 개성과 취향 등 감정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초콜릿이나 향수 같은 제품도 이런 식으로 기계 학습을 통해 생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출시한 지 일주일도 못 가 1차 생산된 맥주가 다 팔렸다고 한다. 그들은 다음 양조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바램은 한 번 양조할 때마다 이전보다 더 나아진 맥주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 맥주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맥주를 개발한 휴 레이스 대표는 창의성과 혁신을 강조한다. 옥스포드 기계공학과 박사 출신으로 인공지능이 전공인 그는 우리 사업은 아주 흥미진진하다. 우리는 미래를 생각한다. AI 덕분에 우리는 모든 고객과 대화하고 그들의 피드백으로 우리 광고 콘셉트를 정할 뿐 아니라 맥주의 향과 맛도 결정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 발상지로 알려진 고대 수메르 사람들이 숭배했던 주신(酒神)인 닌카시에 바친 맥주, 바이킹 족의 미드(Mead, 벌꿀 술), 중국인들이 원시 쌀로 빚은 맥주, 아마존과 아프리카 부족들이 부른 불로의 영약들이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맥주의 기원이다. 맥주는 초기 인류가 300만년 이상 이 땅에서 사용해온 음료로 다른 어떤 다른 음료보다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알코올의 탁월함, 그리고 그것이 주는 절대적인 유혹은 인류문명 발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유명한 고고학자인 로버트 브레이우드(Robert Braidwood, 1907~2003)는 이미 1950년대 농경 정착과 빵 제조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고고학에 과학을 도입해 과학 고고학 (scientific archaeology)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전개한 그는 자신이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한 유적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모티브를 제공한 이가 브레이드 박사다. 그러나 그 후 빵보다 맥주가 먼저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알코올 음료인 맥주가 농경 정착생활의 촉매작용을 했다는 주장들이다. 맥주는 인간이 만들어낸 최초의 과학적 식품이다. 화학 과정을 이용해 탄생한 식품이다. 만약 알코올이 없었다면 인간의 문명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예술과 문학, 그리고 정치, 사회, 문화, 외교, 그리고 남녀의 사랑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이러한 맥주에 인공지능이 도전하고 있다. 그러면 인공지능에 슈퍼에 가서 가장 맛 있는 맥주를 사와!라고 주문한다면 문을 열고 문턱을 넘어, 그리고 다시 문을 닫고 잽싸게 뛰어가서 사올 수 있을까? 그러나 그러한 기술을 갖춘 인공지능이 나오기까지는 요원한 세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형근 칼럼] 무술년 새해, 인연과 동반의식이 필요하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칼럼니스트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무(戊)는 오행(五行)에서 토(土)에 속하며 음양(陰陽)에서는 양(陽)에 해당한다. 하늘의 에너지로 커다란 흙으로 된 산을 의미하는데 색깔로는 노란색, 혹은 황금색을 나타낸다. 그래서 2018년을 황금 개띠의 해로 부른다. 개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한 가장 인연(因緣)이 깊은 동물로 사람은 개를 배신하지만 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충성스러운 동물이다. 타인에게 헌신적이며 신뢰를 목숨처럼 여겨 한번 맺은 관계를 끝까지 이어나가는 동물이다. 개는 이제 애완동물(pet)이 아니라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고 부른다. 문자 그대로 아내나 남편처럼, 그리고 식구처럼 같이 더불어 사는 동반자라는 의미다.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과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열린 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되었다. 이후 공식 문서에서는 애완동물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대신 반려동물이 자리잡게 되었다. 당시 심포지엄은 동물행동학자로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콘란드 로렌츠(Konrad Lorenz)의 80세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주최했다. 참석자들은 개, 고양이, 그리고 새 등의 애완동물을 그 가치를 인정해 반려동물로 부르도록 제안했다.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여 장난감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뜻에서 개칭한 것이다. 반려동물 가운데서도 반려견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반려견을 두면 사람이 더 건강해지고 사회생활에 능숙하게 되며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에도 힘을 실어주었다. 위생 가설은 1969년 영국 세인트 조지 런던 대학의 전염병 전문학자인 데이비드 스트란찬(David Stranchan) 교수가 20세기에 천식이나 꽃가루 알레르기와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급속히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가설이다. 어린 시절 너무 청결한 환경에서 자라 감염균이나 기생충에 노출되는 기회가 적은 아이는 면역체계가 약해져 오히려 알레르기나 천식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이다. 어릴 때 좀 더럽고 지저분하게 키워야 건강하다는 내용이다. 반려견과 함께 자란 아이의 천식 위험이 낮은 현상을 농장 효과(farming effect)라 한다. 다시 말해서 가축들이 많은 지저분한 농장에서 자란 아이는 도시에서 자란 아이보다 천식에 걸릴 확률이 낮다. 몇 년 전 농장 환경과 천식에 관한 39건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소와 양과 같은 농장 가축에 일찍 노출된 아이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않은 아이에 비해 천식에 걸릴 확률이 25% 낮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주인에 대한 개의 충성심은 옥시토신 호르몬 실험에서도 입증되었다. 