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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최고! 요즘 대화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최고라고 하기에도 무엇인가 부족하여 더 격을 높이고 싶을 때 혹은 최고임을 강조할 때 쓴다. 이태리어에서 봄을 그렇게 말한다. 완전, 최고. La Primavera. ‘프리마’는 최고의 칭찬을 표현할 때 많이 쓴다. 그런데 그것이 부족하여 ‘vera’-’진짜’를 추가할 수밖에 없었나보다.
봄! 소네트는 중국의 한시와 같이 이태리를 중심으로 유식한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던 격조높은 문학형식이었다. 18세기 최고의 작곡가 중 한 사람인 안토니오 비발디는 자연을 찬미하는 소네트에 한 차원 더 높은 예술성을 더했다. 그 소네트 자체의 운율을 살려 소네트를 노래한 것이 아니고, 그 소네트를 완전히 소화하여 그 소네트에서 나오는 감정과 모든 감각을 가사없는 음악으로 표현하였다. 바로 그 유명한 ’사계’이다.
비발디의 작품집 ‘화성과 창작의 시도’에 들어있는 4곡의 바이올린 협주곡들이 바로 이 ‘사계‘이지만, 뛰어난 작품성에 의해 이 네 협주곡은 거의 독립적으로 함께 연주된다. 이 시대에는 콘체르토 그로소라는 형식의 여러 솔리스트들이 같이 연주하는 합주협주곡과 리토르넬로라는 방식을 이용한 솔로를 위한 협주곡이 유명한 대가들에 의해 많이 쓰였는데 ‘사계’는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다.
Primavera, 비발디 사계의 다른 세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봄’도 빠른악장-느린악장-빠른악장, 즉 Allegro-Largo-Allegro의 세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네트에 있는 시의 내용들이 전체 합주 연주와 독주 바이올린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사계’에서 2가지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Sonetto와 Ritornello다. 봄에서도 이 리토르넬로의 틀 안에서 합주부분에서는 주제를 고집스럽게 반복적으로 확인시켜주며 독주악기는 합주가 연주하는 주제 사이사이에서 화려함을 내세우며 소네트를 묘사한다.
묘사음악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 곡은 전형적인 협주곡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그 틀 안에서 비발디는 악보 곳곳에 소네트를 써놓고 그 부분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새들은 즐거이 봄을 노래하네...” 이런 싯구 아래에 바이올린 독주의 새소리 묘사는 아마 이 작품에 다이아몬드 부스러기를 뿌려놓은 듯 최고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런 절묘한 소네트 묘사는 모든 악장에서, 그리고 네 개의 협주곡 모두에서, 그리고 네 개의 소네트 각각의 14행을 모두 펼쳐진다.
이 사계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시절 I Musici의 역사적인 음반에 비롯되었다. 이 충격적인 아름다움에서 게네랄바쓰, 즉 통주저음의 비움의 미를 맛보았고 또한 우리는 구경할 수 없었던, 바로크 시대 모든 음악의 캔버스같은 배경화면 같던, 쳄발로를 음미할 수 있었다. 이무지치의 업적 덕분에 이후 많은 도전들과 시도들이 있었으며 특출한 연주나 독창적인 연주도 공감받으려 애썼다. 독창적인 연주의 전면에는 Nigel Kennedy같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충격적인 퍼포먼스로 세계를 놀래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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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보다는 정통성을 선택하여 완벽을 추구하는 연주 중에는 Fabio Biondi의 연주가 있다. 늦깎이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출현 이후 그는 이태리 바로크 음악계를 대표하는 연주자가 되었다. 그는 ‘남과 다름’보다 ‘그때’의 연주방법을 찾아 발전시키는 길을 선택한 듯, 당시의 원전악기와 비발디 시대의 연주법을 생각하여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원전연주는 고증을 통한 악기 선택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갖게되면 연주방법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된다. 현악기 원전연주에 있어서는 왼손의 비브라토가 절제하게 되며, 오른손, 즉 활의 운궁법에는 활의 사용부분이 제한되게 된다. 얼마나 절제하는지와 얼마나 제한적인 위치를 선택하느냐는 그 연주자나 음악학자의 예술성과 지식에 달려있다.
거부할 수 없는 봄의 엄습을 기꺼이 만끽하며 La Primavera를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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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아시아타임즈 논설실 논설실 atmedia@asiatime.co.kr
입력 : 2025-03-25 13:11 수정: 2025-03-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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