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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시몬스, '수익성' 에이스…침대업계 쌍두마차 실적 전략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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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영업익 662억원·영업이익률 20.3%

시몬스, 매출액 3295억원…2년 연속 1위

"마케팅 차별화, 소비자 타깃층 영향줘"

[아시아타임즈=김미나 기자] 국내 침대업계 양대 기업이 각각 '내실'과 '프리미엄 시장 독주' 전략으로 실적 대조를 이루며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실적에서는 수익성은 에이스침대가 외형과 성장률은 시몬스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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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에이스침대 로고 (아래) 시몬스 로고 (사진=각 사)

26일 침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 불황에도 불구하고 에이스침대와 시몬스 모두 실적 개선을 이뤘다. 에이스침대는 영업이익률이 크게 올라 수익성과 내실을 다졌으며 시몬스는 2년 연속 매출액이 에이스침대를 앞지르며 몸집을 키웠다.

 

우선 에이스침대는 3년 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260억원으로 전년 3064억원 대비 6.4% 상승했다. 에이스침대는 지난 2021년 매출 3464억원을 기록한 뒤 2년 연속 매출 감소를 겪었으나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570억원에서 662억원으로 16% 상승했으며 영업이익률은 20.3%로 내실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에이스침대의 이번 실적 반등은 직접 체험을 중시하는 브랜드 철학에 맞춰 체험형 매장인 '에이스스퀘어' 확장,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지난해 슬리포노믹스(숙면+이코노믹스) 트렌드에 맞춘 고가 제품군 매출 비중도 4.2%로 확대되며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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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지난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고객들의 변함없는 신뢰로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동결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시몬스도 지난해 매출 3295억원, 영업이익 52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3137억원, 318억원 대비 각각 5%, 65%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16%로 전년 대비 6%p 증가했으나 절대적인 이익률 수치에서는 에이스침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시몬스는 5성급 특급호텔 점유율 90%, 300만원 이상 초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독주로 외형 경쟁에서 강세를 보였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시몬스의 진심을 소비자가 알아준 것 같다"며 "올 한 해는 불안정한 국제정세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유독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품 가격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양사는 ESG 경영과 마케팅 전략에서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시몬스는 업계 최초로 '난연 매트리스 제조 공법' 특허를 전면 공개해 ESG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난연 매트리스는 화재 발생 시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으로 해외 선진국에서는 법제화된 기술이다. 또한 '뷰티레스트 1925' 프로젝트를 통해 매트리스 판매 시 수익의 5%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에 기부하는 ESG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소비자 신뢰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반면 에이스침대는 친환경 생산공정 개선과 체험형 매장 중심의 환경 캠페인으로 소비자 접점에서 ESG를 실천하는 중이다. 에이스침대는 전국 54곳의 '에이스스퀘어' 체험형 매장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친환경 캠페인을 병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10곳의 매장을 신규·리뉴얼 오픈했으며 올해는 2개점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마케팅 전략도 선명히 갈렸다. 시몬스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집중하며 고가 매트리스와 호텔 협업으로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했다. 에이스침대는 보다 대중적인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침대는 왜 과학일까' 캠페인과 과학 인플루언서 '궤도'와 협업하는 등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경쟁 구도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구시장과 침대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고급화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침대업계는 내실과 외형을 동시에 강화하는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몬스는 하이엔드 소비층을 겨냥한 럭셔리 포지셔닝을 에이스는 대중성과 체험 중심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양사의 마케팅 차별화가 소비자 타깃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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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기자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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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n@asiatime.co.kr [저작권자ⓒ 아시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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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김정일 산업2부 myth-01@hanmail.net

입력 : 2025-03-26 05:00 수정: 2025-03-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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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Q] 바보야, 상법 개정은 기업을 위한 거야