옥시토신은 아주 강한 유대감을 만들어주는 호르몬으로 엄마와 자식간에 분비되는 모자(母子)호르몬이라고도 부른다. 일본 아자부(麻布) 대학의 연구팀은 개가 주인과 상호작용을 할 때 바로 이 옥시토신을 분비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주인을 많이 응시하는 개일수록 이 호르몬의 분비량도 증가한다.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새끼를 낳아본 적이 없는 쥐에게 옥시토신을 주입하면 남의 새끼들을 보듬고 나오지도 않는 젖을 물리는 등 이들을 보살피는 모성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개는 주인을 새끼에 대해서와 꼭 마찬가지로 애정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짐승인 개도 이렇거늘 인륜을 갖춘 인간끼리 서로 이해하고 유대 의식을 갖는 것이야말로 새삼 강조해서 무엇 하겠는가? 불가(佛家)의 가르침을 빌리자면 수십억 겁(劫)의 윤회 속에서 단 한번 인간의 인연을 받아 이 세상에 온다고 했다. 무술년 올해는 좌빨, 우빨이라는 저속한 언어들이 사라지고 종북 타령도 그만하자.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서로 합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자. 인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두가 동반자라는 반려의 정신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리온 직원, 인도출장 중 사망…사후 코로나19 확진판정

[아시아타임즈=박고은 기자] 인도로 출장을 떠난 오리온 직원 1명이 코로나19로 인해 현지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오리온에 따르면 인도 라자스탄주에 위치한 오리온 공장으로 장기출장 중이던 직원 A씨가 9일(현지시간) 현지에서 숨을 거뒀다. A씨는 사망 전 감기 증상이 있어 약을 복용했고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검사한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사망 후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유해는 앞서 15일 국내 항공편으로 송환됐으며, 발인은 이날 진행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인도공장에 파견된 직원은 A씨 포함 B씨, 주재원 C씨 총 3명이었다"며 "B씨와 C씨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해온 임직원들의 충격이 매우 크다"며 "회사 측과 전 임직원들은 상심이 클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고인이 이룬 업적과 성과를 기리며 예우를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리온은 지난 2월 인도공장을 준공하고 '초코파이' 현지 생산을 본격화했다.

[아하 인터뷰] 키위뱅크의 반란 "데이터 플랫폼 앞으로"

[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키위뱅크의 최종 목표는 디지털보다 더 세분화된 '데이터 플랫폼'입니다. 변화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플랫폼 '키위뱅크(KiwiBank)'의 목표를 두고 이선호 KB저축은행 ICT본부장은 간략하게 말했다. 그는 KB저축은행의 '플랫폼 전문가'로 키위뱅크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플랫폼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KB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88% 가량 증가한 실적으로, 1분기 기준 지난해까지 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넘지 못했던 것을 비교하면 상당한 성장이다. 총자산도 처음 2조원을 넘기며 10위권 뒤를 바짝 쫓고 있다. KB저축은행의 성장 뒤에는 키위뱅크가 있다. 상징색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키위뱅크는 타사 앱과는 다른 개성을 추구했다. 이 본부장은 플랫폼의 성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 그는 "키위뱅크를 어떻게 하면 차별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민을 거듭했다"며 "5년 전 처음 개발 인력 세 명과 함께 시작했던 플랫폼이 지금은 10만명에 가까운 고객을 확보하는 등 성장을 확인하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키위뱅크는 키위와 특유의 '올리브 그린(Olive Green)' 컬러가 떠오른다. 키위뱅크가 구축한 이미지 마케팅의 결과다. 키위뱅크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 이 본부장은 "키위뱅크의 전신인 '착한뱅킹'에서 'Kind'를 따오고, 무선기술·모바일을 의미하는 'Wireless'의 앞 두 글자씩을 따왔다"며 "키위처럼 상큼하고 알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중의적인 의미도 함께 넣었다"고 언급했다. 그 덕분에 키위뱅크는 희망사항처럼 소비자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통해 성장했다. 두달 뒤면 1주년이 되는 키위뱅크는 실적 면에서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일궜다. 착한뱅킹 시절 3만명 수준이던 이용 고객은 1년도 되지 않아 10만명에 가까운 고객 수를 확보했고, 중금리 대출에서도 우량고객을 중심으로 한 수요를 발굴해 중금리 대출 실적에 기여했다. '키위뱅크 체크카드'나 KB Pay(페이) 등 간편결제와 합종연횡한 상품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둘 다 키위뱅크의 대표적인 제휴 서비스로 앱 내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키위뱅크 체크카드의 경우 출시 후 1만장에 가까운 발급건수로 고객 인기를 체감하기도 했다. 이 본부장은 실적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실적은 키위뱅크가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해 성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하지만 우리는 더욱 고객이 이용하기에 편리한 플랫폼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편의성에 기반한 서비스 구축 사례로 '쉐이커(Shaker) 기능'을 소개했다. 쉐이커 기능은 최근 카카오톡(Kakaotalk) 실험실에서 도입되며 알려진 기능으로, 앱에 들어간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두 번 흔들면 지정한 메뉴로 바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그는 "해당 기능은 키위뱅크가 먼저 선제적으로 도입한 바 있었다"며 "쉐이커 기능으로 입금·송금 등 주요 기능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어 고객은 타사 앱보다 빠른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키위뱅크의 최종 목표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데이터 플랫폼이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의 플랫폼이다. 그는 현재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에 비해 세분화되고 발전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는 각 금융권 사이 합종연횡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현재의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에는 아직 헤쳐나가야 할 과정이 많다"며 "고객 수도 지금보다 더 확충해야 하고, 어떻게 데이터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저축은행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키위뱅크는 웰컴저축은행의 웰컴디지털뱅크(웰뱅),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뱅크에 이어 업계 내 3위 앱으로 올라섰다. 주요 저축은행들이 각자 디지털 플랫폼을 꺼낸 '플랫폼 홍수' 속에서 건진 값진 성과다. 이 본부장은 "키위뱅크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업계 내 톱 클래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수익도 비대면에서 나오는 시기, 고객과 금융사 모두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데이터 창구'의 역할을 키위뱅크가 추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켓컬리, 퍼플 박스 도입…’과대포장 논란’ 잡았다고?

[아시아타임즈=박고은 기자] "컬리 퍼플 박스가 개당 1만 5000원씩 하더라고요. 처음으로 '마켓 컬리가 컬리 퍼플 박스로 장사를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소비자 A씨) "쿠팡처럼 보냉 백을 무료로 제공한 뒤 수거하는 방식인 줄 알았는데 판매하는 거더라고요. 그런데 전월 30만원 이상 결제한 화이트 등급 이상만 살수 있다고해서 조금 언짢네요." (소비자 B씨) 그동안 '과대포장'으로 소비자들의 눈총을 샀던 마켓컬리가 재활용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를 도입하며 만회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를 등급으로 메겨 부합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주문이 가능한 점, 비교적 높은 단가 등이 소비자 불만으로 터져나오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 위주로 새벽 배송을 진행하는 마켓 컬리는 그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대포장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냉장·냉동·상온 상품을 각각 따로 택배 포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탓에 큰 택배 상자에 상품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는가 하면, 식품을 보호하기 위한 뽁뽁이 등 완충재가 더 많이 쏟아져 나오면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택배 하나를 정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쓰레기 배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전 업계에서 추진 중인 '친환경 경영'과도 엇박자 행보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과대 포장의 심각성은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뚜렷하게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이 이달 1일 발표한 마켓컬리·쿠팡·SSG닷컴 등 이용률이 높은 상위 3개 새벽 배송업체 소비자 조사에서 24.1%가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가장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과대 포장'을 꼽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걸까. 최근 마켓컬리는 재사용 보냉백 컬리 퍼플 박스를 선보였다. 컬리 퍼플 박스는 냉장·냉동 상품을 구분해 약 47ℓ 용량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배송은 샛별배송 주문 후 문 앞에 박스를 놓아두면 배송 기사가 주문한 냉장·냉동 상품을 컬리 퍼플 박스에 담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상온 제품은 종이 포장재에 별도로 담아 배송된다. 문제는 베타 서비스이지만 당장 회원 등급(화이트~더피플) 조건에 부합하는 고객만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 타 새벽 배송 업체와 달리 보냉백을 개당 1만 5000원에 구매해야한다는 점이다. 현재 쿠팡 로켓프레시와 쓱(SSG)닷컴은 원하는 고객에게 보냉백을 무료로 제공한 뒤 수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컬리 퍼플 박스의 원가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1만 5000원이라는 가격 정책에 기분이 상했다. 처음으로 '마켓컬리가 컬리 퍼플 박스로 장사를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소비자 B씨도 "재사용 보냉백을 선보임으로써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부분은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면서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컬리를 이용하는 고객으로써 회원 등급 조건을 나눠 판매하는 것은 언짢은 심정"이라고 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회원 등급 조건을 내걸은 점에 대해 "화이트 등급 이상은 주문 횟수가 많은 고객들이라 피드백 받기가 더 용이하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시범 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부족한 부분을 확인, 보완한 뒤 전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1만 5000원이지만 고객에게 구매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처럼 종이박스로 상품을 받아도 되거나,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보냉 박스에 상품을 받아도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