[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기자는 더불어민주당 등 속칭 좌파 정치 세력을 절대로 지지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개인적인 정치 성향이라고만 설명하겠다. 그런데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논란에 한정해서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상법 개정안 처리는 민주당이 창당 이후 지금까지의 행보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야 말로 현재의 부채 중심 경제에서 자본시장 중심 경제로 갈 수 있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파 정당이라는 여당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 시행에 반대하는 퇴행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실 상법 개정안은 좌우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발전 단계의 문제다. 이사가 오로지 회사에만 충실 의무를 진다는 후진적인 상법과 판례로는 자본시장, 즉 증시로 자금을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명확해서다. 실제로 한국 가계자산은 60% 이상이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으로 이뤄져 있어 미국 등 자본주의 선진국과는 정반대라는 것은 상식이다. 여전히 한국 주식시장은 '좀 모자란'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이 돈을 넣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따라 부채, 부동산 중심 경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런 경제구조로는 기업의 혁신을 통한 '지속 경제 성장'이 되지 않으니,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연스럽고 당연한 자본시장의 발달 과정을 부정하고 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이 있다. 기업이나 재계 등은 법 적용의 당사자니, 볼멘소리를 내는 것을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이에 동조하는 학계, 언론계 등 인사들의 의견을 듣고 있기는 매우 고역스러운 일이다. 특히 자본시장을 잘 아는 이들 인사들이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고 인격과 양심에 대한 의심까지 들 정도다. 마치 코로나19 팬데믹 때 임상도 끝나지 않은 백신을 '안전하다'고 접종을 독려했던 의사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가장 내세우는 이유는 주주들의 '남소'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는 주주 간 이해관계에 충돌이 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즉,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의 행위로 인해 소액주주만 피해를 입는 경우 소송 대상이 되고 이와 같은 주주 간 이익 충돌이 없을 경우에는 소송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이나 혁신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내용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다. 혁신을 위해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면 이 영향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가 동일하게 받기 때문이다. 지분율에 따라 받는 이익과 손해가 달라질 뿐이다. 오히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가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다는 믿음을 준다면 자본시장으로 자본이 밀려들고 기업들의 혁신은 강화될 것이다. 최근 증시를 떠들석하게 하는 유상증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주주충실 의무 대상이 아니다. 물론, 한국 지배주주는 상속세율을 이유로 주가 상승을 크게 반기지 않아 소액주주와 실질적인 이해상충이 있긴 하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의 유상증자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지배주주가 자신의 지분율을 확대하거나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한 목적일 경우 주주충실 의무 적용과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미 금감원은 지난달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심사 방향'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일반주주 권익 훼손 우려 등 7개 사유에 해당하면 '중점심사 유상증자'로 선정하고, 심사 항목별로 집중심사하기로 했다. 기자는 우리나라 특유의 '소액주주 천대' 분위기가 개발독재의 부작용이라고 본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개발독재는 빠른 압축적 경제와 기업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까지 챙길 여유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빠르게 성장했기에 소액주주도 크게 주주환원 등을 요구할 이유도 없었다. 개발독재는 또한 '재벌'이라는 부산물을 남겼다. 이들은 특유의 '기업가 정신'으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지배주주 위치를 자녀들에 넘겨주려 시도하며 소액주주 천대의 주체가 돼 버렸다. 지금도 개발독재의 추억을 못 버리며 정부에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며 '약자 코스프레'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소액주주 천대는 자연히 국내 증시의 낮은 수익률로 이어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총주주수익률(TSR, 주가 상승+배당수익률)은 2012년 말~2023년 말 61%를 기록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271%), 대만 가권지수(246%), 독일 닥스지수(120%)는 물론 중국 상해지수(71%)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조사에서도 코스피 TSR은 지난 5년간 연 4%, 10년간 연 5%에 불과하다. 한국투자자들도 바보는 아니니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로 발을 돌렸다. 작년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액은 1121억181만 달러(약 164조6776억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 부진으로 999억6509만 달러(약 146조8487억원)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미 코스피 시가총액의 7~8%에 달하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미국 증시로 이탈한 셈이다. 국내증시의 소액주주 천대 기조가 이어지면 앞으로도 더 많은 개인투자자 자금이 미국으로 떠나갈 것이다. 자연히 기업의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은 힘들어지고 이를 통한 혁신은 더더욱 멀어지게 된다. 이는 결국 경제 저성장과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소액주주 천대'를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저성장'이라는 수렁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미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약속이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일단 첫발은 뗐다. 현대차그룹은 만 54세인 정의선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미래의 일이지만 정 회장의 자녀에게로 경영권 승계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런 와중에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국내 주식 부호 1위로 올라서며 경제계를 놀라게 했다. 조 회장의 경영방식은 '미국식' 그 차제다. 국내 재벌의 장기인 문어발 중복 상장을 스스로 거부하고 상장사를 메리츠금융지주 하나로 줄였다. 이 회사는 김용범-알렉산더 희문 최 부회장 등 철저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TSR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한다. 조 회장이 자식에 경영권 승계는 없다고 단언한 만큼 전문경영인들이 주가를 올리는데 부담을 느낄 이유가 없다. 또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높은 계약직 비중을 통해 한국의 강한 노동시장 경직성을 피한 것도 역시 조 회장 자산 증식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이를 실천한 것이 조 회장과 메리츠금융그룹인 것이다. 미국 증시 시총 상위 종목을 보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닷컴, 메타 플랫폼스, 알파벳, TSMC, 테슬라, 브로드컴 등 모두 창업자가 직접 경영하거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창업자의 자녀나 가족이 물려받아 경영을 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대만 기업인 TSMC의 웨이저자 회장조차도 창업자의 가족이 아니다. 그만큼 혁신적인 창업자에 의해 새로운 대형 기업이 계속 나타나는 것이고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일감몰아주기, 불공정 합병, 자사주 마법 등을 시도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아니, 이런 시도는 천문학적 금액 소송 우려에 미국 등 선진국에서 아예 상상도 하지 못한다는 게 맞다. 우리도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지배주주 전횡을 막기 위해 상법 개정안의 시행이 절실한 것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상장사만 관리하면 충분하지 않느냐? 이에 대한 답은 기자 대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했다. 최 회장은 "상법은 경제 쪽에서 보면 헌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맞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선언을 바탕으로 이를 전제로 모든 법률 등 국가시스템이 구성·운영된다. 상법 개정 없이 자본시장법으로 소액주주를 보호하겠다는 건 이와 같은 선언이 없이 정부조직법 개정만으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과 같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쪼개기, 분할 상장 뿐 아니라 소액주주를 '등치는' 방법은 다양하며 이 과정에서 비상장사도 자주 활용된다. 이번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에서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관여돼 논란이 됐다. 결국 김 회장이 세 아들에 자신이 보유한 (주)한화 지분의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 증여하면서 정면 돌파하는 선에서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지만, 고려아연 사례와 같이 지배주주가 자신 외 주주 의결권 등 이익을 배제하는 방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안타까운 점은 상법 개정안을 좌파 정치 세력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아니, 애초 윤석열 대통령이 화두를 던졌고 이복현 원장이 바닥을 다졌으나 결국 민주당이 이를 가져갔다. 이로 인해 마치 상법 개정안이 반기업 정서에 기댄 '기업 옥죄기'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여기에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등 각종 잡음을 일으킨 점도 상법 개정안 시행에 부정적 요소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 상법 개정안이야 말로 증시로 자본을 끌어들여 기업의 혁신을 독려하고 이를 통한 경제 성장 선순환을 이루게 해주는 극히 친기업적, 친자본시장적, 친대한민국 정책이다. 아니 이 방식 외에는 더 이상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고 봐도 된다. 세상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한화그룹과 같이 경영권 승계에 성공하는 대기업이 여럿 나올 것이다. 그런다고 해도 다음 세대에까지 경영권 승계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지금 경영권을 이어받은 후계자는 기껏해야 30~40년 후에는 다시 자손에 경영권을 물려줘야 한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배주주가 소액주주 등치기를 통한 경영권 승계는 불가능해진다. 지난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그 유명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로 걸프전의 영웅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 승리했다. 클린턴은 취임 이후 높은 경제 성장률을 올렸고 이 구호는 국민을 깨어나게 만든 전설적 슬로건에 올라섰다.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재벌 걱정에 잠을 못 이루는 모든 인사들에 기자도 비슷하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바보야, 상법 개정은 기업을 위한 거야.'